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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or패밀리 워커 Jul 18. 2023

꿈나무들의 방학중 점심 식사 해결

아동급식카드 꿈나무카드를 발급받다. 


 맞벌이 가정이 되고 나니 가장 두려운 시기인 방학이 돌아오고 있다.  아무리 먹을 것을 준비해 놓고 나와도 매일 뻔한 것들이고, 툭하면 라면만 찾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을 시켜주기에는 식비가 너무 부담스럽고 이번 여름방학은 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학교 이 알리미로 아동급식카드 신청 안내가 울렸다. 작년까지는 내가 풀타임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해당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일을 하니 가능할 것 같았다. 중위소득 52% 이하 가정이 해당된다고 하니 이번에는 신청해 보기로 했다. 



2005년 이래 각 지자체에서 결식아동 급식사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발급하는 IC 카드[1]. 경제적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못할 경우 학교 바깥에서 급식에 준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조하는 카드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의 자녀는 해당 가정의 절대적인 소득 수준이 낮기도 하거니와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아동의 결식으로 이어지게 되며 아동급식으로 인해 신체가 성장하는 시기의 아동에게 충분한 양의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못한다면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므로 정부가 바우처의 형식으로 아동이 일반음식점 등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출처: 아동급식카드 - 나무위키 (namu.wiki)>




 맞벌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 또는 국민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자격을 조회해 본 후 바로 체크카드를 아이들 수만큼 받으면 되는 거였다. 1식 8,000원 대부분의 식당에서 결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카드 앞면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뒷면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각각 수기로 적혀있다. 아마 예전에는 카드에 아동급식지원카드라고 적혀있었을 것이다. 민감한 시기의 사춘기 청소년이 사용할 때 수치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또는 낙인 때문인지 그 문구는 사라진 것 같다. 


이 카드를 발급받은 날 저녁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한 명씩 전달해 주면서 여름방학 때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사 먹으면 된다고 하니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아이들은 그때부터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난 마라탕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먹으러 갈 거야!" 

"그래, 다 같이 가서 꼭 먹어봐~"


나는 안 먹어도 이미 마음은 배가 불러왔다. 아이들이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게 저리 많았나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 햄버거, 치킨 등 그동안 잘 먹지 못했던 것들을 방학 중에라도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 


빠듯한 생활비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식비밖에 없다. 외식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그나마 만만한 중국집에 가끔 가면 우리 가족은 탕수육, 짜장, 짬뽕 세트 두 개를 시킨다. 식구는 6명인데 식사는 4개만 시킨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남긴 짬뽕이나 짜장면을 건져 먹거나 공깃밥을 시켜서 말아먹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짜장면 한 그릇을 둘에게 나누어 먹여도 눈치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들이 점점 커가니 인원수 대로 시키지 않으면 눈치가 보인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도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커 버렸다. 몇 년만 더 지나면 한참 먹기 시작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아동급식카드가 있으니 너무 든든하다. 


 우리 집의 유일한 딸 셋째는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다. 짜증과 징징거림이 늘고, 불평불만이 많아진다. 어제는 "난 이 카드 안 쓸 거야! 가난한 아이들 굶을까봐 주는 카드잖아! 창피해서 안 먹어!"라며 말했다. 


 아이들이 차상위라 받는 혜택을 아이들 어릴 때는 그냥 둘러대며 말해 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이제는 부모의 가난을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식구가 많은데 수입은 적으니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니 그냥 군말 없이 받기나 해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물가는 너무 오른다. 하루에 우유 1리터를 먹는 우리 집 냉장고의 우유는 사다 놓기 무섭게 사라진다.  나는 오늘도 퇴근길 마트에 들러 단 몇 백 원이라도 더 싼 우유를 고르기 위해 우유코너 앞에서 서성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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