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이론 아는 척 하기 (3편)

메시앙의 통합적 실험

by 돈 없는 음대생

바흐의 평균율은 옥타브를 12개의 균등한 반음으로 나누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여전히 배음 구조를 토대로 한 조성적 위계가 기능했다. 20세기 초 쇤베르크는 이 평균율의 균등성을 바탕으로 12개의 음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작품 전체의 조직 원리로 사용하는 12음 기법을 확립했고, 이는 배음 기반의 전통적 위계와 다른 형태의 음 조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변화는 서양 음악의 관심을 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서 옥타브를 어떻게 분할하고 그 분할을 어떤 체계로 배열할 것인가라는 보다 구조적, 이론적 수준으로 이동시켰다. 조성화성, 선율 같은 미학적 범주는 20세기 이후 점차 옥타브 분할음 배열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옥타브 분할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등장


평균율이 정착하며 옥타브가 균등 분할된 이후, 작곡가들은 음 간격을 하나의 추상적, 수학적 구조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낭만 후기의 조성 약화는 이러한 구조적 접근을 촉발했고, 자연 배음에 근거한 위계보다는 옥타브 내부 간격의 재구성이 중요한 탐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은 모두 옥타브 분할 방식의 변형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묶인다.


드뷔시는 옥타브의 6등분(온음계)을 활용해 색채 중심의 음향을 만들었다.

쇤베르크는 12등분 구조를 규칙적 배열로 확장해 음렬 기법을 구축했다.

민속 음악과 20세기 작곡에서는 1/3음, 1/4음, 24, 36분할, 또는 13, 17, 19등분 등 더 세분되거나 비정규적인 분할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접근들은 미학적으로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옥타브라는 동일한 틀을 새로운 간격 체계로 다시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조성이 약화되면서 기존의 자연적 위계(토닉–도미넌트, 협화·불협화)도 중심적 기능을 잃었다. 이에 따라 작곡가들은 조율법과 선택된 분할 방식에 따라 옥타브 내부 간격을 달리 설계했고, 배음과의 미세한 어긋남에서 생기는 센트 차이를 새로운 음색과 화성적 효과로 활용했다.


비시네그라드스키의 1/4음, 발칸, 터키 음악의 24, 36분할, 현대 마이크로토널 작곡가들의 13, 19, 31등분 조율 등은 모두 이러한 분할 변화가 가져오는 음향적, 구조적 차이를 실험한 사례들이다.




쇤베르크의 대안: 구조적 자유와 영적 탐구


12음 기법의 한계와 메시앙의 대응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은 조성 해체 이후 음악에 새로운 조직 원리를 제공했지만, 음정 간의 자연적 위계를 모두 제거함으로써 청각적 명료성과 전통 화성에서 기대되던 울림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음이 구조적으로 동등하게 취급되며 발생한 이러한 문제는, 음악이 지나치게 체계의 구현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메시앙은 이 지점에서 12음적 구조청감적 매력을 동시에 충족하는 대안을 모색했다. 그는 음악을 신학적, 정신적 경험을 전달하는 매체로 이해했고, 따라서 구조적 질서, 감각적 공명, 종교적 상징성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요구했다. 그의 해법은 제한적 전위 모드를 통한 음정 조직과, 자연 배음에서 비롯되는 명확한 음색, 화성 감각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리듬, 음색, 신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


메시앙의 음악은 음정 조직을 중심으로 한 서양 작곡 전통을 넘어서, 리듬과 음색, 종교적 상징을 단일한 구조적 체계로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그 고유성이 드러난다.


그는 중세 선법이나 고대 그리스 운율, 인도의 탈라(Tala) 체계 등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적 자원을 받아들였으며, 이를 단순히 외부 요소를 끌어오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작품 안에서 시간과 음높이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로 재해석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 조직과 음정 조직을 재구성하는 데 실제로 기능하는 구조적 재료로 사용되었다.


