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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Aug 28. 2019

[명반 기념일] 8/28: 윤하 2집 "Someday"









사족: 명반과 [명반 기념일]에 대해

윤하 음반과 상관 없는 내용이니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이라는 리스트가 있다. 평론가 · 언론사 기자 · 작가 · 라디오 프로듀서 ·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 음원사이트 기획자 등 음악계의 여러 종사자들이 참여하여 점수가 높은 음반 100장을 선정한 목록이다. 1998년 판은 “서브 Sub”라는 잡지에서, 2007년 판은 음악 웹진 ‘가슴네트워크’에서, 2018년 판은 멜론 · 한겨레 · 태림스코어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선정된 음반들은 한국 대중음악과 대중음악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실제로 높은 지지를 받아 온 음반들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다만 이 리스트들이 절대적 권위를 지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각 음반에 붙은 설명을 보면 ‘기념비적인’, ‘시효’, ‘실험적인’, ‘신선한’, ‘초기’ 등의 어휘들이 많이 보인다. 실제 명단은 음악사적으로나 장르적으로 중요한 음반이 많이 실려 있다. 자연스레 ‘대중성’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대중적으로 성공한 가수들의 음반을 전부 하나씩 골라잡아 때려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음반에 붙은 설명은 대중음악사를 공부한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맥락과 행간이 즐비하다. 이미자 · 김추자 · 이선희 · 신승훈 · 김동률 · 토이 · 김범수 · 박효신 등과 같이 대중성과 음악성에서 모두 호평받고 음악사적으로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 가수들의 음반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점 또한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장르적으로도 포크나 록 등에 치우쳐 있으며, 댄스나 일렉트로니카 등은 박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다만,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명반을 선정하든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철저히 대중적인 성공만을 놓고 대중음악사의 명반이라고 말한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규모가 시대마다 다른 시점에서 대중적 성공을 어떻게 수치화하여 순위를 매길 것인지에 대한 문제, 대중적인 성공을 무조건 명반이라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물리적 음반의 약화와 디지털 음반의 득세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문제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명반의 기준 논의’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같은 자료들은 한국 대중음악과 대중음악사에 관심이 많다면 충분히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절대적 권위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따른다.


지금까지 진행한 리뷰들에서 ‘명곡’이나 ‘명반’이라는 수식어를 함부로 붙인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명곡과 명반의 기준은 다르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하려 한다. 한두 시기에 반복하여 들으며 ‘좋은 음반’이라고 말할 정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생각나는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굳이 다시 꺼내어 언급하고픈 음반들을 ‘명반’으로 칭하려 한다.


[명반 기념일]은 명반이 발매된 날을 기념하는 특별판 리뷰이며, 다른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평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음악을 듣는 데에 시대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태어나지도 않았던 80년대의 음악이나 기억나지 않는 90년대의 음악들에 대해 다루는 것은 만용이자 자만이라 생각하며, 이미 대중적 · 음악사적 평이 끝났거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전망이다. “바라본다”(한영애)나 “사랑하기 때문에”(유재하) 같은 음반들이 명반인지 아닌지에 대해 새삼 다루는 일은 무의미하다.






윤하의 정규 2집 이전까지


아이돌 육성 기조가 휘몰아치던 때에 홀연히 ‘윤하’라는 가수가 나타났다.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고, 2년 여의 활동기를 거쳐 2016년 12월 한국에서도 데뷔했다. 데뷔곡 <오디션 Audition>은 큰 반향을 일으킨 정도는 아니었으나, 함께 수록된 <기다리다>는 윤하 음악 커리어에 꼽을 만한 스테디셀러로 남았다. 2007년 <비밀번호 486>과 <혜성>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정규 1집 “고백하기 좋은 날”은 윤하의 나이에 꼭 맞는 감성과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거쳐 윤하는 <혜성>,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토이), <우산>(에픽하이) 세 곡을 통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혜성>은 기존 윤하의 소위 ‘피아노 록’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갔지만, 유희열과 타블로라는 두 천재 음악가가 빚어낸 윤하의 색깔은 지금까지의 윤하와는 다른 깊이나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곡들은 ‘19세 피아노 소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윤하의 인상을 ‘보컬리스트’로 바꿔냈으며, 윤하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 가뜩이나 정규 1집부터 ‘싱어송라이터’라는 어휘를 밀어붙였지만 실제 공개된 자작곡은 많지 않았던 탓에, 윤하는 언론 플레이의 피해자 아닌 피해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정규 2집 “Someday”


정규 2집 “썸데이 Someday”는 앞서 언급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정규 1집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포진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10대 감성의 발랄함이라는 틀은 어느 정도 유지한 상태였다.


