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은 예비 중학생입니다. 우선 6년간 초등학교 생활하느라 고생 많았으니 푹 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둘째는 엄마 말을 아주 잘 실천했어요. 푹 자고, 휴대폰 하고, 드라마보고, 게임하면서 잘 놀더니 이제 중학생이 될 날이 한 달 정도 남았다는 사실에 걱정이 몰려왔나 봅니다
"엄마, 나 이대로 가면 망할 것 같은데~ 수학은 중학생 되면 과외 많이 하던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저는 과외알바를 해봤을 뿐 과외를 받은 적도 없고, 보습학원도 총 합쳐서 학창 시절 두 달 정도 다닌 게 다여서 적응이 잘 안 됐어요.
그래도 몇 번이나 말하는데 진심으로 느껴지기에 네이버검색을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 일대 일 과외 홍보페이지를 봤고, 네이버 폼으로 상담신청을 작성해 보냈습니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로 메시지가 왔고 어제 오후 전화상담을 했어요.
상담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접 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 줌수업 후 녹화본을 준다.
- 일주일에 수학수업 두 시간 총 8시간 수업 금액은 328,000원이다.
둘째와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둘째 생각엔 그다지 안 내켰나 봐요. 그러면 좀 부드럽게 저에게 자기 마음을 설명해 주면 좋은데 유독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화를 내더라고요
아니, 엄마는 무슨 잘못이 있나요?
과외하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고, 전화상담하고, 돈도 제법 많이 들지만 감당하겠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막 화를 내며 마치 엄마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학원 서포트를 안 해줘서 자기가 공부를 체계적으로 많이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데, 어이가 없어서 저도 소리가 커지더라고요.
"딸, 우리 집에 경제규모와 계획이 있어. 그리고 네가 공부를 어떻게든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우선 한 과목 공부해서 적응되면 그때 더 얘기하자."
둘 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듯이 토론을 하고 둘째는 킥복싱을 하러 가버렸습니다.
폭풍 후 1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전 다시 마음이 차분해져서 매일 가는 학원이 낫겠다 말한 딸의 말을 다시 붙잡고 근처 영수학원을 알아봤어요.
학원에서 돌아온 둘째도 다시 차분해져 있었고, 민망한 듯 저에게 말을 걸며 "엄마 말대로 그 과외신청해 줘요." 말하더라고요.
둘 다 서로를 배려하게 된 거죠. 다시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무래도 그 전화상담 선생님은 전문 안내데스크 선생님인 것 같았고, 줌 수업의 효율성도 의심이 되었어요.
귀가 얇은 엄마가 설명에 홀리는 동안 자기 생각 강하고, 호구되기 싫은 알파세대 둘째는 단점을 잘 분석했더라고요. 둘째 덕분에 넘어가지 않았네요.
둘째가 지랄을 떨고 나간 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본 '이 사랑 통역되나요?'4화에 대해 즐겁게 대화 나눈 뒤 다시 학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론적으로 예전에 잘 다니다 한 달 쉬었던 영어학원에 수학수업도 있으니 이번엔 수학수업을 신청해서 다니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 학원에 다시 전화상담을 해야 합니다.
자기주도학습, 스스로 개념 이해하고 문제집 반복심화해서 풀며 실력 쌓기는 요즘 아이들에겐 어려운 일일까요?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중요과목별로 학원이나 과외가 당연히 필요한 이 세대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둘째는 공부에 재능이 있고, 욕심도 있어서 좋은데 아직 자기주도학습능력이나 매일 계획 세우고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공부하기 같은 학습습관은 안 잡혀 있네요.
엄마가 교사여도, 막상 자녀공부는 쉽지 않으니 왜 그렇게 학부모님들이 상담시간에 간절하고 애타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숙제를 안 내주는 교사보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숙제를 내주는 교사가 돼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둘째가 어느덧 커서 자기 마음을 시간은 필요하지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전 많이 나이는 먹었는데 언제 다 크려는지, 아직 빽빽 소리 지르는 덜 큰 엄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