자연의 소리, 특히 새소리는 메시앙에게 중요한 작곡적 원천이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자연 묘사로 취급하지 않고, 새소리의 리듬적 형태와 음정 패턴, 음색적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해 작품의 구성 요소로 편입했다. 이처럼 음색을 구조적 단위로 바라보는 태도는 훗날 스펙트럴 음악에서 배음과 음색을 중심으로 음악을 조직하려는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올리비에 메시앙 - Catalogue d'oiseaux - II. Le Loriot (실제 새소리와 대조시킨 영상)


또한 메시앙이 가진 공감각적 특성음정, 화성 체계색채와 결부시키는 작곡적 사고로 이어졌다. 특정 모드나 화음은 그에게 구체적인 색조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감각은 음악적 구조가 청각적 질서뿐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메시앙의 음악 언어는 음정, 리듬, 음색, 종교적 의미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체계 속에서 기능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메시앙의 수학적 구조: 제한적 전위 모드


메시앙은 쇤베르크와 마찬가지로 옥타브를 구조적으로 분할했지만, 목적은 모든 음의 평등이 아니라 대칭적 구조 안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는 조성적 위계 없이 안정감을 만드는 새로운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드뷔시처럼 색채적 사고를 유지하면서, 쇤베르크처럼 옥타브 균등성을 구조적 기반으로 삼았다. 즉, 색채와 구조, 자연 배음과 인위적 규칙을 동시에 활용한 작곡가였다.


메시앙의 모드는 단순한 종교적 상징이나 새로운 스케일이 아니라, 옥타브 균등성에서 파생되는 대칭적 구조들의 체계적 분류였다.


모드의 개념과 제한적 전위의 수학적 원리


메시앙은 자신의 음악적 사고를 "나의 음악 언어 기법(Technique de mon langage musical)"에서 제한적 전위 모드(Modes à transpositions limitées)로 체계화했다. 이 모드들은 총 일곱 가지로, 모두 옥타브를 특정 음정 간격으로 균등하게 나누는 수학적 원리에 기반한다.


제1모드 - 온음계 (Whole-tone scale)

옥타브를 온음 간격으로 6등분

전위 가능: 2회 (C-D-E-F#-G#-A#과 C#-D#-F-G-A-B의 두 가지 전위가 가능하다. 반음 더 올리면 D-E-F#-G#-A#-C가 되어 첫 번째와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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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모드 - 반음–온음계 (H-W)

반음과 온음을 번갈아 사용, 옥타브를 4등분

전위 가능: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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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모드 - 온음-반음-반음 (W-H-H)

패턴: W-H-H 반복

전위 가능: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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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모드 - 반음-반음-3반음-반음 (H-H-3H-H)

패턴: H-H-3H-H 반복

전위 가능: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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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모드 - 반음-4반음-반음 (H-4H-H)

패턴: H-4H-H 반복

전위 가능: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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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모드 - 온음-온음-반음-반음 (W-W-H-H)

패턴: W-W-H-H 반복

전위 가능: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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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모드 - 반음-반음-반음-온음-반음 (H-H-H-W-H)

패턴: H-H-H-W-H 반복

전위 가능: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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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의 모드는 단순히 새로운 스케일이 아니라, 옥타브를 수학적 간격으로 나누고 음을 배열하는 구조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단2도 간격으로 나누면 12개의 반음계가 되고, 장2도 간격으로 나누면 드뷔시의 온음계가 된다. 단3도 간격으로 4음을 쌓으면 옥타브 균등 분할에 따른 감7 화음의 재료가 되고, 장3도 간격으로 3음을 쌓으면 증화음이 만들어진다. 트리톤으로 나누면 옥타브를 절반으로 나누는 대칭 구조가 형성되며, 완전4도와 완전5도를 활용하면 전통 화성 진행과 연결된다. 이러한 간격과 배열의 조합을 통해 메시앙의 모드가 생성된다.


