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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Jun 14. 2019

아이즈원 콘서트 “아이즈 온 미"가 남긴 메시지

IZ*ONE 1st Concert "EYES ON ME in Seoul"




※ 모든 리뷰는 인스타그램 '돌아보다'(@fake_columnist)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많이 이용해주세요!





데뷔 9개월 차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 IZ*ONE’이 첫 단독 콘서트 “아이즈 온 미 인 서울 Eyes on Me in Seoul”을 마쳤다. 원래 6월 8일과 9일 양일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단기간의 매진에 이은 추가 요청 쇄도로 인해 6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이어졌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이하 ‘프듀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이, 1년도 안 되어 이룬 하나의 결실인 만큼 멤버들의 에너지와 팬들의 호응은 큰 시너지를 이루었다. 3일차(일요일) 기준으로, 아이즈원 단독 콘서트 “아이즈 온 미 인 서울”을 정리해보았다.


(해당 공연의 촬영은 금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글에 비해 사진이 매우 부족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 아이즈원으로 꽉 찬 선곡


선곡 목록(셋리스트)에는 다른 가수의 곡이 하나도 없었다. 데뷔 9개월차이고, 한국과 일본을 합쳐 미니 음반 2장과 싱글 1장이 전부인 아이즈원에게 커버는 필수인 것처럼 보였다. 내심 “프듀48”에서 선보였던 평가 무대를 커버한 버전이나 특별 무대를 기대했던 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아이즈원은 자기들의 곡으로 2시간 반의 무대를 꽉 채웠다. “프듀48” 컨셉 평가 곡들을 아이즈원 버전으로 재편성한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곡이 아이즈원의 곡들로만 채워졌다. 한국 미니 1집과 2집의 모든 수록곡, <괜찮아요>와 <단스오오모이다스마데 ダンスを思い出すまで (춤이 생각날 때까지)>를 제외한 일본 싱글 1집 모든 수록곡, <천퍼센트 1000%>와 <다시 만나>를 제외한 “프듀48”의 모든 곡이 포함되었다. 앵콜을 포함한 23곡이 10개 단위로 묶여 진행되었고, 그 단위별로 감상을 정리했다.





# 01: <해바라기>, <오 마이 O’ My!>, <앞으로 잘 부탁해>


<해바라기>가 오프닝으로 쓰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꽤 좋은 선곡이었다. 최근작인 미니 2집을 여는 곡인 동시에, 팬들(위즈원)이 해바라기처럼 자기들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기 때문이다. 발랄하게 출발한 공연은 <오 마이>와 <앞으로 잘 부탁해>로 이어졌다. 아이즈원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이즈원 츄”의 테마곡인 <오 마이>는 신나는 분위기와 힘찬 전개, 발랄한 안무로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그 결과는 팬들의 떼창을 불러일으킨 <앞으로 잘 부탁해>로 이어졌다. 공연을 여는 인사로 선택된 이 3곡은 꽤나 적절했다.




# 02: <고양이가 되고 싶어>, <기분 좋은 안녕>, <에어플레인 Airplane>


두 번째 테마는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공연이었다. <네코니나리타이 猫になりたい>를 번안한 <고양이가 되고 싶어>, <고키겐사요나라 ご機嫌サヨナラ>를 번안한 <기분 좋은 안녕>, 미니 2집 수록곡 <에어플레인> 모두 한국에서 듣기 힘들었던 곡들이기에 콘서트를 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선곡이었다. 앞선 두 곡 모두 일본 싱글 1집에 수록되었는데, 한국 팬들에게는 활동곡인 <스키토이와세타이 好きと言わせたい>보다 좋은 평을 받았다. 이러한 팬심이 반영되었는지 한국 미니 2집에는 멤버 ‘김민주’가 번안한 <고양이가 되고 싶어>와 ‘이채연’이 번안한 <기분 좋은 안녕>이 수록되었다.


