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바쁜 일상 속 틈틈이 즐기는 문화생활
장소: Maison de Balzac
일정: 박물관 관람
발자크의 집을 구경하기로 했다.
16구 어딘가, 에펠탑 근처였다.
16구가 부자동네라더니, 트로카데로 광장을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건물들이 하나같이 반질반질하고, 어떤 집은 손잡이에 금칠까지 되어 있다.
이중, 삼중으로 보안이 철저한 모습도 눈에 띈다.
확실히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동네다.
조금 더 걸어가니 발자크의 집이 나왔다.
언덕 위쪽 입구로 들어가 건물 안쪽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발자크가 실제로 살던 집으로 이어진다.
기념품점과 카페가 있는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이고, 발자크의 집은 원형 그대로 남겨두었다.
밑으로 내려오자마자 에펠탑이 보였다.
에펠탑이 바로 보이는 에세권에 살았던 발자크는 어떻게 또 돈을 악착같이 긁어모아 이곳에 살았을까, 나쁜 녀석이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본 초상화 속 그의 얼굴이 워낙 돈 밝히는 악덕업주처럼 그려져 있어서 괜히 더 그렇게 느껴졌다.
들어가서 안내문을 읽자마자 나의 무식함에 깜짝 놀랐다.
당연하게도 시간의 흐름 상, 발자크가 먼저 살았고, 죽고 나서야 에펠탑이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이다.
안쪽에는 발자크의 초상화, 흉상, 두상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그가 실제로 썼던 방도 보존되어 있다.
그 뒤편에는 발자크의 작품 세계와 관련된 전시가 이어진다.
그의 대표작 La Comédie humaine, ‘인간 희극’에 대한 자료와 삽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간 희극’은 단테의 신곡 (La Divine Comédie)에 대응해 만든 작품이다.
신의 세계를 다룬 신곡과 달리, 발자크는 인간 세계를 그렸다.
제목부터 La Divine Comédie ↔ La Comédie humaine, 명확한 대비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가계도부터, 삽화에 쓰인 인물들의 도장까지 세세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나오는 길에는 작은 부엌 공간이 있고, 다양한 연인들에 대한 추측이 있는 작은 전시물들이 있었다.
메트로를 타러 다시 그 부유한 동네를 가로질러 갔고, Passy 역에서 메트로를 탔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저녁에 문득 산책이 하고 싶어졌다.
가까운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걷다가, 우연히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이 살았던 집을 발견했다.
'e'를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쓴 소설 La Disparition의 작가다.
명패의 글자 중 ‘e’만 색이 빠져 있었다.
의도인지, 누군가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