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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Oct 10. 2019

나의 초콜릿 상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

엄마가 늘 말씀하시길,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라고 하셨어요.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중고등학생 때, 종종 영화 명대사나 좋은 시 구절을 찾아 내가 아끼는 노트에 꼭꼭 눌러 적곤 했다.

영화 명대사를 찾으면 꼭 나오곤 했던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


영화의 몇 장면이 떠오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휴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소파에 앉아 영화를 틀었다.


익숙한, 맑은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영화.

아, 이 곡이 포레스트 검프의 주제곡이었구나...


포레스트의 착한 성품과 그의 어머니의 인자함과 지혜로움이 인상 깊었다.

그에게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순간을 마주하며, 마음이 따뜻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포레스트에게 옆자리를 선뜻 내어줬던 제니의 삶의 굴곡이, 그녀의 맨발이 마음 아팠다.

마지막까지 그녀를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포레스트가 그녀를 향한 독백을 마치고 자리를 떠날 때 그곳을 날아오르는 새의 무리들을 보며,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어 하던 새가 되어 이젠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는, 나의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을 잘 골라 먹고 있는 걸까?

겉만 보고 초콜릿의 맛이 어떨지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떤 초콜릿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고소한 아몬드가 들어있는 달콤한 초콜릿일 테고, 또 어떤 초콜릿은 겉보기엔 예쁘지만 먹어보면 크레파스 맛이 느껴지는 90% 다크 초콜릿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긴 인생을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인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을 겪기도 했고, 기대하던 바를 이루지 못할 때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 같은 일을 만나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는 모르지만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뱉고 싶은 맛인, 여러 가지 일들이 내 인생에 펼쳐지겠지.


원하지 않는 초콜릿을 먹게 되더라도, 달콤한 초콜릿을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 만나게 될 달달한 초콜릿을 상상하면서 내 인생을 잘 채워갔으면 좋겠다.


나무에 걸터앉아 같이 책을 읽는 어린시절의 제니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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