메시앙의 제한적 전위 모드 7개는 모두 옥타브 내 음을 반복적 패턴으로 배열하며, 전위 가능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제한은 대칭성안정감을 제공하며, 근음 없이도 청감적으로 정지된 구조적 균형을 만든다. 그는 12음 기법의 조성 붕괴와 균등 분할 원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모든 음을 균등하게 배열하는 음렬 대신 대칭적 제한 전위 모드를 활용해 청감적, 색채적 안정감과 부분적 질서를 동시에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메시앙은 드뷔시의 색채적 온음계 사고쇤베르크의 반음적 조직을 결합한 독창적 음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메시앙과 다른 작곡가들이 발견한 제한적 전위 모드는 총 15개가 있다.


15_MTL.jpg 옥타브를 균등하게 나누는 15가지 방법.

여기에 전부 반음으로 이루어진 반음계와 극단값인 무음으로 이루어진 음계 (존 케이지의 4'33")가 더 존재한다.




배음적 화성으로의 회귀: 색채와 울림의 재활용


메시앙의 중요한 성취 중 하나는, 쇤베르크처럼 배음 구조를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이를 새로운 화성 언어의 원천으로 다시 활용했다는 점이다.


고차 배음의 적극적 사용과 음색적 친화성


메시앙은 전통적 장, 단 3화음이나 12음의 균등 분포에 기대지 않고, 고차 배음의 성질을 참조하여 화음을 설계했다. 그는 특정 화음을 선택할 때 그 화음이 자연 배음 구조와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 즉 음색적 일관성이 형성되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인상주의 음악에서 나타난 색채적 화성 경향과도 연결된다.


그는 또한 7차, 11차, 13차처럼 12평균율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배음의 음정 비율을 자신의 화성 재료로 수용했다. 예를 들어, 13차 배음은 A♭보다 약간 높은 주파수에 위치하며 전통 조성에서는 불협으로 다뤄지지만, 메시앙은 이를 특정 음색적 성질을 가진 독립적 구성 요소로 인식했다. 이 비평균율 배음들은 실제 연주에서 12평균율의 근사치로 구현되지만, 그 근사 자체가 새로운 음색적 성질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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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적 화성 체계인 공명 화음(accords de résonance, 4, 5, 6, 7, 9, 11, 13, 15차 배음)은 하나의 근음을 기준으로 저차에서 고차에 이르는 배음을 수직적으로 구성한 형태로, 악기의 실제 공명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화음은 결과적으로 짙은 울림과 밀도 있는 음색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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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화음을 이루는 재료들 (4, 5, 6, 7, 9, 11, 13, 15차 배음)과 화음으로 쌓은 형태


공감각과 화성의 색채적 구조


메시앙은 공감각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특정 모드나 화성을 일정한 색채로 지각했다고 기록한다. 서양 음악사에서 색채와 음정을 연관 짓는 사례는 메시앙만의 특수성은 아니며, 스크리아빈(Alexander Scriabin)이나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 역시 음조-색채 대응표를 남기는 등 유사한 공감각적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메시앙의 경우 이러한 지각 방식이 단순한 개인적 취향이나 시각적 연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작곡의 구조적 원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Scriabin-Circle.svg.png 스크리아빈의 음조-색채 대응표


그에게 화음은 주파수 비율의 조합에 그치지 않고, 특정한 색, 명도, 질감을 가지는 하나의 단위였다. 따라서 모드나 화음의 선택과 배열은 자연스럽게 색채의 조합과 대비라는 관념과 연결되었다. 메시앙은 이를 작곡 과정의 중심에 두었으며, 작품의 형식 역시 종종 이러한 색채적 대비와 전환을 따라 구성되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화성과 음색을 독립된 요소로 다루던 서양 음악 전통을 넘어, 화성 = 음색 구조라는 일원적 관점을 강화했고, 이는 이후 스펙트럴 음악이 '배음 구조를 곧 화성 구조로 삼는' 작곡 원리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메시앙의 통합적 구조: 리듬, 시간, 그리고 총렬의 전조


메시앙은 음정뿐 아니라 리듬과 시간 구조에서도 수학적, 구조적 사고를 적용하여, 이후 총렬주의로 이어지는 길을 열었다. 그는 전통적 박자와 강약의 규칙성을 해체하고, 리듬독립적이면서도 조직된 구조로 다루었다.