<고양이가 되고 싶어>는 지금의 여유를 즐기는 동시에 자기 탐구를 추구하는 내용으로, 김민주의 시선과 사려가 담겨 있다. 감상용이라고 생각했던 곡의 안무가 구현되는 모습은, 춤알못에게는 그저 신기한 현상이다. 이어진 <기분 좋은 안녕>은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상정하여 이채연이 쓴 곡이며, 꽤나 발랄한 곡임에도 가사 내용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맞물려 팬들에게 눈물 버튼으로 통하는 곡이다. 관객들이 살짝 감성에 젖은 틈을 타 펼쳐진 <에어플레인> 무대는 팬들의 분위기를 확 끌어올렸다. 워낙 박자도 빠르고 신나는 곡인데다, 멤버들이 돌출 무대로 나오는 바람에 열기가 고조되었다. <앞잘부>에서 시동을 걸었던 떼창도 ‘A-I-R-P-L-A-N-E’ 부분에서 더 크게 터져 나왔다.




# 03 <꿈을 꾸는 동안>, <리얼리 라이크 유 Really Like You>, <아름다운 색>


신비로운 분위기의 영상이 나오며 분위기가 살짝 차분해졌다. 앞서 조금 건드렸던 감성이 터져 나올 만한 곡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김민주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꿈을 꾸는 동안>은 무대에 오른 심정을 다룬 발라드로, “프듀48”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된 곡이다. 이어진 <릴리 라이크 유 Really Like You> 또한 꿈을 이룬 순간을 담은 곡이다. 이 두 곡에서 객석에 앉은 팬의 존재감은 부각된다.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이 다루고 있는 ‘우리와 당신들의 이야기’라는 서사의 대전제가 깊이 파고들어 팬들의 감정선이 크게 요동칠만한 순간이었다. 멤버들의 노력과 팬들의 지지가 만나 자기만의 색을 찾은 감동은 <아름다운 색>을 통해 1차적인 결실을 맺는다. 공연의 3번째 테마는 아이즈원이 팬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서사가 그대로 반영된 한 편의 동화였다. 곡 초반 발라드로 편곡된 <아름다운 색>에서 어색함이 덜하고 감동이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 04 <너에게 닿기를>, <롤린 롤린 Rollin’ Rollin’>, <아이 엠 I AM>, <내꺼야>


멤버들을 데뷔로 이끈 애증의 프로그램 “프듀48”의 컨셉 평가 곡들이 연이어 나왔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김채원’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데뷔로까지 이끈 <너에게 닿기를>, ‘장원영’과 ‘혼다 히토미’가 발랄한 모습을 보였던 <롤린 롤린>, 컨셉 평가 때 마음고생이 심했던 ‘안유진’의 테마곡으로 통하는 <아이 엠>, 그리고 “프듀48”의 주제곡 <내꺼야>가 흐르며 “프듀48”을 시청했던 팬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너에게 닿기를>은 완전체로 선보였으며, <롤린 롤린>은 히토미와 장원영이 아닌 다른 멤버들로 채웠다. <아이 엠>은 이 당시 심정적 변화를 많이 겪은 안유진과 이채연이 동시에 출격하여 복잡한 감정을 털어내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내꺼야>를 통해 11개월 만에 입장이 크게 바뀐 멤버들을 보며 프듀48로의 추억 여행은 마무리됐다.




# 05 <쏘 큐리어스 So Curious>, <아야야야 AYAYAYA>


콘서트에 참여한 팬들에 대한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두 곡의 미공개 유닛곡은 상반된 컨셉과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뇌리에 깊게 박혔다. 김채원 · 안유진 · 장원영 · 최예나 · 야부키 나코 · 혼다 히토미의 유닛곡 <소 큐리어스>는 <롤린 롤린>과 <해바라기> 등을 통해 확인된 멤버들의 깜찍 발랄한 면모를 극대화한 후크송이다. <아름다운 색>과 <해바라기>를 만든 ‘텐조’ · ‘키비’ 조합에 더해 ‘김문하 MUNA’ · ‘김형석 Shaun Kim’ · ‘루곤 (김지인)’ 등이 곡 제작에 참여했다.


