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친절 - 둘째 아이폰 배터리 교체(7만 원)

by 소망이

이번 아홉 번째 친절은 둘째에게 베푼 친절이에요. 사춘기에 막 들어간 둘째는 저의 친절이 엄마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수고가 많이 들어간 친절이었어요.


어제 아침 핸드폰 충전히 안돼서 배터리 성능이 0%라며 어떡하냐는 짜증 난 둘째의 전화를 받았어요.

학교 와서 이제 막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하는 상황인데 당황스러웠지만, 본인도 당황했겠다 싶어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요점은 핸드폰은 당장 써야 하니 어떻게 하냐는 거였어요. 사춘기 소녀의 자기중심적인 당당함… 저의 성격과 정 반대여서 늘 당하는 기분이 들고 적응하거나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수업이 없는 시간 틈틈이 네이버에 아이폰 수리 업체를 검색했고, 다행히도 학교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실력 좋고, 가격도 너무 비싸지 않게 부르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수리업체가 있었어요. 위치와 운영시간, 전화번호를 메모해 놓고 미리 전화로 문의도 했어요.


마침 어제는 융합프로젝트 지도도 있어서 6시에 퇴근하는 날이었어요. 퇴근하고 학교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다시 둘째의 카톡 메시지가 시작되었어요. 본인 아이패드가 있는데 그것으로 보내고 있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너무 짜증나시면 안되니까 과정은 축약하고 결론은 나는 오늘 무조건 이 핸드폰을 고쳐야 한다는 거였어요.


사실 저는 다음날 둘째 핸드폰을 가져가 퇴근길에 들려 수리해서 가져다주려 했거든요.

절대 안 된다는, 핸드폰으로 학원관장님과 연락해서 차도 타야 하고, 영어학원 숙제도 해야 하고 해서 반드시 내일은 사용해야 한다는 둘째.


잠시 짜증이 나고 힘들었지만 정신을 다잡고 그럼 엄마의 최선이니 동네에서 만나 바로 가서 수리를 하자고 했어요.

수리가 확실히 될지 어떻게 아냐, 차라리 아이폰을 중고로 다시 사는 게 어떠냐라는 의견을 둘째가 막 피력했지만, 새로운 아이폰을 사는 것은 중고로도 많이 비싸서 현실적으로 안되니 지금 상황에서는 수리가 최선이다 설득해서 수리점에 갔어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기본운임보다 3천 원 더 비싼 블루택시를 불러서 갔어요.

다행히도 저의 힘든 마음, 아무리 사춘기 딸이지만 너무하다 싶은 대접을 받아 너덜너덜해진 저의 마음을 한 번에 달래줄 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젊은 사장님이 설명해 줬고, 배터리 교체도 완벽하게 해 줬습니다.

그 어떤 상담보다도 치료의 힘이 컸어요. 둘째로 인해 속상하고, 정신없이 퇴근하느라 지쳤던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금액도 7만 원밖에 안 나왔습니다. 수리과정에 액정필름을 떼야 됐었는데 새로운 액정필름으로 다시 붙여줬고, 심지어 배터리 용량도 20% 정도 더 큰 것으로 교체해 줬어요. 둘째는 이 부분에서 그 아저씨에게 감사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엄마의 친절은 당연한 거고, 아저씨의 호의는 감사한 거구나.

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본인이 힘들 때 당연히 도와줄 거라 그렇게 엄마라는 존재를 생각하고 있는 당당한 모습에 건강하게, 해맑게 잘 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친절은 사춘기 자녀에게 베푸는 친절이 제일 값없이 주는 것 같아요. 감사를 잘 모르거나 표현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순간순간이 생겨 끈끈한 모녀지간이 되는 거겠지요?

쉽지 않은 아홉 번째 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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