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학년 담임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인솔하고 수련회를 가기 직전 둘째를 임신한 것을 알았어요.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수련회를 다녀왔고, 몇 주 있다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으러 간 날 계류유산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주 계류유산.
자궁 속의 물질들과 아직 매우 작은 존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아 마취를 한 후, 인위적으로 시술을 하여 다 긁어내야 했고, 전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한 달 병가를 냈어요.
유산을 하고 나니 태아에게 너무 미안했고, 부부관계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솔직히 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아내, 여자라는 마음보다 엄마의 마음이 강했거든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꾸 학교 친한 선생님들이 제 얼굴이 너무 거칠어 보이고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건강검진을 받아 보라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교직원 건강검진 차가 왔고 저도 다른 여 선생님들처럼 갑상선 초음파를 추가로 3만 원 정도 내고받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검진차에 올라가 누웠는데, 검사하는 분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어요.
“병원 가 보셔야겠는데요. 혹이 두 개 있는데 모양이 안 좋아요. “
심장이 너무 뛰고 무서웠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저를 선배 선생님 중 한 분이 차에 태워 갑상선암 검진 해주는 외과에 데려가셨고, 거기서 다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악성종양으로 보이는 혹이 두 개 보인다고 했습니다. 한 개는 갑상선 안에, 한 개는 임파선 쪽에~ 그래서 바로 굵은 바늘을 찔러 조직검사를 했어요.
결과는 임파선 전이된 갑상선암!!
2010년 유산, 임파선 전이된 갑상선 암 이렇게 두 가지도 너무 슬픈 소식인데 사실 저에게 지금 돌아봐도 가장 슬펐던 일은 이런 제게 신랑이 했던 말이에요.
“난 네가 갑상선암이 걸렸어도 하나도 슬프지 않아.”
어떻게 암이 발병해 수술을 앞두고 있는 저에게 이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