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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or패밀리 워커 Sep 18. 2023

문학 속 사회복지

 최근 몇 년간 난 문학에 빠져있다. 수많은 주제 중에서 유독 손이 가는 소설들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이다. 직업병인가 보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소설을 소개 하고 싶다. 



모두의 연수는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인 김려령의 가장 신간이다. 

바닷가 마을, 명도단이라는 과거의 우범지역이자, 상가밀집지역에는 연수라는 15살 소녀가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친엄마는 연수를 낳다가 사망하고, 친 이모와 경찰인 이모부가 연수의 주 보호자이다. 이모부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슈퍼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연수를 친손녀처럼 거의 키워주셨다. 명도단의 모든 상인들은 연수를 함께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이모부로부터 연수의 생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생부는 엄마와 같은 보육원 출신 선배이자 각종 범죄를 저질러 잡히는 범죄자이다. 게다가 엄마가 생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임신을 하게 했다고 한다. 우연히 엄마의 과거 사진을 보다가 발견하게 된 거짓 증언으로 인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그는 연수의 생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나를 낳다가 죽은 엄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아빠, 그런 나를 돌봐 준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명도단 사람들. 내가 내 탄생 비화로 소란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였다. 나는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부모와는 성격이 다른 보호자라는 내면의 벽은 좀 생겼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했다. 늘 그랬듯 태연하게 명도단을 누비는 모두의 연수로 지낸 것이었다.”(p.64)


한 때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보호 종료 아동에 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인상 깊게 보았다. 보육원을 나와 막상 사회로 나오면 먼저 보육원을 나온 선배들이 그들에게 사기치고, 얼마 갖고 있지 않는 돈까지 빼앗아 간다는 사례도 보았다. 물론 혼자 자립에 성공해서 올바른 선배가 되어 주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연수에게는 기꺼이 보호자가 되어 준 할머니, 할아버지, 명도단의 이웃들, 게다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현실에서도 이렇게 약자들의 보호자가 되어 줄 그야말로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으련만... 



 백온유 작가는 ‘유원’, ‘페퍼민트’라는 전작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남겨진 청소년들의 상처와 아픔, 성장 이야기를 다루었다. 최신작인 ‘경우 없는 세계’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인수는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혼자 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집 앞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한 자해공갈을 하고 있는 이호라는 가출청소년을 집에 받아 주며 자신의 가출 청소년기를 회상하게 된다. 인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이지만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빠와 아무렇지 않은 듯 사는 엄마에게 환멸을 느끼고 가출을 하게 된다. 가출 청소년으로 전전긍긍하다 성연, 경우라는 아이들을 만난다. 가출기간이 꽤 되어 보이는 거칠게 살아가는 성연에 반해 예의바르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경우. ‘우리집’이라는 공동 거주지에서 근근히 생활하며, 위험과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A라는 아이의 죽음을 목격하지만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은 A의 시체를 유기하게 된다.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의 심연에서 바람이 휘돌며 서서히 내 몸을 녹였다. 이런 온기를 오래전부터 꿈꿔왔지만 막상 따뜻함을 느끼니 내게는 이런 안온함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워졌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부디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p.261-2)


이 소설을 읽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가출청소년들의 실제적인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인 청소년들이 오죽하면 집을 나와서 거리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범죄를 저지르고, 경우 없는 어른들에게 이용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청소년 부모가 된 입장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의 폭력과 방임을 피해 거리로 나온 아이들. 집에 다시 들어가는 것보다 감옥을 선택한 아이들. 따뜻한 스위트 홈이 되어 주지 못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의 방황과 막막한 그들의 삶이 현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슬프다. 



이희영 작가도 청소년 소설로 꽤 알려진 작가이다. 소금아이도 최신간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와 외딴 섬마을에 사는 고등학생 이수. 이수가 초등학생일때 엄마와 엄마의 새 남자친구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홀로 남겨진 아이를 거둔 사람은 엄마 남자친구의 어머니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 할머니와 이수는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불미스러운 사고의 진실은 너무나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그 진실을 알게 된 이수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단지 태어나서 아이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도 누리지 못했던 이수와 그 아이를 품은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미풍에도 잔잔한 바다가 깨어나듯, 인간의 마음속에 침잠한 것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부유한다. 애처 외면했던 기억과 상처를 아프게 불러들인다."(p.183)


 3편의 소설은 허구이기는 하나 실제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이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저 태어났는데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학대 당해 집을 나왔다. 갈 곳 잃은 아이들이 전전긍긍하며 간 곳은 범죄에 노출된 곳이다. 그러나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은 바뀔 수 있다. 

어떤 어른으로 살아야 하나, 나는 어떤 부모인가라는 고민을 날마다 하지만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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