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일정 요약
8월 2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Wien) + 잘츠부르크 (Salzburg)
교통: ÖBB +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숙소: A&O Hostel Wien Hauptbahnhof + St. Virgil
일정: 이동 / 연주
8월 2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 첼 암 제 (Zell am See) + 크림믈 (Krimml)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숙소: St. Virgil
일정: 폭포 / 호수
8월 2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숙소: St. Virgil
일정: 시내 / 갤러리 / 연주구경 / 모임
베프님이 어제 일찍 가야 했던 게 미안했는지, 아침에 한 번 더 보자고 했다.
그래서 전날 짐을 거의 다 싸두었다.
아침 8시 반쯤 한 시간 정도 중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중앙역에 Oberlaa 카페가 새로 생겼길래 그곳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방으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쓰레기통에 빈병이 버려져 있었다.
더럽지 않아서 비닐봉지에 담아 챙겼다.
체크아웃 후 기차 시간이 한 시간 반쯤 남아 호스텔 로비에서 잠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중앙역 지하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빈병을 소중한 1유로로 바꿔서 기차를 탔다.
기차는 아무 문제 없이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날씨는 구렸다.
바로 기차를 타고 호텔로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놓쳤다.
30분을 기다릴 수는 없어 버스로 갈아타고 겨우겨우 도착했다.
이번에 받은 방은 더블베드였다.
자리만 괜히 좁아지고 불편해졌지만, 어차피 4일만 있을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짐을 풀고 젖은 옷을 정리한 뒤, 연주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악기를 잡고 사운드 체크 후 연주를 끝냈다.
다들 오래 놀다 온 탓인지 연주가 어딘가 이상했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여러 번 하면 복불복이 심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날의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지난번에는 입구 왼쪽 편 방이었는데, 이번엔 오른쪽이다.
오른쪽은 복도도 방도 습하고 덥다.
벌레도 많다.
맘에 안 든다.
원래는 그문덴 (Gmunden)을 가보려고 했는데, Guest Mobility Ticket이 생겨서 첼 암 제 (Zell am See)로 가기로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정확히 어디를 목적지로 할지는 못 정했다.
카프룬 (Kaprun), 지그문트 툰 폭포 (Sigmund Thun Wasserfall), 슈미텐회헤 케이블카 (Schmittenhöhe), 크림믈 폭포 (Krimml Wasserfälle), 키츠슈타인호른 케이블카 (Kitzsteinhorn) 등의 후보군을 몇 개 두고 고민하다가, 돈은 적게 쓰면서 제일 확실하게 뭔가를 볼 수 있는 크림믈 폭포로 결정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첼 암 제 (Zell am See)로 우선 가서 첼 암 제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크림믈로 가야 한다.
편도로만 4시간이 걸린다.
거의 2시간 만에 첼 암 제에 도착했는데, 호수 위로 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진은 못 찍었다. 이때 찍었어야 했는데, 버스 시간이 딱 맞아 바로 크림믈로 넘어가야 했다.
한 시간 반을 더 달렸다.
도로는 왕복 2차선인데, 양옆으로는 말도 안 되게 높은 산맥이 끝없이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려 입장권을 사러 갔더니, 폭포만 보려면 입구에서 따로 사라고 했다.
6분 남짓 걸어가니 호헤 타우에른 국립공원 (Nationalpark Hohe Tauern)이 나온다.
입장료는 꼬꼬마/어른 2종류밖에 없다.
9유로나 내고 들어갔다.
폭포는 총 세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실은 한 줄기 폭포지만 구경하는 곳이 상, 중, 하로 나뉘어 있다.
총 11개의 관람 포인트가 만들어져 있다.
폭포는 좋았다.
이게 진짜 폭포다 싶은 느낌이다.
그동안 유럽에서 본 폭포라는 건 사실상 그냥 시냇물을 위아래로 흐르게 한 정도였는데, 여긴 확실히 달랐다.
물살도 세고, 물보라가 장난 아니었다.
폭포 근처에 서있으면 튀는 물에 옷이 다 젖는다.
