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일하는 김에 놀러 다니기
일정 요약
8월 24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 독일 라우펜 (Laufen) +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 (Oberndorf)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숙소: St. Virgil
일정: 시내 / 연주
8월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alzburg) + 프랑스 파리 (Paris)
교통: Monatsticket Region Salzburg+Nord / Guest Mobility Ticket + DB
숙소: St. Virgil
일정: 이동
오늘은 사실상 잘츠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저녁에 마지막 연주가 끝나면, 다음 날 오전에 잘츠부르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날이니 그냥 시내에 있을까 하다가도, 주말이라 문 닫는 곳이 많아 결국 근교를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부터 시간이 정말 남아돌면 가보자고 했던 오베른도르프를 선택했다.
왕복 3시간, 오전에 다녀오면 오후 2~3시쯤엔 돌아와서 연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라인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박물관’에 갔을 때, 지도에 수많은 관련 장소들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유독 이곳이 눈에 띄었었다.
알고 보니 이 동네 예배당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처음 불렸다고 한다.
또 별거 아닌 걸로 장사하는구나 싶었지만, 호텔에서 빈둥대는 것보다는 나았다.
무엇보다 잘츠부르크 북쪽은 아직 가본 적이 없으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기차 안에서 지도를 보며 알게 된 건, 지형이 꽤 특이하다는 점이었다. 강이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흐르는데, 바깥쪽은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 안쪽은 독일의 라우펜이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도 두 개나 있어 도보로 오가며 둘 다 볼 수 있었다.
역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 강가로 걸어가니 Salzachbrücke가 나왔다.
다리 초입에는 유럽연합,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 오베른도르프 시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다리를 건너다보니 오스트리아 쪽엔 프란츠 요제프 1세, 절반을 지나 독일 쪽에선 레오폴드 1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독일 땅에 닿자 다시 유럽연합, 독일, 바이에른 주, 라우펜 시의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다리만 건넜는데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독일 쪽으로 넘어가자마자 마리엔 광장이 나왔다.
도시의 성문이었던 Oberes Stadttor와 성 페터 교회가 근처에 있어 그쪽으로 향했다.
국경을 건너는 것이라 광장 한쪽에는 경찰차가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대충 훑고 있었다.
Stadttor는 별 볼 일 없었다.
옛 성은 이미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었고 관리도 안 되고 있었다.
성 페터 교회를 보고 나오니, 확실히 독일 교회라는 인상이 강했다.
광장 반대편에 보이는 Mariae Himmelfahrt 교회도 들렀다.
마침 예배가 끝났는지 내부는 정리 중이었다.
교회를 구경하고 도보 전용인 유로파 다리를 건너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다.
강가를 따라 내려가서 작은 예배당 하나를 보고 돌아와, 거대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Maria Bühel 성당으로 가려면 무조건 올라야 했다.
정상에 오르자 평지가 나왔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이 안 나올 만큼 멋졌다.
그늘도 없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길을 따라 성당만 바라보고 걸었다.
성당 바로 직전에 길가에 아주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다.
성당은 열려 있었으나 내부는 잠겨 있었다.
다 막아놓고는 왜 성지순례 장소라고 홍보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진짜 목적지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예배당을 향해 내려갔다.
가는 길엔 차보다 소가 더 많았다.
그런데 구글 지도가 또 뻥을 쳤다.
길이 없어지더니 개인 집 마당으로 안내해 버린 것이다.
하도 황당해서 멍하니 서 있는데 마당에 있던 집주인이 옆길로 가면 계단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지도에도 없는 길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로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예배당 표지판이 나왔다.
예배당 앞에는 어김없이 박물관이 붙어 있었다.
들어갈 생각도 없었고 시간도 없어서 예배당만 보고 나왔다.
공간이 워낙 좁은데, 감바스들이 우르르 들이닥쳐 난리 부르스를 춘다.
기분이 불쾌한 채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으로 가는데, 구글 지도가 또 사유지로 안내하는 바람에 마지막 순간에 헤매고 말았다.
막힌 길을 돌아오느라 기차를 놓칠 뻔했다.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미라벨 정원과 그 옆의 난쟁이 정원을 처음으로 가봤다.
안에 시립미술관도 있지만, 운영 시간이 일정과 단 한 번도 맞지 않아 결국 못 들어갔다.
