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다시 담임교사로, 영어교사로 개학을 맞이해 한주를 보냈습니다.
처음 보는 우리 반 학생들은 단정한 자세와 약간 긴장한 듯 하지만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아~올해도 선물같이 귀한 학생들을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년 교무실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 총 일곱 분인데 며칠 함께 해보니 다정하고, 따뜻하며 학생들을 소중히 여기며 대하셔서 다시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교직 22년 차인데 이런 마음은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업무로 인한 분주함보다는 설렘의 감정이 조금 더 우위를 차지한 적이 말이에요.
학생 파악을 하려는 목적하에 자기소개서를 빠른 속도로 읽으며 필수정보를 정리하기 바빴던 제가 이번엔 한 명 한 명 자기소개서에 본인에 대해 수줍게, 때로는 과감하게 알려준 힌트들을 보며 미리 어떤 학생일까 그려보기도 하고,
개인 상담을 시작했는데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의 이름을 외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차가운 현실보다는 소망이 깃든 이야기를 더 많이 해 줄 수 있기를, 목이 아플 정도로 많이 이야기하기보다는 잘 들어주길 소망해 봅니다.
교과서 본문이 어렵지 않아 협동수업을 해봅니다. 작년에 처음 시도했는데 학생들이 안 졸고 잘 참여하기도 하고, 진정한 배움이 서로에게 일어나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정신이 함양되는 것을 봤기에 올해는 조금 더 준비했습니다.
모둠이름표를 만드는 시간을 갖기 위해 4절지 두꺼운 도화지를 사놓았고,
칭찬도장을 사고,
조금 더 확신을 갖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아예 모둠학습을 위해 책상도 배치하도록 부탁했습니다.
18세 학생들이 발표하기 위해 모둠이름을 크게 외치고, 시간 안에 학습지를 푸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댄 모습을 보면 마구마구 사랑이 샘솟습니다.
이렇게 한주를 보내고 토요일을 맞이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도 반납하고, 다이소에 들려 우리 반 3월 생일 맞은 학생 줄 과자랑 메모지도 샀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카페에 들렀습니다.
매장이 넓고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차분해집니다. 처음 사본 무화과얼그레이 케이크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합이 잘 맞습니다.
올해는 주변을 챙기면서도 제 자신의 안녕을 자주 물어보려 합니다.
빚 갚느라 많이 참았으니 아메리카노와 조각케이크가 먹고 싶으면 오늘처럼 저 자신과 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지고, 미리 일을 해놓고 싶어도 퇴근시간이면 내려놓고 일어날 겁니다. 밤늦게까지 야간자기주도학습 안전지도 근무가 있는 날 넉넉히 감당할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