산이라 공기도 차고, 물도 튀는데 얇은 반팔 티셔츠밖에 없어 은근히 추웠다.
중간 지점에는 레스토랑과 산장이 하나 있다.
굳이 꼭대기까지 안 가도 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봤다.
마지막 코스는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고, 볼거리가 특별히 더 있진 않았다.
밑에서 보는 게 제일 멋있었다.
마지막 폭포에서 산길을 따라 18km만 더 걸으면 이탈리아가 나온다.
버스 시간을 미리 안 찾아본 탓에, 내려와서 버스를 35분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5분 뒤 출발하는 다른 버스가 있어 그냥 탔다.
중간쯤에서 내려 기차로 갈아타는 버스였다.
내리자마자 보인 건 올 때 버스에서 보았던 낭만 넘치는 빨간색 기차였다.
괜히 신났다.
그 기차를 한 시간 정도 타고 첼 암 제로 갔다.
첼 암 제 기차역 화장실은 유료라 고민하다가 옆 플랫폼에 10분 동안 대기 중인 기차 화장실을 슬쩍 쓰고 나왔다.
호수 쪽으로 가자 마침 분수쇼가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분수가 나오는 방식인데, 알고 보니 매 정시에 한 번씩 한다.
잠깐 구경하고 호숫가를 걷다 시내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가 걸프국가들을 대상으로 첼 암 제 홍보를 많이 해서, 시내가 온통 대추야자들 천지다.
마너 (Manner)에서 한정판 복숭아맛을 사고, 옆 Billa에서 돼지목살 세일하는 걸 챙겼다.
교회도 한 군데 보고, 다시 호수 쪽으로 가니 시간이 맞아 또 분수쇼가 열렸다.
분수쇼가 끝나면서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는데, 기차 시간이 다가와 아쉽게도 먹구름이 절반만 걷힌 상태에서 호수를 보게 됐다.
호수 절반은 밝고, 절반은 어두웠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숭아맛을 먹어보았다.
슬로베니아 친구한테 한국과자 보내주려고 페이크 용으로 마너 과자를 넣어줬는데, 약간 미안해지는 맛이었다.
그래도 한정판인데 안 먹어보면 평생 아쉬울 것 같았다.
오렌지, 라즈베리, 복숭아 중 복숭아만 산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시 생각날 일도, 후회할 일도 없을 것 같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아까 산 목살을 구워 먹었다.
아직 집에 가려면 사흘이나 남았지만, 짐 정리를 미리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캐리어에 들어가지 않는 건 과감히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Klangforum의 연주가 있어서 연주를 구경하고, 끝나고 선생님과 예전 친구들과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해서 하루 종일 일정을 비워놓았다.
그래서 느지막이 일어나서 호텔 조식은 건너뛰고, 점심쯔음에 남은 음식들을 처리했다.
밥 먹고 밍기적거리다 시립갤러리 Lehen으로 갔다.
그런데 뭐가 없다.
순간 당황해서 직원에게 여기는 아직 전시가 준비 중인지 물어봤더니, 흰 벽에 걸린 흰 캔버스 두 개가 작품이란다.
설명문을 읽어봐도 이해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된다.
사기당한 기분이라 괜히 꼼꼼히 들여다보고 혼자 트집만 잡고 나왔다.
옆에 있는 Fotohof로 넘어갔는데,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군데를 합쳐도 사기당한 느낌은 여전했다.
시내 쪽으로 내려오다 성당이 보여 들어갔다.
성당이자 수도원이자 Augustiner 맥주 양조장의 입구로 들어가 성당 구경을 하는데, 옆 제단마다 경고문이 살벌하다.
철창 안으로 손 넣어 사진 찍으면 알람이 울리고, 경찰 출동 비용을 내야 한단다.
정작 별 볼일 없는 전시물인데 전시해 놓고 제대로 못 보게 막아놓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나와서 잘차흐 강을 따라 걸어서 시내로 갔다.
시내를 가는 길에 중앙역을 들려 2년 전 페스티벌 때 묵었던 호텔 옆에 있는 엘리자베트 황후의 동상을 봐주고 다시 시내로 향했다.
