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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Dec 01. 2024

9화.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기본 10년 이상, 20년 이상 사용하면 더 좋고~

쇼핑앱을 자주 들여다보며 쇼핑에 재미를 붙이던 시기에는 자꾸 물건을 사고 싶으니까 필요한 물건이 생기거나, 쓰던 물건이 고장 나거나, 아니면 다 사용하거나 하면 신이 났다. 다시 물건을 고르고 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절약을 생활화하고 무지출을 매일의 미션처럼 수행하며 재미를 느끼다 보니 쇼핑을 되도록 안 하고 싶었다. 쇼핑하려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시간과 발품을 들여 물건을 고르고 비교하고 사야 됐고, 지출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샴푸 마지막 남은 것을 서랍에서 꺼낼 때 의례히 샴푸 여러 개를 다시 구매하고, 전자제품이나 가전이 조금이라도 말썽을 일으키면 신상을 사던 나는 이제 사라졌다.

대신 서랍에서 마지막 샴푸를 꺼냈지만, 샴푸 한통을 다 쓰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기에 미리 사놓지 않으며, 살 때에도 1+1이 아닌 이상 1개만 사놓고,

치약은 싸니까 한 10개 정도 사놓고 헤프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치약을 꺼내며 치약은 한 개로 4인 가족이 며칠을 쓰나 궁금하여 날짜를 표기하며

둘째가 쓰던 전기매트가 고장이 나서 전원이 안 들어오는데 우선 신랑이 고쳐줄 수 있나 기다리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수리 불가능해서 새로 사야 했지만 기쁘게 구매했다. 8년 동안 겨울마다 등을 따습게 해 주던 고마운 전기매트야, 안녕~)


어차피 다 쓸 거니까 쌀 때 사두는 것은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랑 같지 않다. 미리미리 여유롭게 사두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하루라도 무지출 하기가 어려웠다. 별로 살 것이 없는 날에도 쇼핑앱을 보면 늘 미리 쟁여두면 좋은 생필품은 늘 세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생활용품을 다 쓰기 직전에, 쌀통에 쌀이 한번 해 먹을 정도만 남아 있을 때 그럴 때 최소한의 양을 사다 보면 제법 한 달에 무지출 하는 날짜가 여러 날 나온다. 무지출데이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물욕도 점점 사라지고, 쇼핑할 때 나오는 도파민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물건을 구매할 때에도 쇼핑시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최단시간에 골라서 구매하고 끝낸다. 난 주로 사용하는 샴푸, 린스, 비누, 칫솔, 치약, 바디로션, 로션, 헤어 미스트, 주방세제 등은 특별히 사용하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이 없었다면 그냥 동일 제품을 다시 구매한다. 그래서 ‘어~ 샴푸가 이제 없네? 사야 되네 ‘라고 마음먹고 쇼핑앱에 들어가면 5분 안에 구매하고 끝난다.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거나 내 글을 쓰거나 절약 관련 유튜브를 보거나 미드로 영어공부를 한다.


예전엔 신랑이 집안의 무엇인가가 고장 나면 자꾸 고치려고 해서 짜증 났다. 얼른 쇼핑앱에 들어가 요즘 스타일의 깔끔한 새 제품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든 고치거나 리폼을 해서 다시 재활용하는 삶이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런 신랑이 너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딸들도 자신들의 물건(예를 들어 귀걸이)이 고장이 나면 당연하게 ”아빠, 고쳐줘 “ 하고 아빠에게 간다.

딸들이 아빠를 만능해결사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결혼하고 16년 정도는 원치 않지만 꾸역꾸역 재사용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그 후로 현재까지 만 3년 동안은 나도 자발적으로 즐기며 재사용, 재활용의 삶을 누렸다. 오히려 요즘은 신랑이 웃으며 “이제 좀 버리고 새거 사지?” 할 때가 있다. 이렇게 고치고, 최대한 소비를 지연시켜서 소비하는 매일의 습관은 우리 집의 가계부를 홀쭉하게 만들어줬고 덕분에 빚도 해마다 많이 갚을 수 있었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거실의 작은 소파도 15년, 안방과 딸들 방의 옷장도 12~15년, 김치냉장고도 15년, 책상도 11년…

집에 있는 큰 가전제품들은 3년 전 산 통돌이 세탁기 말고는 모두 10년 이상 되었다. 내 옷장의 옷 역시 대부분 10년이 되었다.

최대한 오래 고장 나지 않고 같이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그러다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사용할 수 없어 버리게 될 때에는 “고맙다” 말해주고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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