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에게 노벨평화상을 허하라!

by 무학의통찰

1. 숲의 비명을 멈춘 푸른색 메시아


나는 오늘,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에게 환경운동가들이 수여해야 할 가장 영예로운 훈장을 추천하고자 한다. 만약 수십 년간 한반도의 산천에서 정력제라는 이름으로 학살당한 수만 마리의 뱀과 곰, 그리고 이름 모를 생명들을 위한 위령비가 세워진다면, 그 비석의 머릿돌에는 마땅히 ‘비아그라’라는 푸른색 이름이 새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조그만 알약 하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동물 해방 운동’을 완수했기 때문이다.



2. 보양. 집단적 트라우마가 낳은 흡혈의식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약탕기는 거대한 주술의 증거였다. 만성적 영양 부족에 시달리던 과거의 기억은 ‘보양’이라는 이름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바뀌었다. 단백질과 지방이 귀하던 시절의 생존 전략은 영양 과잉의 시대에도 살아남아, 자연주의에 뿌리를 둔 기괴한 애니미즘으로 변질되었다. 9시 뉴스에는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아 담즙을 빨아올리는 야만의 풍경이 생중계되었다. 그 화면 밖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현대 문명의 세례를 받은 도시인들이 동남아 오지의 은밀한 여행지나 뜬장이 늘어선 사육장으로 모여, 짐승의 힘을 내 몸에 이식하려는 구석기적 신도로 돌변했다.



3. 애니미즘의 늪, 우리는 신화를 먹고 있다


이 ‘몬도가네식’ 식습관의 밑바닥에는 조악한 애니미즘이 흐른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녹용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곰의 웅담에서 독점적 힘을, 그리고 남근을 닮은 뱀과 장어의 형태에서 발기력과 지속성을 얻으려 안달했다. 하지만 뱀탕을 앉은자리에서 3,000그릇쯤 비워내 화학적 임계치를 넘지 않는 한, 어떤 약용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력’이라는 신화 속에 가려졌다. 우리가 먹은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결핍이 만들어낸 ‘성분표 없는 신화’였다.



4. 생존이라는 명분조차 없는 무자비한 수탈


이 잔혹극의 본질은 그것이 ‘생존’이 아닌 ‘사치’를 향해 있었다는 점에 있다. 인류는 단백질을 얻기 위한 도축 앞에서는 동물 복지와 도의적 책임을 논하며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정력이라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욕망의 사치제 앞에서는 그 어떤 자비도 허락되지 않았다. 뜬장에 갇힌 개와 웅담이라는 이름으로 산채로 즙이 추출된 곰들에게는 도축의 예우조차 없었다. 오로지 인간의 탐욕을 위해 생을 통째로 수탈당해야 했던 그 현장은, 생존이라는 대의명분조차 상실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포식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제물이었다.


5. 주술을 과학으로 치환한 과학의 공습


이 견고한 미신의 성벽을 무너뜨린 것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가장 날카로운 창, ‘과학 기술’이었다. 화이자는 ‘기(氣)’라는 흐릿한 형이상학의 세계를 ‘혈관 확장’이라는 명쾌한 생리학의 세계로 바꿔 버렸다. 짐승의 피를 탐하던 자들은 이제 정수기 물 한 컵과 함께 깔끔하게 알약을 삼킨다. 결과가 불확실한 값비싼 주술 대신, 즉각적이고 확실한 과학을 선택한 것이다.



6. 속물적 욕망이 거둔 뜻밖의 자비


화이자의 1순위 목적이 지극히 속물적인 이윤 추구였다고 해서, 그들이 결과적으로 이룩한 ‘생태계의 평화’라는 위대한 부산물까지 폄하할 수는 없다. 1순위의 목적이 자본주의적이라 하여 그들이 거둔 3,4순위의 선의까지 하찮게 취급하는 것은 또 다른 오만이다. 때로는 고결한 선의보다 차가운 자본의 기술력이 세상을 더 빠르게 구원한다. 그리하여 파란 알약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이제 그만 주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성과 혈관을 믿는 진정한 인간으로 독립하라고.



7. 뱀파이어의 삶을 청산하고 과학적 중년으로


우리는 화이자에게 큰 빚을 졌다. 그들은 우리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준 것뿐만이 아니라, 미신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술이 야만에게 건넨 가장 냉소적이고도 위대한 작별 인사다. 비아그라를 삼키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타자의 생명을 빨아먹던 흡혈귀의 삶을 청산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과학적 중년’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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