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일정 요약
8월 10일
오스트리아 바트 이슐 (Bad Ischl) + 할슈타트 (Hallstatt) + 장크트길겐 (St. Gilgen)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OÖ Einzelticket
숙소: St. Virgil
일정: 바트 이슐 시내, 교회, 묘지, 프란츠 레하 빌라 / 할슈타트 호수 / 장크트길겐 볼프강 호수
오늘은 버스로 이동하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
역시나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150번 버스를 타는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다.
버스기사 놈이 내가 내민 티켓을 보더니 “이건 티켓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한참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그냥 타라” 한다.
응, 너 신고.
이 놈 덕분에 바트 이슐에 늦게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중 바트 이슐을 보러 온 사람은 없다.
다들 할슈타트로 가야 하는데 이 망할 놈 때문에 버스랑 기차를 놓쳤다.
심지어 중간에 내려서 담배까지 피우고 왔던 놈이다.
결국 다음 버스까지 1시간 10분이나 기다려야 했는데, 그냥 서있기엔 길고 뭘 하기엔 애매한 시간. 어플을 보니 1시간 40분 뒤에 버스가 있다고 해서, 이걸 탈 생각으로 바트 이슐 시내를 빠르게 훑어보기로 했다.
먼저 조금 떨어진 곳부터 걸어갔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와 구경을 했다.
황제빌라는 패스하고 (비엔나의 쇤부른 궁전도 별 거 없는데, 별장이 더 화려할리가 없다), 대신 시내를 돌았다.
안톤 브루크너 (Anton Bruckner)가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교회에 갔는데, 하필 미사 중이다.
오르간을 보려면 앞으로 가서 뒤돌아봐야 하는데, 어쩔 수 없어서 그냥 나왔다.
바트 이슐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별장이 있고, 황제가 엘리자베트 황후와 약혼을 한 도시이면서, 소금 생산지이자 온천 도시, 요양 도시, 게다가 작곡가 프란츠 레하 (Franz Lehár)의 도시다.
시내에 들어오니 레하 페스티벌 광고가 붙어있다.
찾아보니 레하 동상도 있고, 그가 살던 집인 레하 빌라도 있었다.
당연히 봐야지 싶었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우선 역으로 돌아갔다.
도시 이름에 바트 (Bad)가 붙으면 국가 인증 온천 도시라는 뜻이다.
이슐은 Ischl 강에서 온 이름인데, 현지인들은 도시 이름을 그냥 이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시내에는 오히려 트라운 강 (Traun)이 흐른다.
트라운 강 위에 지어진 엘리자베트 다리 (Elisabethbrücke)는 유겐트슈틸 (Jugendstil) 양식으로 지어졌고, 비엔나 U4 노선 역에서 자주 보이는 요제프 호프만 (Josef Hofmann) 특유의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다.
공사 때문에 기차 대신 대체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직원이 기차를 타란다.
기차를 타면 호수 반대편 역에 내려서 배를 타고 시내로 와야 해서 버스로 바로 들어가려고 한 거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직원 놈을 못 믿고 기차에서 내려버렸다.
그리고 대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역시나 할슈타트 시내까지 바로 간다. 망할 놈 2.
원래 할슈타트에는 큰 뜻이 없어서, 빠르게 구경하고 다시 바트 이슐로 돌아가 레하 빌라를 보려고 했다. 그래도 왔으니 소금광산, 스카이워크 따위는 당연히 패스하고, 시내 중심 길을 쭉 걸었다.
왼쪽엔 상점, 오른쪽엔 호수.
제일 유명한 사진 스팟에선 역시나 마라탕 친구들이 줄 서 있었다.
그냥 비집고 들어가 구경하고 빠져나왔다.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배를 타고 기차역으로 넘어갈까 했지만, 시간상 543번 버스를 타고 Gosaumühle까지 간 뒤, 거기서 541번으로 바트 이슐까지 가는 게 가장 빨랐다.
기차 대체 버스는 아까 타고 온 것이 하필 이번 공사기간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버스였다.