그의 대표적 기법 중 하나인 가치 부가 리듬(Rythmes avec valeurs ajoutées)은 기본 리듬 패턴에 작은 음표 길이를 더하거나 빼서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반복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시간적 질서를 만든다. 예를 들어 3박 패턴에 1/16음표를 더함으로써 미묘하게 변형된 리듬을 생성한다.


Messiaen, Olivier -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Score)_Page_04.jpg + 표시가 된 부분처럼, 음표를 추가하거나, 쉼표를 추가하거나, 음 길이를 점을 통해 늘리거나 해서 변형시키는 가치 부가 리듬. 반대로 길이를 줄일 수도 있다.


또한 메시앙은 고대 인도의 데시-탈라(Dēśi-Tāla)와 같은 복잡한 리듬 체계를 연구하고 이를 서양 음악 맥락에 맞게 적용했다. 이를 통해 리듬 자체를 구조화된 시간 단위로 이해하고, 규칙적 박자 개념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조직 방식을 실험했다.


그는 리듬에도 대칭적 구조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예가 비가역적 리듬(Rythmes non rétrogradables)으로, 앞에서 읽거나 뒤에서 읽어도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는 리듬이다. 이는 음렬원형(P)과 역행(R) 관계에서 나타나는 대칭성에 상응하며, 시간적 안정성영속성을 상징하는 메시앙의 신학적 주제와 연결된다.


Messiaen, Olivier -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Score)_Page_05.jpg 비가역적 리듬의 예 - 메시앙 -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메시앙은 음정, 리듬, 강세, 음색 등 음악적 매개변수를 독립적 요소로 취급하면서 동시에 구조적으로 조직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후대의 총렬주의(Total Serialism)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그의 제자였던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는 메시앙의 구조적, 수학적 사고를 발전시켜 음정뿐 아니라 리듬, 강세, 음색까지 총렬화하는 방식을 완성했다


즉, 메시앙은 12음 기법의 구조적 질서와 배음적 울림, 리듬의 수학적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현대 음악에서 음정, 시간, 음색이 모두 구조적 단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불레즈와 총렬주의로 이어지는 현대 음악의 근본적 사고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시간의 정지와 색채의 영속성


메시앙의 음악에서 시간은 종종 정지되거나 순환하는 느낌을 준다. 이는 조성 중심목표 지향적 시간 구조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특정 색채와 상태 속에 영속시키는 효과를 만든다. 반복적 리듬과 대칭적 모드 사용은 청자가 색채적 순간에 머무르게 하며, 이는 그의 가톨릭 신앙과 맞물려 영원성, 묵상, 신의 시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메시앙의 미학은 크게 세 가지 원리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칭성으로, 반전, 전위, 전조에도 구조적 층위를 유지하는 음계 체계를 사용했다. 둘째, 불변성으로, 특정 음계는 일정한 트랜스포지션 이상으로 이동시킬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다(예: 온음계 2개, 옥타토닉 3개). 셋째, 색채로, 특정 음계 간격이 특정한 청각적, 심리적 색채를 생성한다는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


메시앙은 배음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쇤베르크처럼 12음 기법으로 음정을 평등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대신 배음과 인위적 대칭 구조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색에 주목했다. 그의 모드는 자연, 신비, 영적 관념과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수학적 구조미학에 기반한 실험적 장치로 기능했다.




