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음대생의 31일간의 여행기 (17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by 돈 없는 음대생

일정 요약


8월 24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 독일 라우펜 (Laufen) +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 (Oberndorf)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숙소: St. Virgil

일정: 시내 / 연주


8월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 프랑스 파리 (Paris)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 DB

숙소: St. Virgil

일정: 이동



30일 차 (8월 24일)


오베른도르프 (Oberndorf)


오늘은 사실상 잘츠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저녁에 마지막 연주가 끝나면, 다음 날 오전에 잘츠부르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날이니 그냥 시내에 있을까 하다가도, 주말이라 문 닫는 곳이 많아 결국 근교를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부터 시간이 정말 남아돌면 가보자고 했던 오베른도르프를 선택했다.

왕복 3시간, 오전에 다녀오면 오후 2~3시쯤엔 돌아와서 연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라인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박물관’에 갔을 때, 지도에 수많은 관련 장소들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유독 이곳이 눈에 띄었었다.

알고 보니 이 동네 예배당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처음 불렸다고 한다.

또 별거 아닌 걸로 장사하는구나 싶었지만, 호텔에서 빈둥대는 것보다는 나았다.

무엇보다 잘츠부르크 북쪽은 아직 가본 적이 없으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기차 안에서 지도를 보며 알게 된 건, 지형이 꽤 특이하다는 점이었다. 강이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흐르는데, 바깥쪽은 오스트리아오베른도르프, 안쪽은 독일라우펜이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도 두 개나 있어 도보로 오가며 둘 다 볼 수 있었다.


역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 강가로 걸어가니 Salzachbrücke가 나왔다.

다리 초입에는 유럽연합,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 오베른도르프 시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다리를 건너다보니 오스트리아 쪽엔 프란츠 요제프 1세, 절반을 지나 독일 쪽에선 레오폴드 1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독일 땅에 닿자 다시 유럽연합, 독일, 바이에른 주, 라우펜 시의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다리만 건넜는데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0250824_115958.jpg
20250824_120021.jpg
강 건너편이 독일이다.
20250824_120127.jpg
20250824_120146.jpg
20250824_120303.jpg
20250824_120326.jpg
20250824_120455.jpg
20250824_120436.jpg
20250824_120314.jpg
20250824_120050.jpg
20250824_120539.jpg


라우펜 (Laufen)


독일 쪽으로 넘어가자마자 마리엔 광장이 나왔다.

도시의 성문이었던 Oberes Stadttor와 성 페터 교회가 근처에 있어 그쪽으로 향했다.

국경을 건너는 것이라 광장 한쪽에는 경찰차가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대충 훑고 있었다.

20250824_120559.jpg
20250824_120628.jpg
20250824_122056.jpg 마리엔 광장에서 죽치고 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감시하는 경찰차
20250824_122142.jpg 독일 소도시의 알록달록한 광장

Stadttor는 별 볼 일 없었다.

옛 성은 이미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었고 관리도 안 되고 있었다.

성 페터 교회를 보고 나오니, 확실히 독일 교회라는 인상이 강했다.

20250824_120735.jpg
20250824_120757.jpg Stadttor
20250824_121356.jpg
20250824_121029.jpg
20250824_121205.jpg
독일 느낌의 Sankt Peter 교회

광장 반대편에 보이는 Mariae Himmelfahrt 교회도 들렀다.

마침 예배가 끝났는지 내부는 정리 중이었다.

교회를 구경하고 도보 전용인 유로파 다리를 건너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다.

20250824_123359.jpg
20250824_123317.jpg
20250824_122555.jpg
20250824_122624.jpg
20250824_123639.jpg
Mariae Himmelfahrt 교회
20250824_123627.jpg Europasteg 앞에 있는 희한하게 생긴 아저씨
20250824_123816.jpg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
20250824_123853.jpg 사진 왼편은 오스트리아, 오른편은 독일이다.
20250824_123935.jpg 다리를 건너자마자 마주하는 오스트리아의 풍경


다시 오베른도르프


강가를 따라 내려가서 작은 예배당 하나를 보고 돌아와, 거대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Maria Bühel 성당으로 가려면 무조건 올라야 했다.

20250824_124801.jpg 다리를 건너 강가를 따라 걸어본다.
20250824_124600.jpg
20250824_124625.jpg
20250824_124658.jpg
작은 예배당인 Schifferkapelle가 나온다. 열려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20250824_125311.jpg
20250824_125421.jpg
20250824_125442.jpg
20250824_125539.jpg
다리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 끝에 있는 곳. 예배당도 아닌것이 뭔지 애매하다. 구글에도 안나온다.

정상에 오르자 평지가 나왔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이 안 나올 만큼 멋졌다.

20250824_125633.jpg 아름다운 전원생활
20250824_130020.jpg
20250824_125949.jpg 탁 트인 시야가 너무 좋다.

그늘도 없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길을 따라 성당만 바라보고 걸었다.

20250824_130114.jpg 모든 사람이 가운데 성당을 향해 걷는다.

성당 바로 직전에 길가에 아주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다.

