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소개되지는 못하겠지만
2019년부터 블로그를 하면서 미니멀라이프에 입문했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삶, 소비보다는 생산하는 삶, 나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사용하는 의미 있는 삶.
내가 경험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의 장점이다.
우선 우리 집은 잡지에 소개되기는 어렵다. 화이트 톤에 단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우리 집에 없다.
거실엔 고동색의 오래된 소파가 놓여 있고, 건조기가 없어 상시 빨래 건조대가 펼쳐져 있다.
안방엔 오래된 옷장이 있는데 겉면의 시트지가 벗겨져 조금 너덜거리기까지 한다. 옷장과 책장, 책상들이 색을 맞춰 단정하기보다는 오래된 안정감을 준다.
부엌에도 김치냉장고는 화이트 배경에 꽃이 그려있지만, 냉장고는 조금 더 최근에 샀기에 은색 모노톤이다.
양념류는 당연히 원래 용기에 보관하지 따로 덜어 통일감 있게 보관하는 양념통은 생각만 해도 귀찮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샴푸, 린스 등도 당연히 그냥 원래 용기대로 사용한다. 무엇인가를 살 때 용기의 통일성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우리 가족의 머리카락과 몸에 잘 맞는 것들 중 가성비 좋은 것들을 구매한다. 사용하는 제품의 숫자는 계속 줄이고 있다. 딸들이 어렸을 때에는 아기전용, 어린이 전용 제품을 사야 헸지만, 이제 계속 크고 있으니 점점 같은 제품을 사게 돼서 좋다. 바디워시, 페이스 폼클렌징과 같은 것들은 그냥 닥터 아토 리얼 소프트 비누로 대체했다. 자기가 즐겨 보는 게임영상 유튜버가 정말 좋다고 했다며 꼭 이 비누를 사달라고 신랑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래 사용하던 비누는 천 원 대였는데, 이 비누는 이천 원대긴 해도 사용해 보니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그냥 비누가 다 떨어지면 이 비누를 다시 구매한다. 그래도 바디워시, 페이스 폼클렌징을 다 따로 사는 것보다는 가성비가 훌륭하다.
얼굴 로션, 바디로션도 온 가족 한 제품으로 그냥 통일했다. 학교 친한 샘이 본인이 혼자 사용하기에는 너무 많다고 용기에 덜어 한번 사용해 보라고 줘서 우연히 사용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맘에 들어서 정착했다. 용량은 많아서 4인 가족이 5개월 정도 사용하는데 가격이 만 원대 초반이어서 완전 가성비 갑이다. 유분기가 많지는 않지만 끈적거리지 않아 좋고 겨울엔 그냥 더 자주 많이 바른다. 혹시라도 궁금한 분이 계실까 하여 제품명을 적어놓으려 한다. 키로 내추럴수 히알루론산 모이스춰 크림. 1kg에 13,000원 정도이다. 이것도 그냥 다 쓰면 다시 한 개 주문할 뿐이다.
헤어, 바디, 얼굴에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이렇게 가족에게 잘 맞으면서 가성비 좋은 제품들로 정해 놓으니 쇼핑에 들어가는 시간도, 에너지도 거의 없다.
섬유세제(섬유유연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방세제, 청소세제 등도 다 이렇게 정해져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이다.
사실 친한 사람이 아닌데 우리 집을 방문할 일이 혹 있게 된다면 참 미적감각이 없네라거나 궁상맞게 살고 있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도 난 괜찮다. 낡은 가구들이 겉모습과 달리 튼튼하게 제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맙다.
전자제품, 가전제품들도 부디 오래오래 제 기능을 해주기만을 부탁할 뿐이다.
얘네들 덕분에, 그리고 알뜰살뜰 산 덕분에 조울증이 걸리게 할 정도로 나의 마음을 짓누르던 빚이 해마다 줄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물론 만약 이 빚을 다 갚고 새로운 집에 이사가게 된다면 그때에는 이 낡은 얘들에게는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작별인사하고 쿨하게 헤어질 생각이다.
그때에는 가족 취향에 맞게 우드톤 또는 화이트톤으로 통일해서 살 것 같고,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매해 오래오래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아직 빚이 남아있고, 우리는 지금 절약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