정규 2집은 대놓고 업그레이드 판이다. 윤하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성과 색채가 온전히 들어가 있었고, 그 안에서 보컬이 훨씬 단단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 21살의 나이에 맞지 않는 노련함을 갖추고, 색깔과 자세를 다양하게 바꾸어 가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껏 확장시켰다. 신곡 12곡에 반주곡 · 인스트루멘탈 · 다른 버전의 동일한 곡을 더한 총 17트랙이 풍성한 볼륨을 이루고 있으며, 이 트랙들의 전개가 2부 혹은 3부로 나뉘는 일정한 흐름을 띠고 있어서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가십 보이 Gossip Boy>, <텔레파시>, <베스트 프렌드 Best Friend> 같은 곡들은 윤하의 기존 이미지인 ‘피아노를 활용한 록’의 유지 혹은 확장의 선 안에 있다. <가십 보이> 같은 경우는 다채로운 편곡과 밀어붙이는 템포를 통해 두근거리는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텔레파시>는 <비밀번호 486>이 형성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곡이다. <베스트 프렌드>는 앞선 트랙인 <레인 앤 더 바 Rain & the Bar>, <빗소리>, <레인보우 Rainbow>에서 비가 내렸다 그치는 흐름의 마지막에 있는 곡으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헷갈려하는 심리를 발랄하게 표현한 곡이다. 이 세 곡 중 <가십 보이>는 윤하의 발랄한 이미지의 발전과 확장으로, <텔레파시>와 <베스트 프렌드>는 유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메인스트림의 여성 가수를 지배하던 부드러움 · 발랄함 · 섹시함 일변도의 이미지를 윤하는 정면 돌파했다. <기억>에서 잠시 템포를 늦추긴 하지만, <가십 보이>에서 시작된 강성의 태도는 <히어로 Hero>와 <썸데이 Someday>를 통해 확장된 채 <텔레파시>에 도달한다. 단순히 정규 1집의 <딜리트 Delete>를 잇는 록 넘버를 집어 넣은 정도가 아니라, 휘몰아치는 메탈 사운드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리를 유지하는 윤하의 기량은 청중의 예상과 기대치를 뛰어 넘은 모습이었다.


유명 뮤지션과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기억>, <빗소리>, <스트로베리 데이즈 Strawberry Days> 세 곡은 통속적인 문법에서 조금씩 비껴가는 동시에, 장르적 색채를 잘 살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기억>은 <우산>을 만든 에픽하이의 타블로와의 협업곡이다. 윤하가 잘 시도하지 않았던 일렉트로니카 장르였다는 점에서, <우산>에 이어 윤하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 부각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어쿠스틱한 감성이 지배적인 음반에 섞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이라서 이질감을 느낀다는 평도 왕왕 있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만든 <빗소리>는 바에서 들을 법한 달달한 재즈 넘버로, 감미로운 노랫말과 달달한 음색이 이루어 낸 뭉근한 감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독보적인 감성을 보유한 뮤지션 ‘조규찬’이 만든 <스트로베리 데이즈>는 어쿠스틱한 악기와 알앤비 멜로디가 바탕이 된 곡으로, 특유의 상큼한 음색이 강하게 어필한다.


연주곡 <포 카타리나 For Catharina>는 사실상 <미워하다>의 인트로 역할을 하는데, 이 곡의 위치 선정이 정말 좋다. 몰아치던 장르의 신선한 충격들은 좋든 싫든 일종의 피로감을 선사하기 마련인데, 이 피로감을 씻기 딱 좋은 타이밍에 이 곡이 연주되어 마음이 가라앉는다. <포 카타리나>를 통해 다소 차분해지고 서정적으로 된 마음은 발라드인 <미워하다>를 통해 더욱 애절한 분위기로 접어든다. 데뷔 싱글에 수록된 <기다리다>와 마찬가지로 윤하 작곡 · 심재희 작사 조합을 지킨 ‘하다’ 시리즈의 두 번째 곡이며, <기다리다>에 비해 원숙해진 윤하의 보컬이 귀에 들어오는 정통 발라드이다.


음반 소개글에서 언급된 ‘모든 수록 곡이 타이틀곡이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아 평생을 들어도 손색이 없는 스테디셀러로서의 가치를 자랑한다.’는 문구는, 결과적으로 자성예언이 되었다. 다만 모든 수록곡이 타이틀곡이 되어도 좋을 퀄리티인데, 정작 그 안에서 선정된 타이틀곡은 기대 이하이다. <텔레파시>는 곡 자체의 완성도와 매력도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며, 활동곡 선정의 패착으로 인해 윤하 2집이 더 뜨지 못했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었다. 부랴부랴 <가십 보이>를 후속곡으로 세우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윤하가 전천후 보컬리스트이자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접근하는 뮤지션임을 일깨워준 음반이었음은 분명하다. 팝 발라드, 록, 일렉트로니카, 어쿠스틱 알앤비, 재즈 등 섣불리 시도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를 한 음반 안에 결집시켰음에도 각 곡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으며, 그 곡들이 하나의 완결된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규 2집 “썸데이 Someday”는 뮤지션이자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가 펼쳐지기 시작한 음반으로 받아들여진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2019년 현재, 윤하 음악 인생을 대표하는 음반으로는 정규 3집 파트 비(B) “그로잉 시즌 Growing Season”, 정규 4집 “슈퍼소닉 Supersonic”, 일본 정규 2집 “ひとつ空の下 (히토츠소라노시타: 한 하늘 아래)” 등을 꼽는데, 정규 2집 또한 이견 없이 이 반열에 올라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 8월 28일을 ‘명반 기념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자 한다.






Someday

2008.08.28.



01  Gossip Boy *추천

02  기억 (랩 믹스 버전 - 피처링. 타블로)

03  Hero *추천

04  Someday

05  텔레파시

06  Rain & the Bar

07  빗소리 *추천

08  Rainbow

09  Best Friend

10  Strawberry Days *추천

11  For Catharina

12  미워하다

13  My Song and... *추천

14  울지마요 *추천

15  기억 (오리지널 버전) *추천

16  텔레파시 (Instrumental)

17  미워하다 (Instrumental)


(굵은 글씨는 활동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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