반면 권은비 · 미야와키 사쿠라 · 이채연 · 김민주 · 강혜원 · 조유리의 유닛곡 <아야야야>는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하는 몽환적인 하우스 기반 트랙이다. 파워풀한 안무 · 곡을 장악한 보컬 · 섹시 코드를 살짝 도입한 강렬한 비주얼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격적인 컨셉, 곡과 안무의 완성도와 더불어 주목받은 것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던 사쿠라와 강혜원의 괄목할만한 성장이었다. 이 곡에서 사쿠라와 강혜원이 주목받은 것은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다. 멤버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 이뤄낸 시너지와, 데뷔했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려던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유닛 무대의 색깔은 극히 달랐다. 그럼에도 ‘팬들이 기대한 아이즈원’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점은 같다. 또한 아이즈원의 향후 행보를 점치는 데에 약간의 힌트를 제공한 셈이다. 멤버들의 노력과 발전 또한 눈으로 확인 가능했다. 여러모로 이 무대들을 보고 머리가 띵했다.




# 06 <스키토이와세타이 好きと言わせたい>, <반해버리잖아? 好きになっちゃうだろう?>


멤버들이 잠깐 숨을 돌린 뒤에는 <스키토이와세타이>와 <반해버리잖아>가 이어졌다. 일본 싱글 1집 타이틀인 <스키토~>는 한국에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어쨌든 일본에서 플래티넘(25만 장)에 성공했다. <반해버리잖아>는 “프듀48” 최종화(데뷔 평가)에 공개된 곡으로, 최예나를 데뷔로 이끈 ‘까딱’ 오프닝으로 유명한 곡이다. 두 곡 다 한국어 가사가 없고 일본어 원곡으로 불렸음에도 떼창이 생각보다는 꽤 나왔다.




# 07 <하이라이트 Highlight>,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 <루머 Rumor>


독특한 뱀파이어 컨셉 영상이 끝난 이후 이어진 무대는 강렬한 선곡에 맞게 뱀파이어 컨셉을 유지한 채 진행되었다. 미니 2집 수록곡인 <하이라이트>는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이 담긴 딥 하우스 장르로, 팬들에게 지지를 많이 얻어 공연 전부터 팬들의 기대치가 치솟았던 곡이다. 아이즈원에게 고혹과 섹시 컨셉을 가장 많이 투영시킨 곡으로, 제목 그대로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이끌었다. 이어진 <라비앙로즈>는 컨셉에 맞게 살짝 편곡되었다. 이 곡에 맞춘 응원법 덕에 팬들의 집중과 긴장도가 최고조로 올라갔다.


절정의 분위기를 폭발시킨 것은 <루머 Rumor>였다. “프듀48” 컨셉 평가에서 연습생들과 청중 모두에게 가장 좋은 평을 받은 곡이며, “프듀48”로 이 곡을 끝내기엔 아깝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권은비가 이 곡을 통해 데뷔했으며, 아이즈원 자체 유닛으로는 권은비 · 김민주 · 김채원 · 이채연 · 최예나가 이 곡을 맡지만, 이번에는 12인조 완전체로 진행되었다. 이 곡에서 관객들이 가장 큰 소리로 반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08 <비올레타 Violeta>


마지막임을 알리는 멘트가 끝난 후, 혼다 히토미와 최예나의 댄스 인트로로 <비올레타>가 시시작되었다. 아이즈원은 물론, 아이즈원의 팬층 또한 발전했음을 입증한 곡이었다. 음악 방송에서 7번 1위에 올랐고, 걸그룹 음반 판매량에서 각종 기록을 세웠다. 발랄하고 산뜻하게 시작했던 콘서트는 전체적으로 팬들과 공유하는 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그 마무리는 가장 가까운 최근이 담긴 곡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 +01 <비밀의 시간>


마지막 곡이 끝난 후에는 팬들의 앵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꿈을 꾸는 동안>의 가사가 스크린에 뜨고, 팬들이 무반주로 완곡을 불렀다. 곡이 어렵고 호흡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노래가 점차 빨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꽤 놀라운 이벤트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곡이 끝난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영상이 나오고, 아이즈원이 다시 나와 <비밀의 시간>을 불렀다. 미니 1집에 수록된 <비밀의 시간>은 남몰래 꿈을 키워가던 시간에 대해 다룬 발라드로, 언젠가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곡이다.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남모를 속을 내비치는 동시에, 꿈을 이룬 이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보태어 가며 꿈이 이루어진 지금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한 동화 같은 곡이다. 엔딩곡으로 <꿈을 꾸는 동안>이나 <기분 좋은 안녕>과 같은 가장 강력한 ‘눈물 버튼’을 피한 것은, 앞으로도 아이즈원의 서사가 계속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 +02 <하늘 위로>