호텔에 들러 가방을 두고, Festspielhaus로 가려했는데 버스가 너무 막혀 실패했다. (비엔나에서 옷이나 가방을 맡기려면 돈을 내야 한다. 안 돌려준다. 오스트리아에서 다 그런 줄 알아서 호텔에 가방을 두러 간 것이다...)
다행히 아예 멈춰서 오도 가도 못하는 구간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 반대로 다시 돌아 나왔다.
Festspielhaus 근처를 서성이다가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연주 때는 절대 들어갈 수 없었던 Festspielhaus 내부를 이번에야 구경하고, 공연도 보게 되었다.
Festspielhaus의 내부는 사실상 전부 연결되어 있었다.
Felsenreitschule와 Haus für Mozart (구 Kleines Festspielhaus)의 입구는 왼쪽, Großes Festspielhaus는 오른쪽이다.
Haus für Mozart로 티켓 검사를 하고 입장했는데, 두 건물은 연주자 전용 출입구도 하나로 묶여 있고, 지하 대기실까지 공유하고 있다.
어정쩡하게 있다가 아무 곳이나 가보았다.
우선은 Karl Böhm 홀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아무렇게다 가다 보니 테라스가 나왔다.
맨날 밖에서만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보던 곳이었는데, 직접 올라가니 기분이 묘했다.
다시 Karl Böhm 홀에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가니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피에르 불레즈 (Pierre Boulez)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영상이 재생 중이었고, 옆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역사적인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전시를 보고 내려와 Haus für Mozart 쪽으로 갔다.
연주장 오른편에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연주된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의 병사의 이야기(L'Histoire du soldat)와 관련된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장에서 진행된 연주에 사용된 Georg Baselitz가 만든 무대장치, 인형,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파리와 비엔나에서 구경온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 떠들다가 연주를 보러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재미없었다.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최근 3년간 내가 믿고 있던 게 전부 허상이었던 기분이었다.
게다가 15유로나 냈는데, 돈이 너무 아까웠다.
엄청난 후회를 하며 선생님과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선생님이 계산할 게 뻔해서 우리 착한 친구들은 다 감자튀김만 시켰다.
나는 술은 안 마시니 감자튀김을 약간 비싼 걸로 업그레이드하고 음료수로 균형을 맞췄다.
그런데 눈치 없는 녀석 하나는 진짜 식사에 술까지 몇 잔이나 시켜댔다.
저녁 내내 졸업 후에 각각 어땠는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다 잠들었다.
2025년 5월부터 Guest Mobility Ticket 제도가 생겼다.
잘츠부르크에서 관광 목적으로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도시세를 내면 받을 수 있다.
이 티켓 하나로 잘츠부르크 주 전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준이 약간 모호하다.
1차 체류 (19일) 때는 공적인 이유라서 도시세를 내지 않았고, 14일이 넘는 장기 체류라는 이유로 안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똑같이 공적인 이유로 온 2차 체류 (5일)에서는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도시세는 마찬가지로 안 냈을 텐데, 이번에는 발급해 줬다.
기준이 뭔지 공식 사이트를 봐도 명확히 안 나와 있다.
그냥 관광 목적이 중요해 보인다.
어쨌든 이 티켓 덕분에 원래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만으로는 갈 수 없었던 Zell am See까지 무료로 다녀왔다.
티켓은 체크인 전에 호텔에 미리 문의하고 필요 정보를 기입하면, 메일로 링크가 온다.
링크에서 PDF를 다운로드해 휴대폰에 저장해서 쓰면 된다.
일부 숙박업소 (Zell am See-Kaprun Sommerkarte 제휴 업소라는 표시가 있음)에서는 숙박을 하게 되면 이 카드를 인당 한 장씩 준다고 한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사람이 많이 없는 비수기인 여름 (이 지역은 동계스포츠를 위해 오는 경우가 많아 겨울이 극성수기다) 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무료이거나 할인된다.
고민하다 못 간 케이블카, 산, 등등이 거의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