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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첫째가 태어났고 신랑은 퇴사했다.

by 소망이


2007년 첫째가 태어났어요. 생리가 멈추고 조울증이 있던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참 감사하게도 조울증이 임신할 때 즈음 기적처럼 낫았어요.


예정일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나올 생각을 안 하는 아가. 유도분만제를 투여하고 거의 만 하루를 생 진통을 다 겪고 자궁문이 10cm가 다 열리고도 안 나와 제왕절개를 해서 낳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사랑스럽고 귀한 아가였어요.


첫째가 태어날 때 즈음 신랑은 자다가 악몽을 자꾸 꿨는데 얼마나 힘들면 욕을 하더라고요.

‘아~ 일이 너무 험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ATM기에 현금을 넣는 현금수송을 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혹시라도 돈이 안 맞으면 먼저 현금 수송을 한 직원들을 의심하더라고요. 매일 몇 억씩의 돈을 만지는데 날마다 의심당할 수 있는 그런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살고 있었던 거죠.


어느 날 신랑이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고 비록 첫째가 태어날 때가 임박했지만 바로 그러라고 말해 줬어요.



신랑은 퇴사 후 대리운전을 하다가 아는 분이 하는 세탁기 청소일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출산휴가 3개월을 쓰고 바로 복직했고, 신랑은 집에서 갓난아기 육아를 맡았어요. 일이 있을 때에는 친정엄마가 안산까지 와 주셔서 아기를 돌봐주셨고요.

초반엔 신랑도 일이 많고, 저도 0교시 수업하러 학교에 7시 40분까지 가야 돼서 친정엄마는 5시 새벽기도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버스를 타고 저희 집에 와주시는 그런 초인적인 생활을 한참 하셨어요.


신생아는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더라고요. 밤에도 수시로 깨서 배고프다 울고 이유 없이 울 때도 많고. 그동안 저 하나만 챙기며 살았는데 생명체 하나를 더 챙기며 살아야 하니 쉽지가 않았어요. 게다가 갓난 아가는 생존을 위해 부모의 쉬는 시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둘의 수입을 합쳐도 소박한데 생활비, 육아비, 친정 빚 갚는 돈 등 나가야 하는 돈이 상당히 많았어요. 돈이 쪼들리니 아무래도 긴장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몇 년 후 신랑이 일이 많이 줄어들어 집에 그냥 있는 날이 많아졌는데 아~ 신랑이 집에 있는데도 제가 아이 등하원을 하면서 아침 출근 때부터 진을 빼고, 정시퇴근하자마자 달려와 아이 하원을 하고, 또 바로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아이랑 놀아주고 청소하고 이것을 오롯이 제가 혼자 다 해야 했어요.

신랑은 뭘 하고 있었냐고요?

신랑은 이제 포트리스가 아닌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루종일 하고 있었답니다. 새벽까지~


너무 억울하고 힘들고 속상했어요. 돈도 내가 벌고 육아도 내가 하고 집안일고 내가 하고~

정말 제 결혼생활 중 이때가 신랑이 제일 미운 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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