약 2~30분에 달하는 멤버들의 콘서트 소회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내용은 후술.) 한바탕 눈물의 장이 끝난 뒤, ‘진짜’ 마지막 곡인 <하늘 위로>가 흘렀다. <하늘 위로>는 팬들과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고, 팬들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아이즈원의 포부와 감사 인사를 담은 곡이다. 미니 2집에서도 절정을 담당하는 곡이며, 대놓고 팬송을 표방한 곡이기에 피날레로 고정될 가능성이 꽤 높은 곡이기도 하다. 콘서트 내내 놀라운 장면이 많았으나, 운 적 없다는 듯 부드럽게 초고음을 소화하는 조유리 · 권은비 · 안유진 등에게 마지막으로 놀랐던 곡. 멤버들의 밝은 모습으로 콘서트는 마무리되었다.




# 공연의 테마는 ‘아이즈원과 위즈원’


음악 방송은 여러 가수들 사이에서 각 팀의 색깔을 부각시켜야 하는 자리라면, 콘서트는 보다 팬 친화적이다. 자연히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서비스가 투여된다. 콘서트의 구성 하나하나에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지극히 팬층을 고려한 선곡과 무대 또한 다수 편성된다. 콘서트는 그 자체로 최고의 팬 서비스였으며, 아이즈원 또한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공연의 테마는 ‘아이즈원과 위즈원’ 그 자체로 채워졌다.


아이즈원은 멤버들의 다채로운 특성과 매력을 잘 담아내고, 이를 새로운 색깔로 승화하는 등 예상에서 빗나가는 독특한 행보를 보여 팬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멤버들의 귀엽고 발랄한 면모를 애써 누르려 하지는 않았으나, 무대에서는 파워풀한 안무와 멤버들의 조직력을 앞세운 ‘아이즈원’이라는 조직체를 선보였다. “프듀48”을 잘 모르거나, 아이즈원에 대한 별다른 기대가 없었던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낸 것은 이러한 전략과 노력 덕분이었다.


한편 아이즈원은 “프듀48”부터 이어진 서사를 팬들과 끊임없이 공유한다. 연습생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잔인하고 비간적인 “프듀48”의 여러 관문들을 통과했고, 팬들은 각 연습생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까지 함께 했다. 아이즈원이 된 뒤에도 곡의 주제 대부분은 ‘꿈’이나 ‘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아이즈원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 걸그룹 팬들이 걸그룹을 ‘상상 속 연애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일각의 편견과는 달리 - ‘꿈을 이루는 이야기와 과정을 공유하는 소녀들’이다.


이번 공연은 그러한 아이즈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팬들이 기대하는 다양한 장르와 컨셉, 에너지, 완성도, 팬서비스, 그리고 팬들과 함께한 서사까지 ‘아이즈원의 모든 것’이 깊게 투영되었다. 빡빡했던 스케줄 속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거의 모든 곡을 보조 코러스 없이 라이브로 소화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들을 키워내고 함께한 부모님과 가족들, 프듀48 ‘국민 프로듀서’ 시절부터 지켜봤던 팬들, 아이즈원 데뷔 이후 이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팬들, 위즈원인 자식의 손을 잡고 함께 공연을 관람한 부모님들 모두에게 아이즈원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그룹’으로 자라났음을 증명했다.





