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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Sep 18. 2019

아찔했던 메일 실수담

나는 업무 메일을 보낼 때, 매번 ‘서명’ 기능을 사용하곤 했다.

평소 메일 끝에 ‘OOO 올림’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 서명에 소속과 함께 OOO 올림 멘트, 연락처를 적어놓으면 메일 하단에 자동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매번 작성하는 수고를 덜어줘 편리하다.

‘OOO 드림’으로 만들어놓은 서명도 있어서, 드림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마우스 클릭으로 서명을 선택한 후 발송했다.

□□□부서
홍길동 올림. (02-***-****)




어느 오후, 메일이 한 통 왔다.

이미 오래 지난 일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어떤 학생의 문의였던 것 같고,

내가 전날 이미 안내했던 것을 또 문의하는 메일이었다. ‘귀찮다’는 생각이 앞섰다.

메일에 ‘어제 안내드렸던 것처럼’이라는 멘트를 굳이 집어넣으며 나의 귀찮음을 표출했다.

그리고 문제의 서명 부분.

평소 같으면 마우스 클릭을 하여 드림으로 바꿨을 텐데, 마우스 클릭을 하러 손을 이동하는 것조차 싫었는지 뭔지, 굳이 굳이 키보드로 '올'자를 지우고 수정해서 발송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발송하고 0.1초 만에 나는 보낸 메일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일 하단에 정확히 적힌 ‘OOO 내림

사무실에서 혼자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사고 회로가 정지되었다.

나의 오만함이 실수를 만든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그 학생은 메일을 봤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재빨리 메일을 한 번 더 보냈다. 드림으로 고쳐서…


그 이후로 나는 자동 서명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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