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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Aug 29. 2019

“원고지는 항상 나를 이해해줬다”

10여 년을 돌아 내 마음에 다시 박힌 선생님의 한 마디

오랜만에 10여 년 전에 썼던 다이어리를 펼쳤다.

익숙한 깨알 같은 글씨에 반가워하다, 좋은 글귀와 내 생각을 적어놨던 부분에 눈길이 갔다.


기쁘거나 즐거운 일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삶이 힘들고 지치거나 까닭 없이 슬플 때, 나한테 연락해라.


학원에서 비문학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10년 전에 하던 일로 돌아간다며 하셨던 말씀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말씀하신 것으로 보이는 한 마디.


원고지는 항상 나를 이해해줬다


잊고 있었던 한 마디가 왠지 좀 아프게 박힌다.

당시에 그 얘길 들으며 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왠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드려야 할 것 같은 멘트다.

그리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맞아,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쓴 글들은 항상 나를 이해해줬지.




서럽거나 화날 때, 이유 없이 미움받는 느낌이 들 때, 흰 종이에 내 생각을 끊임없이 적곤 했었다.

한바탕 그렇게 쓰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떤 일에 화가 나서 험한 말을 마구 적어 내려 갔을 때엔, 그 뒤에 마음이 누그러져 종이를 찢었고,

이유 없이 미움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물음표 가득한 질문들을 종이에 적으며 나를 돌아봤다.

글은 말없이 잠잠하게 나의 감정을 받아들여주고, 다독여주고, 이해해줬다.




그때의 선생님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힘들고 지치거나 까닭 없이 슬프기보단,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쁘고 즐거운 일을 나누고 계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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