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01 / 모리스 라벨 01

교회와 성당 / 인물의 흔적

by 돈 없는 음대생

장소: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일정: 미사 참석

가격: 0€

방문일자: 2025년 10월 12일


인물: Maurice Ravel

장소: 15 Rue Lagrange, 75005 Paris

분류: 거주지


노트르담 대성당


전날 저녁, 갑자기 오르간이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노트르담 대성당 미사를 찾아봤다.

주일에는 오전 8시 미사, 9시 반 성무일도 (Laudes), 10시 그레고리오 미사와 11시 반 미사, 그리고 저녁 5시 14분 성무일도 (Vêpres), 그리고 6시 교구 미사가 있다.


언젠가 꼭 10시 그레고리오 미사도 가보고 싶지만, 이번에도 그냥 지나쳤다.

그레고리오 미사는 말 그대로 그레고리안 성가로 드리는 미사.

하지만 노트르담의 ‘메인 미사’는 11시 반이다. 11시 반 미사와 저녁 6시 미사에는 합창단과 오르간이 들어간다.

이날은 Thierry Escaich 아저씨가 오르간을 치고, 합창으로는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한다고 나와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노트르담 앞에 도착을 했는데, 입장 줄이 엄청났다.

일반 관광객 줄 외에 미사 입장 줄이 따로 있는데, 오늘은 미사 입장 줄만 2개가 넘는다.

사람도 많고 보안 검색이라고는 가방이나 따로 열어보게 하는 정도인데, 파리바게트답게 난리다.

20251012_112918.jpg 좌, 우, 그리고 뒤로 이것의 5배의 사람들이 더 있다.
20251012_113039.jpg 줄 서있는데 쓸데없이 날씨가 좋아 덥다.

'익스큐즈미'를 외치며 지나가는 척하면서 새치기를 하는 놈들도 있다. 근데 새치기도 멍청하면 못한다. 새치기를 해놓고 불어로 신나게 떠드는 처참한 수준의 지능을 보여주어, 주변 사람들한테 욕을 디지게 먹고 결국 쫓겨났다. 관광객인척 하려면 끝까지 외국어를 썼어야지 쯧쯧...


파리 테러 이후, 어디를 가도 보안 검색이 있다. 어찌 보면 더 큰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한 당연한 절차이지만, 이런 위험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 자체가 이미 안 당연하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251012_113828.jpg 기나긴 기다림 끝에 지나가는 입구 위의 장식

결국 20분 넘게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늘 그렇듯이, 미사의 첫 부분인 Prélude는 못 들었다.

프랑스 교회는 보통 미사 15분 전쯤(짧으면 5분 전쯤)부터 오르가니스트가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미사 시작 시간이 되면, 사제들이 들어오고, 그 순간 자연스럽게 첫 번째 찬송가로 이어진다.


오늘은 유난히 늦게 들어와서 들어와 보니 Gloria까지 이미 끝나있었다.

앉을자리도 없고, 모니터 옆에 서있을 자리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관광객 마냥 점점 앞으로 밀려났는데, 차라리 제단 뒤편으로 가서 어슬렁 거렸는데, 그곳이 오히려 합창단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오히려 괜찮다 싶어서 그곳에서 맨 앞줄 자리를 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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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의 좌측에서 맨 앞 제단까지 밀려오고, 결국에는 제단 뒷편에 자리를 잡았다. 향로 담당이 향을 피운다.

그런데 오늘 합창단은 꼬꼬마 합창단이다. 이런.

Agnus Dei까지 끝나고 성찬식이 시작되자 생명의 양식이 시작되었다.

첫 부분은 솔로였다. 마이크에서 멀어서 그런지 소리가 작았는데, 씩씩하면서도 부드럽게 잘 불렀다. 그 이후로도 다들 잘 부르면서 노래를 마쳤다.

