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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or패밀리 워커 Nov 16. 2023

세상에 공짜는 없다..

책걸상지원사업 에피소드

 4학년 딸이 가정통신문을 건네 주는데 퉁퉁거린다. 그 분(사춘기)이 오셔서 요즘 자주 퉁퉁거리고, 삐딱선을 잘 탄다. 확실히 아들들보다 많이 빠르긴 한 것 같다. 담임선생님이 학교에서 11명이 신청할 수 있는데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너가 신청해서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서류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추천 사유란에 가정환경, 학업에 대한 열정 등을 쓰라고 했는데 이부분을 누구 입장으로 쓰라는 건지 애매했다. 담임 선생님이 써야 하는 부분이지만 가정환경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하니 이렇게 그냥 아이를 통해서 보낸 것 같았다. 


"엄마 이거 가난한 아이들이 받는 거잖아! 싫어 안 할래!" 하며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 

이 신청서를 아이를 통해 보내기 전에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해 주셨다면...

신청서를 봉투에 넣어서 아이가 못 보게 잘 밀봉해서 엄마에게 갖다드리라고 배려해 주셨다면 아이가 이렇게까지 알 필요는 없었을텐데 속상했다. 


딸의 담임쌤이 첫째의 담임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어떤 분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딸에게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주시기 위해서 그런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전달 과정에서 아이가 받을 상처까지 헤아리지 못하시는 분이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딸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가 혜택을 받아야하는 건지 알지 못한다. 


가난을 증명해야 혜택받을 수 있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직 예민한 11살 딸을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 지는 참 피곤한 일이다....


직장에 서류를 가지고 와서 기본 인적 사항만 적고, 추천 사유를 쓰지 못해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우리 학교 학생 11명에게 지원해 주는 줄 알고 신청하라고 했는데, 관할 교육청 소속 학생 6명 지원이라고 해서 어려울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하하!!"


선생님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역시나 아무것도 모르시고 계신다.  그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싶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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