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셜or패밀리 워커 Apr 07. 2023

13년의 자녀 돌봄 경력을 인정받다.

사회복지사 재취업기. 

2009년 12월 31일 자로 OOO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퇴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13년의 시간이 지났다. 13년 동안 4명의 자녀를 낳았고 키웠다. 물론 아이만 키운 건 아니고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오긴 했다. 보육반장, 연구원 보조 등 컴퓨터만 있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니 아이들 어린이집, 학교에 보내놓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것이다. 어떤 해에는 3가지 일을 한 적도 있었다. 물론 1년 내내는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서 일을 하다 보니 회의가 왔다. 가장 중요한 건 보수가 적은 것, 그리고 경력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에는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며 일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총체적 난국이었다.  한해 한해 내 나이는 먹어가고, 아이들은 커 가고,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구직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며 채용공고를 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재취업을 위해 직업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내 나이와 이력 등을 파악하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이 돌봄, 어르신재가센터 관련 일이라고 했다. 현실적인 이유는 나이가 40대 후반이고, 사회복지 경력이 짧다는 것이었다. 현타가 오고, 허무감이 몰려왔다. 13년 동안 죽어라 아이들 돌보고 이제 사회에 나가려고 했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다시 돌봄 관련 일이다. 보수를 받으며 남의 집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 남의 부모를 돌봐주는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돌봄 관련 일은 하기가 싫었다. 아직 우리 아이들도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인데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취업을 하는 거지만 그래도 회의가 올 것 같았다. 남의 아이들은 정성껏 돌봐주며 집에서 엄마가 올 때까지 배고파하고 있을 아이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14년 만에 전일제로 일하게 되는 경우의 상황들을 따져 보면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 등교, 하교, 방학 중 식사 등...   Rush hour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체력이 될 지도 걱정이었다. 

하루에도 12번 여러 상황 때문에 전일제 근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십 번 고민 끝에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 일단 지원해 보자!! 넣어보고 안 되면 계속 파트타임제로 일을 하던가, 되면 도전해 보자 라며 말이다. 


일단 두 군데 공공기관 기간제 사회복지직에 문을 두드려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자치구와 바로 옆 자치구에 한 군데씩 지원했다. 서류통과 된 곳은 옆 자치구였다. 1차 서류통과 합격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7명이 서류합격이 되었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면접장소에 도착했다. 하필 순서는 1번이었는데 한 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보는 거였다. 면접장소에 들어가니 5명의 면접관이 있었다. 얼마나 떨리던지, 아직도 그때의 긴장감의 기억이 뚜렷하다. 여러 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하지 못한 말이 있거나 자신을 어필할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저는 13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었습니다. 그래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13년의 시간들을 돌아보니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여러 일도 해 왔습니다.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는 더 많은 능력과 경험이 쌓였습니다.... 멀티태스킹 능력, 위기대처 능력, 인간관계 대처 등....(중략)....

솔직히 다시 전일제 근무를 하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자신감은 떨어져 있지만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이 일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좋은 결과로 다시 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면서 솔직히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동안의 나의 삶을 돌아보니 '정말 너 열심히 살았구나'라며 스스로를 도닥였다. 면접 결과는 일주일 후였다. 




드디어 합격이다!!!!  그것도 1 지망으로 지원했던 센터장이라니... 1년 기간제이지만 그래도 13년 만에 재취업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적인 일이었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 합격발표가 되고 나서 축하해 준 지인들에게 취업턱을 내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전업 워킹맘 될 준비를 하느라 몇 주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아이들 치과 진료, 안경 맞추기, 1박 2일 가족여행 등.. 그렇게 매우 바쁜 2022년 연말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와 사회복지사 그 어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