성당은 열려 있었으나 내부는 잠겨 있었다.

다 막아놓고는 왜 성지순례 장소라고 홍보하는 건지 모르겠다.

20250824_130554.jpg
20250824_130624.jpg
Marienkapelle
20250824_130643.jpg
20250824_130822.jpg
20250824_130905.jpg
20250824_131222.jpg 아름다운 Maria Bühel 성당

이제 진짜 목적지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예배당을 향해 내려갔다.

가는 길엔 차보다 소가 더 많았다.

그런데 구글 지도가 또 뻥을 쳤다.

길이 없어지더니 개인 집 마당으로 안내해 버린 것이다.

하도 황당해서 멍하니 서 있는데 마당에 있던 집주인이 옆길로 가면 계단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지도에도 없는 길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로 계단이 있었다.

20250824_131430.jpg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20250824_131858.jpg Sankt Georgener Straße
20250824_132137.jpg 남의 집 무단침입 1분 전
20250824_132345.jpg
20250824_132321.jpg
이름없는 예배당
20250824_132425.jpg 예배당 뒤 계단에서 찍은 풍경

계단을 내려가자 예배당 표지판이 나왔다.

예배당 앞에는 어김없이 박물관이 붙어 있었다.

들어갈 생각도 없었고 시간도 없어서 예배당만 보고 나왔다.

공간이 워낙 좁은데, 감바스들이 우르르 들이닥쳐 난리 부르스를 춘다.

20250824_133004.jpg
20250824_133008.jpg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박물관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200주년 기념물
20250824_133350.jpg
20250824_133214.jpg
20250824_133202.jpg
20250824_133106.jpg
20250824_133153.jpg
20250824_133646.jpg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예배당
20250824_133611.jpg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작사가 Joseph Mohr와 작곡가 Franz Xaver Gruber의 동상
20250824_133735.jpg
20250824_133818.jpg
물 저장고와 옆에 살짝 보이는 예배당

기분이 불쾌한 채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으로 가는데, 구글 지도가 또 사유지로 안내하는 바람에 마지막 순간에 헤매고 말았다.

막힌 길을 돌아오느라 기차를 놓칠 뻔했다.

20250824_134202.jpg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독일의 Mariae Himmelfahrt 성당

잘츠부르크 시내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미라벨 정원과 그 옆의 난쟁이 정원을 처음으로 가봤다.

안에 시립미술관도 있지만, 운영 시간이 일정과 단 한 번도 맞지 않아 결국 못 들어갔다.

정원만 구경하고 나왔다.

20250824_142127.jpg
20250824_142216.jpg
미라벨 정원과 옆에 붙어있는 Georg Trakl의 시. 도시 곳곳에 Trakl의 시가 이런식으로 붙어있다.
20250824_142547.jpg
20250824_142259.jpg
20250824_142303.jpg 왼쪽 회색 건물이 Mozarteum의 Solitär홀, 흰색 낮은 부분이 Mozarteum의 테라스. 회색 건물 왼쪽이 Thaddaeus Ropac 건물이다.
20250824_143351.jpg 시립미술관 Museumspavillon. 원래는 새를 키우는 건물이었는데 왼쪽에 No Birds와 위쪽의 Vogelhaus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20250824_143238.jpg 시립미술관 Museumspavillon의 새 전시 오픈날이어서 들어갔다. Bele Marx & Gilles Mussard의 전시인데, 왜인지 2012년 내 아이디어를 훔친 것 같다
20250824_142615.jpg
20250824_142625.jpg
20250824_142621.jpg
20250824_142718.jpg 난쟁이 정원
20250824_143532.jpg 난쟁이 정원 밑에 있는 Josef Thorak의 코페르니쿠스 조각

매번 잘차흐 강을 찍으면 멀리 보이던 성당 두 개 중, 전날 갔던 건 왼편이었고 이번엔 오른편 교회를 찾아갔다.

역시 문은 잠겨 있었지만, 정체가 뭔지는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20250824_143656.jpg
20250824_143845.jpg
Christuskirche의 앞 뒤 모습
20250824_144007.jpg
20250824_143932.jpg 어제 보았던 Maria Himmelfahrt 성당
20250824_144125.jpg 그동안 수없이 보았던 잘츠부르크 시내의 주요 건물들
20250824_144205.jpg 이상한 왈츠를 틀고 세 바퀴를 돌며 멀미 나는 마무리 중인 배 투어

마지막 연주


호텔에 돌아와 마지막 파스타를 해 먹었다.

이렇게 테무냄비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중간에 바닥이 몇 군데 벗겨 저서 결국은 버렸다.

20250824_153251.jpg 바트 이슐 산 소금과 31 일일동안 나를 도와준 자랑스러운 테무냄비

연주 전 사운드 체크를 하러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카라얀 생가를 괜히 한 번 찍어주고 Felsenreitschule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주 슬픈 소식을 들었다.

사실상 유일한 기념품인 텀블러와 인증 카드 중 인증 카드를 반납하라는 것이다.

보안 문제 때문에 무조건 반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냥 들고 튈까 고민하다 결국 순순히 반납했다.

