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갠지스강 가트 앞에 서는 순간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은 화장터의 연기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카오스 그 자체인데, 이어폰에서는 역설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야!"라는 노래가 흐른다.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모먼트다.
바라나시의 골목은 유일무이하다. 수백 년 된 건물의 칠은 벗겨져 칙칙하고, 임종을 기다리는 노인들보다 더 오래된 먼지와 손때가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다. 아라비안 풍 술탄의 성 같은 건물들 사이로 땀과 넛맥, 그리고 살점이 타는 냄새를 덮으려는 인센스 향이 지독하게 뒤섞여 흐른다.
그 골목 끝에서 마주한 화장터는 신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흙바닥 위 장작더미에서 시신을 태우는 날것의 풍경. 돈이 없어 장작을 다 사지 못한 가난한 이들의 시신은 온전히 타지 못한 채 남고, 그 뼛가루가 뿌려지는 강물 속에서 아이들은 흘러나온 장신구를 건지려 자맥질을 한다. 죽음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이 도시의 생명력은 기괴하리만큼 끈질기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가장 안쓰러웠던 건 세상물정 모르는 백인 구도자들의 모습이었다. 오물과 소똥이 뒤범벅된 진창길을, '구루'라 자칭하는 이들에게 일체의 일상적 비용과 수업료까지 지불해 가며 발자국을 따라 맨발로 걷는 철 지난 히피문화와 어설픈 오리엔탈리즘. 참선이나 명상이 대단할 게 없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온 내 눈에는, 그런 금전적 요구를 스스럼없이 하는 사기꾼에게 인생의 해답이 있을 거라 믿으며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들의 모습에 어떤 응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바라나시는 누군가에게는 신비로운 영혼의 성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음조차 일상이 된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그 본질을 달리하는 도시. 지독한 악취와 오염된 강물, 그리고 죽음의 연기 속에서 "What a Wonderful World"가 흐를 때, 나는 비로소 그 노래가 가진 가장 강렬한 반어법이자 포용력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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