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바쁜 일상 속 틈틈이 즐기는 문화생활
장소: Musée national de la Légion d’honneur et des ordres de chevalerie
일정: 박물관 관람
이번에도 벼르고 벼르던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오르세 미술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레지옹 도뇌르 박물관이다.
집에서 오르세로 가는 버스는 늘 제멋대로다.
정보도 맞지 않고, 꼭 늦게 온다.
걸어서도 30분이면 갈 거리인데, 이상하게도 버스를 타면 그 30분을 기다리게 된다.
그냥 “훈장 몇 개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겠지”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훈장이란 훈장은 다 훔쳐온 듯한 느낌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실제로 훔친 건 없고, 전부 직접 제작하거나 받은 것들이었다.
박물관은 시대별로 아주 깔끔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십자군과 관련된 기사단 훈장들로 시작한다.
그다음은 우리가 익히 아는 루이 친구들, 즉 프랑스혁명 이전 왕정 시대의 훈장들이 이어진다.
맨 꼭대기 층에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훈장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3세, 두 차례의 세계대전, 샤를 드골, 그리고 2015년 파리 테러와 관련된 훈장들까지.
프랑스의 역사가 훈장 하나하나에 압축되어 있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자, 진짜 관람의 지옥이 펼쳐졌다.
복도 양옆이 온통 서랍으로 된 전시 공간이었다.
각 서랍 안에는 나라별 훈장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이걸 전부 손으로 하나씩 열어서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서랍은 허리 아래 높이라 자세도 불편했고, 금속 덩어리라 무게도 꽤 나갔다.
여덟 칸짜리 서랍장이 최소 서른 개는 있었다.
별의별 나라가 다 있었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라들도 보였다.
그 안에서도 시대별 구분이 세심하게 되어 있어서,
예를 들어 유고슬라비아와 그 이후 나라들이 따로 나뉘어 있었다.
출구 쪽에는 ‘중요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폴레옹 관련 훈장과 기념품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2018년 월드컵 우승 관련 전시물까지.
한 시간쯤이면 다 보겠지 싶었는데, 결국 세 시간이 훌쩍 넘었다.
제대로 보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찍은 사진만 850장이 넘을 정도로 오르세의 2/3 규모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무엇보다 이 정도 규모와 내용이 무료입장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