# 멤버들의 소감


콘서트 3일차 기준으로 멤버들이 풀어낸 소감 중 몇 명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 ‘안유진병’의 정체와 왕관의 무게

항상 당차고 밝은 모습을 보이며 멤버들의 멘트를 정리해내던 안유진은 이례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1일차와 2일차 공연에서 자신의 에너지가 부족했음을 자책하면서, 동시에 콘서트에 대해 스스로 느낀 압박감에 대해 풀어냈다. 또한, “자고 일어나면 다 사라져 있을까 무서웠어요.”며 공연 후에 겪은 공허감과 외로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내 의젓하게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 소리에 지금껏 콘서트를 준비하며 겪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치유되었다.”라며, “우리는 이제 첫 콘서트의 마지막날일 뿐이다. 항상 말씀드린 것처럼 성장하는 모습 항상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라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이로 인해 공연 후에 겪는 공허함과 무력감을 지칭하는 ‘안유진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안유진병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에 안유진과 아이즈원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었다. 공연 후에 찾아오는 공허 · 무력 · 우울은 베테랑 가수들도 쉽게 이겨내지 못하는 증상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아이즈원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프로듀스 출신 그룹의 본질적 특성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조바심을 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유진은 개인 팬덤이 상당하지만,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특유의 ‘대형견’ 이미지와 그룹 내 예능 담당으로 꼽히다 보니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기기도 했고, 예능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워낙 완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가끔 잊는 사실이지만, 안유진은 현재 고1이다. 이번 멘트에서 안유진이 남몰래 짊어져야 했을 고민과 부담이 어땠을지 새삼 느껴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팬들을 챙기고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아주 놀라웠고,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씨가 크게 와닿았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디라 했다. 사실 그 무게를 무거워하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의연해 보였기에 그 왕관이 무거울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이들

이채연에 대한 첫인상은 2013년 말 “케이팝 스타 3”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이었던 이채연의 기량도 눈에 띄었지만, 자신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동생 ‘이채령’(현 ‘있지 ITZY’ 멤버)을 멀리서 다독이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이채연이 아이즈원의 공식 ‘엄마’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까.


“프듀48” 시리즈에서 이채연이 주목받기 시작한 뒤로, 이채연은 당연히 다른 사람까지도 책임지고 이끄는 사람이었다. 아이즈원 데뷔 후에도 이채연은 아이즈원의 공식 엄마이자 비공식적 바이스캡틴(서브리더)으로 통했다. 그런 이채연이 자기 나이대의 흔한 소녀로 돌아가는 순간은 드물었다.


처음은 “프듀48”의 컨셉 평가 시기였다. <쏘리 낫 쏘리 Sorry Not Sorry> 무대에서 활약에 비해 저조한 평가를 받은 이후, 이채연은 남모를 부담감과 탈락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컨셉 평가 직전 리허설에서 이채연은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고, 트레이너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트레이너들은 질책 대신 “괜찮다. 너 잘하고 있다.”며 이채연을 위로했고 그 순간 이채연은 눈물을 쏟아냈다. 억눌렸던 무게가 한번에 쏟아지는 순간이었고, 결국 컨셉 평가 당일 이채연은 <천퍼센트 1000%>의 메인 보컬로 맹활약하며 환히 웃었다.


어쩌면 바로 그다음이 이번 콘서트인 듯하다. 어느새 이채연은 ‘기술적으로 당연히 잘하는 멤버’가 되어 있었다. 한 개인으로서의 면모보다는 멤버들의 평균 실력을 끌어올리는 안무 담당이자 멤버들을 챙기는 채연맘으로서의 역할로 집중이 쏠리면서 자신의 매력을 오롯이 어필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어느새 댄스 브레이크를 담당하는 ‘춤 담당 멤버’는 물론, 멤버들을 챙기는 ‘채연맘’ 또한 당연한 것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이번 공연 코멘트에서만큼은 그런 모습이 부각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매사에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평소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쌓인 말들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쏟아냈고, 남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을 풀어 놓았고, 가족들에게 하고팠던 솔직한 말(“포기하라고 해줘서 감사해요.”)을 전했다. 항상 맏이이고 언니이며 리더였던 부담감을 털어 놓으며, 현재 그룹의 리더인 권은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채연맘’은 오간 데 없고 20살 이채연만 오롯이 남았다. 그런 모습이 팬으로서 반갑고, 안타깝고, 고마웠다.