정원만 구경하고 나왔다.
매번 잘차흐 강을 찍으면 멀리 보이던 성당 두 개 중, 전날 갔던 건 왼편이었고 이번엔 오른편 교회를 찾아갔다.
역시 문은 잠겨 있었지만, 정체가 뭔지는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호텔에 돌아와 마지막 파스타를 해 먹었다.
이렇게 테무냄비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중간에 바닥이 몇 군데 벗겨 저서 결국은 버렸다.
연주 전 사운드 체크를 하러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카라얀 생가를 괜히 한 번 찍어주고 Felsenreitschule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주 슬픈 소식을 들었다.
사실상 유일한 기념품인 텀블러와 인증 카드 중 인증 카드를 반납하라는 것이다.
보안 문제 때문에 무조건 반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냥 들고 튈까 고민하다 결국 순순히 반납했다.
연주까지 시간이 남아 성 페터 수도원 성당에 들렀다.
보수 공사 중이라 지저분했지만 2주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이어 프란치스코 성당에도 들어가 보았다.
마침 저녁 미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문은 열려 있어 뒤쪽에서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곧바로 비엔나로 돌아가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엔나에서 온 친구와 얘기를 좀 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2차 기간 들어 처음으로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푸짐하게 챙겨 먹고 올라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다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주워온 천 가방에 이것저것 채워 넣으려 했는데, 파리까지 이걸 들고 가는 건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버릴 것들을 덜어내고, 네 번이나 다시 싸서 겨우 캐리어에 다 욱여넣었다.
천 가방에는 가볍거나 가면서 먹을 물 위주로 넣으니 그나마 들고 갈만해졌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기차 시간까지 한 시간이 조금 넘게 남아 당연하다는 듯 A&O 호스텔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
나오면서 맥도날드에 들렀는데, 결국 해피밀 장난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급하게 두 개를 챙겨서 기차역으로 갔다.
늘 그렇듯 기차가 늦을 거라 생각하고 일부러 이 노선을 예매했는데, 웬일로 정시 출발을 했다.
만하임에 도착할 때까지 겨우 1분 늦었을 뿐이었다.
추가 보상은 물 건너갔다.
이제는 차라리 아예 늦지 말기를 빌었다.
만하임에서 TGV를 기다리는데, 멍청한 커리부어스트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내 좌석은 맨 마지막 칸이었는데, 오늘은 기차 방향이 반대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맨 마지막 칸이 맨 앞인지 맨 뒤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TGV 특성상 내부 통로가 워낙 좁아 악기와 굴러가지 않는 캐리어, 그리고 천 가방까지 들고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조건 탈 때부터 내 칸에 타야만 했다.
20분간 연구한 끝에, 내 칸은 원래 맨 뒤고, 방향이 바뀌어 오늘은 맨 앞이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맨 앞으로 가 기다렸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직원 놈이 전광판과 반대로 온다고 말했다.
전광판에 반대로라 적혀 있으니, 결국 다시 원래 방향대로라는 뜻이었다.
다시 맨 뒤로 이동했다.
그런데 막상 기차가 들어오자 이 망할 소시지가 다시 반대로라고 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입이 댓 발 나와서 다시 앞으로 가서 탔다.
덕분에 늦게 올라타 짐을 둘 곳도 없어 한참을 헤매야 했다.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싣자마자 다시 현실로 끌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객실 안은 이미 멍청함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온갖 스트레스에 휩싸인 채 파리에 도착했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상태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4층까지 모든 짐을 들고 걸어 올라갔다.
이렇게 30박 31일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해피밀 장난감은 전 세계가 동일하지 않다.
이번 같은 경우는 독일어권 나라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은 같은 장난감을 판매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완전 다른 것을 팔고 있었다.
판매 시기는 국가마다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독일어권에서는 일주일 정도 차이를 두고 동일한 장난감을 판매했다.
오스트리아의 맥도날드 에서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장난감만 주문할 수가 있다.
비엔나 천재 베프님의 꿀팁으로는, 맥도날드도 매장별로 값이 다르기 때문에, 해피밀 장난감도 매장별로 가격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2유로이지만 비싼 곳은 3유로에 판매한다.
해피밀을 먹을 거면 상관이 없는데, 장난감이 목표라면 오스트리아에서는 장난감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