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셜or패밀리 워커 Jan 12. 2024

몸이 아프면 절대로 안 된다(2).

포도막염으로 눈이 보이지 않다...

한 달 전쯤 저녁부터 갑자기 왼쪽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생겼다. 눈 다래끼가 나는 건가 해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집 근처 안과에 갔다. 마침 토요일이라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알레르기성 막염이라고 해서 처방해 준 약을 넣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더 악화되었다. 눈을 뜰 수가 없고, 눈물이 계속 나고 통증이 심해졌다. 직장 근처 다른 안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더니. 포도막염인데 염증이 너무 심해서 유착이 되었다고 했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을 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심해지지 않았을까? 염증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안약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며 거의 매일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좋아졌다. 토요일까지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절대로 피곤하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주말이면 교회 일과, 밀렸던 집안일, 아이들 식사 챙기는 것까지 더 바쁘게 지내는데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눈 상태도 어느 정도 호전되어 평소처럼 지냈는데 월요일부터 눈이 다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화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직장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히 안과로 갔다.


눈 상태를 보신 선생님이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냐며 놀라셨다. 큰 병원으로 가서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 인근 대학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할 테니 택시 타고 바로 가라고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의뢰해 준 대학병원으로 가서 각종 검사를 한 후 눈 안에 주사를 맞았다. 의사 선생님 더 너무 심하다며 놀라셨다. 후유증으로 백내장도 이미 왔다고 했다. 흔한 질병이 아니라 각종 원인 검사를 했다. 각종 검사 중에는 유전자 검사도 있었다. 다른 지병이 없는데 왜 갑자기 이런 병이 생긴 걸까. 그것도 눈이라 컴퓨터로 일도 해야 하고, 운전도 해야 하는데 직장에 나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눈이 이러니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행히 급하게 눈에 주사도 맞고, 스테로이드 6알을 매일 먹고, 각종 안약을 한 시간마다 넣으니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다. 일주일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HLA-B27이라는 유전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이 유전자의 문제는 강직성 척추염으로도 올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허리 통증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 포도막염은 재발이 잘 된다고 했다. 안약을 한 달째 넣고 있다. 다음 주 진료가 제발 마지막이길 기도하고 있다.


작년 연말은 포도막염으로 인해 참으로 심란했다. 눈 한쪽이 잘 보이지 않으니 원근감이 없어지고, 넘어져서 다치는 일도 있었다. 직장 동료에게 민폐였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으로 난감했다. 때마침 지금 하는 일을 2024년에도 11개월 연장해서 근로계약을 하는 시점이었다. 작년 초까지는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몸이 아파서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병원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갔던 안과에서 오진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심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다음에 간 안과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해 주셨고, 마침 외래교수였기 때문에 긴급한 진료의뢰도 바로 될 수 있었다.


한쪽 눈이 안 보여도 이렇게 힘든데, 모든 시력을 다 잃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아주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아프니 가족들도 지인들도 모두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도 엄마가 아파서 놀랐고, 엄마의 집안일을 잠깐은 도와주었다. 지금은 다시 원 상태가 되었지만 ^^


아무튼 2024년도에도 제발 건강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혜택을 받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