Gosaumühle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할슈타트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
541번을 기다리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다들 542번을 타러 간다. 나 혼자 남았다.
나중에 보니 다들 고사우 호수로 가던 거였다.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레하 빌라는 매시 정각 가이드 투어로만 들어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오후 5시까지인지, 마지막 입장이 4시인지도 애매하게 쓰여 있어서 마음만 급했다.
다시 바트 이슐로 돌아오니 다행히 15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브루크너 교회에 갔는데, 이번에는 합창단이 연습 중이다.
뭔가 느낌이 아주 안 좋다.
결국 또 못 보고, 그대로 레하 빌라로 갔다.
오후 4시 투어에 맞춰 입장했다.
역시 학생 티켓으로 들어갔다.
참가자는 총 세 명. 나랑, 가이드 아저씨 친구 두 명.
소규모라 그런지 설명이 훨씬 디테일했다.
다들 내가 독일어 알아듣는지 눈치 보며 배려해 주는데, 적당히 말 못 하는 척을 했다.
너무 독일어가 유창하면, 학생티켓 나이 제한인 26살이 의심될 수 있어서였다.
레하 빌라는 그가 직접 살던 집이다.
수집품은 정말 다양했다. 바로크 가구부터 유겐트슈틸까지 뒤죽박죽.
당시 히트곡인 Dein ist mein ganzes Herz 악보에는, 이 곡을 불렀던 Richard Tauber의 자필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이 곡이 레하가 살아있을 때 총 100만 번이 연주되었다고 하니, 레하가 얼마나 부자였을지 상상이 안된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실제로 그 당시 유겐트슈틸 가구들이 정말 비쌌다고 한다.
지금이야 말 그대로 장식품으로 놔두는 정도지만, 지금으로 치면 유겐트슈틸 가구가 오늘날의 70년대 빈티지 가구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그때 보다 지금 유겐트슈틸 가구의 가치가 1/3이라고 한다.
비더마이어 (Biedermeier) 양식의 가구는 이미 100년이 지났기에 오히려 복제품들이 더 많았고, 복제품들까지도 비더마이어 양식으로 인정해줬다고 한다.
나는 바이올린 전공이라 레하 곡을 연주할 일이 사실상 없었고, 그래서 큰 관심이 없던 작곡가였는데 막상 설명을 들으니 흥미롭긴 했다.
마지막 방에서 나와의 연관점을 찾아냈다.
레하가 아스피린을 처방받았던 처방전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 약국이 하필이면 내가 코로나 검사받고 양성 판정받았던 그 비엔나 약국이었다. 약도 더럽게 비싼 약국이다.
투어가 끝난 뒤 가이드 말대로 빌라 뒤쪽으로 가니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그곳에 레하의 무덤이 있었고, 옆에는 타우버의 무덤(은 아니고 기념비, 무덤은 런던에 있다)도 있었다.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교회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렀다.
그런데 이번엔 연주회 중이다.
같은 교회를 하루에 세 번 갔는데, 단 한 번도 제대로 구경을 못한 건 진짜 처음이다.
150번 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던 중, 장크트길겐 Franzosenschanze 정류장에서 내렸다.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라 궁금했는데, 사람들이 볼프강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물에 들어가는 걸 안 좋아하지만, 이 날만큼은 수영복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적당히 호수 구경을 마치고 잘츠부르크로 돌아와서 식빵을 먹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기차가 공사 중이라 안 다니면 거의 대부분 대체 버스가 다닌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형광색 조끼 입은 직원들이나 유니폼 입은 직원들이 안내를 해준다.
잘 모르겠으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곳으로 따라가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버스를 타면서 꼭 오버액션을 하면서 물어보자.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해결이 쉬워진다.
바트 이슐에서 할슈타트를 가는 법
541번 버스를 타고 Gosaumühle까지 간 다음, 거기서 543번으로 갈아타고 Hallstatt Lahn에서 내리기
기차를 타고 Hallstatt 기차역에서 내려서 배를 타고 Hallstatt Markt에서 내리기
St. Gilgen Lueg
St. Gilgen Franzosenschan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