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맘에 드네요.

by 소망이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아예 핸드폰, 아이패드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제 기준 평소보다 많이 줄였습니다.

원래는 주말이 되면 아침부터 거의 하루 종일 미드를 시청했는데 이제는 한국드라마 딱 1화, 그리고 유튜브 영상 30분 이렇게만 봅니다.


한 달을 꾸준히 해보니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누립니다. 아침에 미드를 보기 시작해서 계속 보다 저녁이 되면 허탈하고, 하루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는데, 지금은 하루의 시간이 길고 깁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자서 총 깨어있는 시간이 17시간인데 영상 시청시간 1시간 30분을 빼도 15시간 30분이나 남으니까요.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엄청 많습니다. 하루에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고도 시간이 남습니다. 오늘이 1월 14일인데 새해 들어 어제까지 읽은 책이 총 12권입니다

거의 하루에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독서가 취미였다가 드라마 시청 취미를 갖게 된 뒤 책을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웠었는데 다시 제 오래된 취미를 찾아서 행복합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일곱 권을 대출해 와서 일주일 후에 다 읽고 반납하러 가는 그 뿌듯함 즐기는 중입니다.

"또 책 봐?" 하는 둘째의 반응도 맘에 듭니다.


책을 읽다 보면 담임교사로서 새 학기에 학급운영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영어수업에 적용하고 싶은 방법들도 배우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책을 다시 읽다 보니 그렇게 재미있던 유튜브 동영상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습니다. 30분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다시 책으로 손이 갑니다. 점점 유튜브 구독 채널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젠 호흡이 길고 생각하고 상상한 거리를 많이 주는 책에게 더 마음을 빼앗긴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해도 시간이 남습니다. 심지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고, 딸들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어서 집안일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어제는 행주를 버리기 전 마지막으로 현관바닥을 닦기까지 했습니다. 심심해서요.


딸들과 대화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물론 대화가 길어지다 둘째 딸의 짜증이 저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가면 드라마 대신 책으로 여전히 도망가기는 해요. 사춘기 딸과의 방학기간은 많이 역동적입니다. 딸의 기분에 함께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싶지만, 감정표현이 정확한 딸이라 같이 말하다 보면 덩달아 저 역시 마음이, 정확히는 목소리가 변합니다. 다정했다가 귀찮아하다가 등으로요.


이번 방학엔 시간의 여유가 많으니 자발적으로 수요예배에 갑니다. 친정엄마와 딸들과의 영화데이트 약속도 잡았고, 다음 주에는 온양온천으로 1박 2일 함께 여행도 다녀 오려합니다. 해가 되면 왠지 목욕탕을 가고 싶어 집니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이겠지요. 집에 따뜻한 물도 귀하고, 화장실도 춥고 욕조도 없으니 일주일에 꼭 한 번씩 목욕탕에 엄마랑 갔었거든요. 몇십 년 만에 그렇게 엄마랑 가보려 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벗어나 실제 삶을 살며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행복을 계획할 수 있게 된 것은 다 디지털 디톡스 덕분입니다.


보통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바쁠 때 디지털 세계로 빠지곤 했었는데 올해에는 학기 초가 되어 바빠도 이 좋은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려 합니다.


잠시 멍 때리기, 고요한 음악 듣기, 창문 밖 구름을 보며 차 한 잔 마시기 등 저의 뇌에 좋은 활동을 하려 해요. 3월이 되어 이렇게 실천해서 효과를 보는지, 아니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는지에 대해서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