메시앙의 구조적 유산과 스펙트럴의 탄생


메시앙은 20세기 현대 음악의 근본적인 모순, 즉 '이성적 구조''자연적 감각'의 대립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 메시앙은 12평균율과 12음 기법의 균등 구조를 ‘제한적 모드’로 수용해 조성 없이도 안정적 구조를 만들고, 배음을 색채와 공명의 재료로 재활용했다. 또한 가치 부가 리듬과 비가역적 리듬으로 시간 구조를 조직하여, 총렬주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메시앙의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는 음색을 구조적 요소로 활용하고, 배음 기반 화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13차 이상의 고차 배음까지 고려한 공명 화음과 색채적 인식을 결합함으로써, 화성, 음색, 모드가 통합된 음악 언어를 창출했다. 그는 공감각적 경험을 작곡의 근본 요소로 삼아, 화성과 음색을 분리하지 않고 ‘화성 = 음색’이라는 일원적 사고를 정립했다.


이러한 메시앙의 접근은 1970년대 제라르 그리제(Gérard Grisey)와 트리스탄 뮈라이(Tristan Murail)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배음 스펙트럼을 음악 구조의 근거로 삼는 스펙트럴 음악으로 이어졌다. 메시앙의 제한적 전위 모드는 12음 체계의 반복적 대칭성을 활용하면서도 배음적 친화성을 유지해 청감적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그의 ‘정지된 색채적 시간’ 개념은 스펙트럴 음악느리고 유기적인 스펙트럼 변형으로 계승되었다.


결국 현대 음악이론의 근본적 출발점은 미학적 범주가 아니라 옥타브를 어떻게 균등하게 나누고 구조화할 것인가라는 수학적 문제에 있으며, 드뷔시, 쇤베르크, 메시앙 모두 서로 다른 방식과 음계 수를 사용했지만, 동일한 옥타브 구조 실험이라는 근원적 과제를 탐구했다. 메시앙은 그 실험을 배음음색이라는 자연적 질서와 결합함으로써, 스펙트럴 음악의 탄생을 위한 구조적, 미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배음 표기 방식


독일 음악 전통은 바흐에서 리만(Riemann)으로 이어지는 기능화성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체계에서는 음이 상승하여 긴장을 만들고 해결로 이끄는 방향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음을 올려 변형하는 # 표기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웠다. 독일어 자체의 음명 체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Cis, Dis, Gis처럼 #을 붙일 때 발음(+is)과 표기가 규칙적이고 명확하여, 상승 음정의 기능을 음이름에서도 드러내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구조적 사고방식은 자연배음조차 상행적 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배음 13번째에서도 독일권에서는 주로 G#계열(Gis +41c)로 읽힌다.


반면 프랑스중세 선법 전통과 더불어 드뷔시라벨을 거쳐 메시앙스펙트럴 음악으로 이어지는 음색, 배음 중심의 미학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프랑스 음악에서는 자연 배음에서 자주 나타나는 미세하게 낮은 성향의 배음(7번 -31c, 11번 -49c, 13번 -59c)이 중요한 ‘색채적 정보’로 사용되었고, 이를 표현하는 데 b 계열 표기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언어적 측면에서도 'bémol(플랫)'은 음색적 성향을 부드럽게 묘사하기에 적합했으며, 프랑스어 음명에서는 b 계열이 실제 음악 어휘와 매끄럽게 연결되었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같은 13번째 배음도 Ab 계열(La bémol +41c, 혹은 아예 A 1/4b)로 읽히는 경향이 강하다. (G#=Ab이고 13번째 배음은 Ab과 A 중간에 위치한다. Ab 보다는 41c 높고, A 보다는 59c가 낮기 때문에, A 1/4b 보다 9c 낮은음이다. 그래서 그냥 A 1/4b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같은 음고라도 독일에서는 상행적 변형이라는 구조적 관점 때문에 #으로 이름 붙여지고, 프랑스에서는 자연 배음의 색채라는 음향적 이유b으로 이름 붙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명명 차이는 음악 언어의 깊은 구조에 뿌리내린 것으로, 단순한 기호 선택이 아니라 두 문화권의 음악적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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