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셜or패밀리 워커 Jun 30. 2023

몸이 아프면... 절대로 안 된다.

내가 대형병원에 잘 가지 않는 이유.


  작년 말 입사하기 전에 미리 병원 순례를 다녀왔다. 40대 후반이 되니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 혹들이 내 몸들에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 4월에는 난소에 12cm나 되는 난소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유방에 작은 혹이 생겼는데 모양이 신경 쓰인다고 암검사를 해 보는 게 어떻냐고 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터라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피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암은 아니라고 했다. 안심하고 지내고 있었다.


  6개월이 지나서 최근 병원에 가서 유방정밀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왼쪽 혹은 그대로 있고, 오른쪽에 하나가 더 생겼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이 혹들이 신경이 꽤나 쓰인다며 당장 대학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해 보라고 했다. 두 군데 병원을 추천해 주셨는데 당장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토요일에 진료할 수 있는 병원부터 물어봤다. 토요일에 진료나 검사가 가능한 대형병원은 없다고 했다. 내 몸에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 당장 현실적인 걱정들이 몰려왔다. 이래서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가 보다. 


 다음 날 선택한 대학병원 예약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가장 빠른 선생님 진료일로 예약을 하고 회사에 반가 처리 신청을 했다.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 암이면 어쩌지. 우리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이제 회사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데 등등... 내 지인 2명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친한 친구도 지금 유방암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인들의 병이 이제 나의 순서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긴장되었다.



 진료일이 되었다. 내가 간 곳은 여성암센터였다. 여성 암 환자가 많긴 한가보다. 그냥 암센터도 아닌 여성전용 암센터라니...  여성암센터 대기를 기다리며 환자들을 둘러보았다. 엄마와 같이 온 젊은 청년부터 어르신들까지 연령이 다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진료와 검사 결과는 다행히 조직검사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6개월마다 혹이 커지는지 확인하자고 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다시 한번 건강과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의료시스템의 약간의 불편함과 의료비 지출이 이중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개인 병원에서 복사해 준 검사 영상 CD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다시 대학병원에서 똑같은 정밀초음파를 하고 개인 병원 검사비의 4배가 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나에게 남은 사보험은 실비보험 딱 하나인데 그 마저도 제일 저렴한 조건으로 가입한 거라서 여성 질환은 제외된 보험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이 생겨 가계가 휘청거린다. 내 몸을 걱정하기보다 나는 의료비 지출을 걱정하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다. 


 질병에 걸리면 부익부 빈익빈이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의료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병원비 지출은 무시할 수 없다. 병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 수만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아니겠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보조금으로 보이는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