20251012_114540.jpg 꼬꼬마 합창단이지만 든든하다.
20251012_114750.jpg 성가대 용 Choeur orgue에서 반주 중인 Yves Castagnet 아저씨
20251012_122417.jpg 날이 좋아 스테인드 글라스 색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이게 고딕 성당을 가는 이유다.

노트르담은 성찬식이 길어 합창단의 노래가 하나 있고, 그 뒤를 이어서 오르가니스트가 성찬식이 끝날 때까지 즉흥 연주를 한다.


이 즉흥 연주에서 Escaich 아저씨의 진가가 나온다.

헌금 시간의 즉흥 연주의 테마는 괜찮았는데, 사실 진행이나 음색 면에서 많이 아쉬웠다.

그랬는데, 성찬식 즉흥 연주는 다시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

생명의 양식을 이어받은 주제를 은은하게 이어서 즉흥 연주를 했는데, 주제, 진행, 음색 등 모든 면에서, '이거 들으러 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20251012_122444.jpg 성찬식 중이다.
20251012_122724.jpg 모니터로 중계되는 오르간 치는 Escaich 아저씨
20251012_122945.jpg 오르간 뒤의 서쪽 장미창도 햇빛을 받아 성당을 밝힌다.

입시 때 이 아저씨 곡을 찍어서 냈었는데, 그때는 누군지도 모르고, 8일 만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보가 제일 빨리 도착한 곡을 고른 거였는데, 그때도 곡 구성이 탄탄하다고 느꼈었다.


이상하게도 미사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성찬식이 끝나면 대부분이 바로 자리를 뜨기 때문에, 그 틈을 타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축도나 마무리 기도 같은 느낌도 없이, 갑자기 광고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좋은 주일 되세요" 하고 미사가 끝나버렸다.

옆사람 앞사람 뒷사람이랑 인사하는 것도 없었다.


그 순간, 오르간 후주가 시작됐다.

마지막 곡이니깐 있는 소리 다 꺼내서 쓰는데, 확실히 작년 12월 재개장 직후의 소리는 이제 안 나온다.

울림도 탁해졌고, 조율도 많이 망가졌다.

그래도 역시 Escaich다 하면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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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나고도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기서도 당연히 새치기를 한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노트르담에서는 미사 순서지를 잘 안 준다.

진행 중에 봉사자들이 앞줄에만 몇 장 나눠주고 사라진다.

그래서 오늘도, 끝나고 나서 남이 버린 순서지를 주워왔다.

20251012_140230.jpg 나도 이거 제 때 달라고 제발

Maurice Ravel


노트르담에 버스를 타고 갈 때 우연히 발견한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살았던 집을 보러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는데, 또 하필 명패가 눈에 띄었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rZzh3nwkfogVzM6StGxzy2v3Jv0%3D 파리 5구, 15 Rue Lagrange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jg814l5X%2FT%2BmeFsh35VvdYsdQOc%3D 1896-1899년에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여기 살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클루니 박물관에 들렀다.

잘 아는 친구는 아닌데 어찌저찌 알게 된 친구가 중세 음악(12–13세기)을 연주한다길래 혹시 그냥 들어갈 수 있을까 했더니, 공연은 무료지만 박물관 입장권은 따로 사야 한다고 했다.

박물관은 이미 다 둘러봤기 때문에, 그냥 돌아갔다.


버스를 타려 했는데 전광판이 고장 나서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정거장을 걸어가다 보니 빵집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알고 보니 유명한 빵집이었다.

버스는 6분 후에 온다고 나와있어서 빵을 사볼까 하고 순간 고민을 했지만, 줄 서있기가 싫어서 그냥 지나쳤다.

솔직히 빵이 다 거기서 거기지 했는데, 풍겨오는 냄새부터가 다르기는 다르다.

나중에 가봐야겠다.

20251012_130357.jpg La maison d'Isabelle 앞 줄이 길다.

5분 후에 온다는 버스는 왠지 느낌상 안 올 것 같아서 걸어왔는데, 역시나 집까지 걸어오는 20분 동안 버스는 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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