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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구나.

by 소망이

제가 20대 때 다니던(지금도 다니고 있는) 교회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년부 새벽기도회가 있었습니다. 출근하기 전 6시 즈음 함께 모여 말씀과 삶을 나누고 기도하고 김밥 먹고 각자의 일터로 출근하던 그런 건전하고 경건한 모임이었죠.

눈곱 간신히 떼고 교회 오기도 바쁜 새벽 시간에 늘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사 오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물론 김밥값은 모임회비에서 지출하는 거였어요.

저 같으면 엄청 생색을 냈을 텐데 생색 한 번 없이 그냥 교회 가는 길에 김밥집이 있어 잠깐 들러서 사 오는 거라고 말하는 모습에 ‘아~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모임에서든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해서 말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늘 편안한 미소를 띠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제나 잘 들어주고 있었어요. 오죽하면 진행자이자 리더인 언니가 “이번엔 하운이가 말할 차례야”하고 지목할 정도였죠. 나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하운이는 자기는 빛을 비추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럼 하운이는 조명기사가 되고 싶은 거냐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그냥 웃을 뿐 다시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지 않는 모습이 참 낯설고 신선하고 신기했습니다. (차마 신랑의 이름은 밝힐 수 없어 가명을 사용하겠습니다.)


전 이상형이 잘생긴 사람이에요. 국민학교 때부터 20대가 될 때까지 한결같이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착한 데 얼굴이 잘생긴 거예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착한 데 얼굴까지 잘생긴 게 아니라 얼굴이 잘생겨서 호감이 갔는데 마음까지 착해서 완전 맘에 들었어요.


그런데 이 마음이 사랑은 아니었어요. 그냥 너무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더 친해져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자꾸 말을 걸고 부탁을 하고 그랬어요. 예를 들면 서울에 연수가 있는데 저녁에 퇴근하고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하운이는 그 착한 미소를 띠고 알았다고 하고는 연수 가는 날 뜨끈한 어묵과 김밥을 사 오기까지 했어요. 본인이 본인 차로 서울에 데려다주는 건데 본인이 밥을 사는 그런 사람. 정말 너무 착하죠? 착한 청년에서 나의 착한 친한 친구가 되기까지 한 3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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