20250804_114331.jpg Herbert von Karajan의 생가. 동상 하나가 있고 안내문이 있다. 못 들어간다.

연주까지 시간이 남아 성 페터 수도원 성당에 들렀다.

보수 공사 중이라 지저분했지만 2주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이어 프란치스코 성당에도 들어가 보았다.

마침 저녁 미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문은 열려 있어 뒤쪽에서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20250824_174533.jpg 노 캥거루 인 오스트리아. 막상 갈 때가 되니까 한 마리 입양하고 싶어진다.
20250824_185531.jpg Felsenreitschule의 분장실과 의상실. 2층과 3층에 엑스트라 분들이 대기 중이다.
20250824_185731.jpg
20250824_185838.jpg
20250824_185919.jpg
성 페터 성당
20250824_190101.jpg 성당 안에 있는 Michael Haydn의 무덤
20250824_190250.jpg
20250824_190458.jpg
20250824_190442.jpg
20250824_190439.jpg
성당의 문, 손잡이, 이중문
20250824_190506.jpg 성 페터 수도원의 안뜰
20250824_190604.jpg
20250824_191020.jpg
20250824_190836.jpg
프란치스코 성당
20250824_190623.jpg 아치 밑으로 보이는 Festspielhaus 테라스
20250824_191109.jpg 연주 20분 전. 나도 저 테라스 올라가 봤다 훗.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곧바로 비엔나로 돌아가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엔나에서 온 친구와 얘기를 좀 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20250824_223139.jpg 버스에서 호텔로 걸어가는 길에 한 컷. 애증의 길. St. Virgil에서, 그리고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31일 차 (8월 25일)


2차 기간 들어 처음으로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푸짐하게 챙겨 먹고 올라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다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주워온 천 가방에 이것저것 채워 넣으려 했는데, 파리까지 이걸 들고 가는 건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버릴 것들을 덜어내고, 네 번이나 다시 싸서 겨우 캐리어에 다 욱여넣었다.

천 가방에는 가볍거나 가면서 먹을 물 위주로 넣으니 그나마 들고 갈만해졌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기차 시간까지 한 시간이 조금 넘게 남아 당연하다는 듯 A&O 호스텔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

나오면서 맥도날드에 들렀는데, 결국 해피밀 장난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급하게 두 개를 챙겨서 기차역으로 갔다.

20250825_114935.jpg 마이멜로디와 쿠로미의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늘 그렇듯 기차가 늦을 거라 생각하고 일부러 이 노선을 예매했는데, 웬일로 정시 출발을 했다.

만하임에 도착할 때까지 겨우 1분 늦었을 뿐이었다.

추가 보상은 물 건너갔다.

이제는 차라리 아예 늦지 말기를 빌었다.


만하임에서 TGV를 기다리는데, 멍청한 커리부어스트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내 좌석은 맨 마지막 칸이었는데, 오늘은 기차 방향이 반대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맨 마지막 칸이 맨 앞인지 맨 뒤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TGV 특성상 내부 통로가 워낙 좁아 악기와 굴러가지 않는 캐리어, 그리고 천 가방까지 들고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조건 탈 때부터 내 칸에 타야만 했다.

20250825_173154.jpg 위에 글씨는 1등선은 맨 뒤, 밑에 그림은 1등석은 맨 앞

20분간 연구한 끝에, 내 칸은 원래 맨 뒤고, 방향이 바뀌어 오늘은 맨 앞이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맨 앞으로 가 기다렸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직원 놈이 전광판과 반대로 온다고 말했다.

전광판에 반대로라 적혀 있으니, 결국 다시 원래 방향대로라는 뜻이었다.

다시 맨 뒤로 이동했다.

그런데 막상 기차가 들어오자 이 망할 소시지가 다시 반대로라고 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입이 댓 발 나와서 다시 앞으로 가서 탔다.

덕분에 늦게 올라타 짐을 둘 곳도 없어 한참을 헤매야 했다.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싣자마자 다시 현실로 끌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객실 안은 이미 멍청함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온갖 스트레스에 휩싸인 채 파리에 도착했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50825_205341.jpg 파리 동역 지하철 역 내부. 에휴...

당연하게도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상태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4층까지 모든 짐을 들고 걸어 올라갔다.


이렇게 30박 31일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여행 꿀팁


1.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


해피밀 장난감은 전 세계가 동일하지 않다.

이번 같은 경우는 독일어권 나라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은 같은 장난감을 판매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완전 다른 것을 팔고 있었다.

판매 시기는 국가마다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독일어권에서는 일주일 정도 차이를 두고 동일한 장난감을 판매했다.


오스트리아의 맥도날드 에서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장난감만 주문할 수가 있다.

비엔나 천재 베프님의 꿀팁으로는, 맥도날드도 매장별로 값이 다르기 때문에, 해피밀 장난감도 매장별로 가격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2유로이지만 비싼 곳은 3유로에 판매한다.


해피밀을 먹을 거면 상관이 없는데, 장난감이 목표라면 오스트리아에서는 장난감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전 17화돈 없는 음대생의 31일간의 여행기 (1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