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바쁜 일상 속 틈틈이 즐기는 문화생활
일자: 20220915
장소: Kim kocht
일정: 남이 사주는 밥 먹기
일자: 20220917
장소: Musikverein
일정: 빈 필하모닉 연주 구경
교회에서 알게 된 분이 청년부 환영회를 겸한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주최자가 일하는 식당이라기에 별생각 없이 쫄래쫄래 갔는데, 어머, 소희 킴의 식당이었다.
점심 영업은 12시에 시작인데, 1시에 도착하니 오늘의 메뉴는 벌써 품절이다.
그래서 그냥 비빔밥을 시켰다.
주최자 분은 일하느라 바빴고, 나는 사실상 혼자 방치된 상태였다.
대충 먹고 가라는 건가 싶어 기다리는데 음식이 나왔다.
고추장 소스와 함께 초록색 소스가 같이 나왔길래 아무 생각 없이 둘 다 넣었다.
그 초록색은… 바질 소스였다.
아마 샐러드용이었겠지.
이런 고급 식당을 와봤어야 알지.
본의 아니게 정말 괴상한 맛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역시 식감이나 밸런스는 잘 맞아있었다.
현지 입맛에 맞춰 변형된 메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완성도가 높았다.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또 시키란다.
그래서 참치 샐러드를 하나 더 시켰다.
내용물의 조합이 신기했고, 맛도 조화로웠다.
먹고 나가려는데 이번엔 자리를 옮기라고 한다.
사람이 좀 빠졌다며 안쪽 자리에서 바깥쪽으로 옮겨주었다.
그제야 주방이 보였는데, 그 안에 김소희 셰프가 있었다.
본 적은 없지만 말로만 들었던 유명인이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인테리어를 구경하다 보니 디저트가 나왔다.
가게 인테리어도 좀 감상하면서 기다렸더니, 디저트를 준다.
오며 가며 주최자랑 5분에 한 번꼴로 한 마디씩 주고받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마지막엔 김소희 셰프가 직접 나와 가게가 잘 돼서 항상 알바가 필요하다며,
할 생각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 일하는 걸 보니 설거지와 서빙이 주 업무 같았다.
안타깝지만, 음대생 특성상 수업은 정해진 고정 시간이 거의 없어서 규칙적인 아르바이트는 힘들어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는 비엔나 대학 근처라 음대와는 정반대 쪽이다.
그렇게 있다가 점심 장사가 끝나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뭔 상황인지 파악이 덜 된 채로 점심만 맛있게 먹고 왔다.
덕분에 유명 레스토랑을 한 번 가봤다.
빈 필하모닉을 직접 구경하는 날이 드디어 왔다.
오스트리아의 연주홀은 대부분 평평하다.
앉으면 앞사람 뒤통수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애초에 좌석을 고를 생각을 안 했다.
어차피 나는 입석 표니까.
5유로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QR코드를 보여주고 입장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내부를 천천히 둘러볼 틈도 없이 바로 홀로 들어갔다.
입석은 그냥 먼저 서있는 놈이 자리를 차지하는 거다.
나름 앞자리가 비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대기했다.
연주가 시작되고 주빈 메타 할아버지와 마르타 아르게리치 할머니가 등장했다.
메타 할아버지는 지휘단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혼자 못 올라갔다.
옆에서 누가 손을 잡아주어야 했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은 역시 좋았다.
협연자 자체가 훌륭해서 깔끔하게 진행되었고, 빈 필의 현악기 소리도 훌륭했다.
그 뒤에 이어진 브루크너 4번은 재앙이었다.
빈 필은 보통 정기연주회를 4~5번 반복하는데, 이날이 두 번째 공연이었다.
아직 리허설 중인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 맞지도 않고, 그리고 빈 필 특유의 망할 오보에가 말썽이다.
이놈들은 도대체 왜 멀쩡한 오보에 놔두고 저런 장난감 수준의 빈 오보에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빈 호른은 음색의 차이라도 큰데, 빈 오보에는 맨날 삑사리만 난다.
90분 정도 계속 서서 구경하니 확실히 힘들었다.
게다가 입석 구역은 천장이 막혀 있어서 음향도 다소 답답했다.
가운데 비싼 자리에 앉았다 한들, 안 맞고 삑사리 나는 걸 듣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5유로에 이런 공연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오면서 집 근처의 Erlöserkirche에 들러 잠시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