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필요 없는 쾌락을 위해

by 무학의통찰

퇴근 후 불판 앞에 앉는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의 기름진 냄새와 차가운 술잔에 맺힌 이슬. 내 눈앞의 우주는 이 소박한 한 상으로 완벽하게 닫힌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나를 보며 외롭지 않냐 묻겠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결핍이 아니라 오롯한 충전이다. 나는 이런 내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책임 없는 쾌락’이라 부른다


1.70:30, 관계의 경제학

나의 인간관계는 철저히 70:30의 법칙을 따른다. 타인에게 지는 의무는 30%면 족하다. 줄을 서고, 법을 지키고, 무례하지 않게 인사를 건네는 공공예절 수준의 ‘사회적 세금’이다. 나머지 70%는 온전히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책임으로 남겨둔다. 내 몸을 스스로 건사하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며, 내 앞가림을 완벽히 해내는 것. 이 70%의 자립이 전제될 때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허락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관계가 깊어질수록 편안해진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관계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조심해야 할 것’들의 증폭을 의미한다. 상대에게 맞춰줘야 할 의무가 늘어나고, 내 일상의 평온이 타인의 감정에 의해 침범당하기 시작한다. "친하니까 괜찮잖아"라는 말은 무례함을 포장하는 가장 흔한 변명이다. 나는 감정이 식은 뒤 갈등의 잔해만 남길 바에야, 처음부터 그 에너지 소모를 거부한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제로(Zero)인 상태, 그것이 내가 구축한 가장 안전한 요새다.


2.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외로움을 해결해야 할 병으로 여기며 타인이라는 마취제를 찾는다. 하지만 혼자서 즐거워지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결국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외로움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으며, 타인으로 빈자리를 채우려는 이들은 머지않아 상대에게 싫증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에게 고독은 세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레이더를 가동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해방감. 이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의 기술’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이유는 "역시 혼자가 좋아"라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안도해서가 아니다. 그저 내 혀끝을 자극하는 고기의 고소함과 머릿속을 기분 좋게 울리는 알코올의 기운,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의 재미에 완벽하게 잠겨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의식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진정한 초월이 아니다.


3. 행복은 예금할 수 없는 현금이다

행복은 적금처럼 차곡차곡 모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인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일의 불안 때문에 오늘의 무탈함을 희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나중에 즐기자"는 말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나를 착취하는 선언과 같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직 지금 이 순간 무탈하고 행복할 것. 이것이 내가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배운 생존법이다. 나는 오늘도 내 몫의 30% 의무를 다하고 돌아와, 70%의 단단한 고독 속에서 가장 정직한 쾌락을 만끽한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인생 아닌가.


#인간관계손절

#독거중년

#고독의기술

작가의 이전글잔치집의 각설이패가 된 '사이버렉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