모든 어른은 항상 다 완숙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어린아이가 되는(혹은 되고픈) 순간들은 찾아온다. 실제 필자의 어머니가 “너네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라고 하셨을 때 받았던 충격을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진짜 각자의 어머니에게도 아이 같은, 혹은 아이가 되고픈 순간은 있다. 하물며 벌써 ‘엄마’라는 별명이 붙은 채연의 부담감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아이즈원 자체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이채연이 항상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쉽게 잊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 엄마로 불리기에 20살은 아직 어리다.




# 부족한 점을 생각한다는 것

권은비의 능력치는 아이즈원 내에서도 꾸준히 부각되는 편이다. 노래와 춤을 비롯한 어떤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몫 이상을 골고루 해내는 모습 때문에 ‘밸런스 캐릭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리더로서 멤버들을 추스르고 다독이며 이끄는 모습이 여러 차례 부각되었다. 동생들의 장난을 다 받아주는 면모가 막내같다 해서 지녀 ‘맏내’로도 불린다.


단기간에 성장하다 보면 성공에 취하기 쉽다.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언급하는 것은, 평소의 사고가 묻어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권은비는 끝까지 부족한 점을 언급했고, 이는 그 점을 채워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이어졌다. “무대 위에서 완벽하지 않은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위즈원”이라거나, “표정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는데 다 받아주는 회사 식구들과 스탭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거나, “시간이 부족해서 안무가가 힘들었을텐데 멋진 무대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멤버들에 대한 감사를 언급하지 않은 멤버는 없었지만, 권은비는 본인의 소감 코멘트때보다 본인의 이름이 언급될 때에(김채원, 이채연 등) 더 크게 우는 모습이었다. 마치 참아내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오는 듯 울었고, 외로웠다는 히토미를 안고 서로 위로하며 우는 사진은 팬들에게 여러 감정을 안겼다. 멤버들을 아끼는 마음과, 남몰래 견뎠을 고충 등이 뒤섞여 쏟아져나오는 그 모습은 3일차 관객들 다수를 눈물 짓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위로하는 것은 쉽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며, 항상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 반성하는 것은 고단하고 외로운 일이다. 권은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멤버들이 자기들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단하고 외로웠을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아이즈원 멤버들은 끝까지 팬들을 앞세웠다. “위즈원 어디 못 가요.”라는 권은비의 한마디에는 팬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 고민을 채우는 것은


누군가는 이미지 속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의 괴리를, 누군가는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누군가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삶의 고단함을, 누군가는 무대 아래에서의 공허감을 토로했다. 미처 다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고, 하나의 고민이 해결되면 다른 고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민에 고민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것은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은 그런 삶을 조금 일찍 시작했다.


결국 각자가 떠안고 있는 고민은 각자의 경험으로 채워가는 수밖에 없다.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무한한 힘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 고민을 뿌리부터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완전한 ‘고민 해소’가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스스로의 경험과 마인드 컨트롤로 그 간극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아이즈원이라는 팀으로서, 그리고 각 개인으로서 이루어내고 있는 성과는 분명하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가끔은 외롭게까지 만드는 그 치열한 순간들이 빚어낸 결과는 실제로 매우 퀄리티가 높다. 느슨해지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것은 좋지만, 스스로를 너무 옥죄거나 부담감에 치여 살 필요는 없다. 무대에서 보이는 모습밖에 볼 수는 없지만, 이미 아이즈원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팬심을 제거하고 보더라도 이들의 성장세는 놀랍다.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라는 격려가 쌓이고 쌓여 그들에게 가닿아야 할 시점이다.





# 시간은 빠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프듀48”도 순식간에 지났고, 어느덧 단독 콘서트도 마쳤다. 아시아 투어와 일본 싱글 2집 “부에노스 아이레스” 활동을 마치면 데뷔 1주년이 다가온다. 데뷔 1주년은 예정된 활동기의 40%를 의미한다.


누구의 바람과도 상관없이 시간은 흐른다. 다만 그 시간의 빠르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미래를 짐작한다면, 팬들은 남은 21개월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은 많을 수 없다. 항상 팬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팬들이 기대하는 중대발표가 무엇인지 안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팬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정답은 오프더레코드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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