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생각
요즘 짧은 영상이나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쇼츠, 릴스, 틱톡 등이 유행인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인스타를 하다가 추천해 주는 릴스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여러 영상을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볼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지만 다 보고 나서는 딱히 남는 게 없고 허망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님'이 하신 말씀 중 끝이 어떠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은 처음에 하기 싫어 죽겠지만 하고 나서는 너무 보람차고 개운한 것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느낀 기분이 진짜 내 감정이라는 말이 있다.
짧은 영상들이 훨씬 접근도 쉽고 빨리 볼 수 있고 재미도 있다. 책은 읽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다.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짧은 영상들과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책을 읽었을 때가 더 좋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나는 책에 흥미가 없었다. 학교에서 읽으라고 해서 읽은 것 말고 스스로 책을 골라서 읽었던 기억이 없다. 책에 흥미가 없으니 당연히 글쓰기에도 흥미가 없었다. 책보다는 만화책이 좋았고 일기장에는 글보다 만화를 그리는 게 더 좋았다. 초등학교 받아쓰기 시험에서는 100점을 맞아본 기억이 없다. 25점 맞은 시험지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놀라운 것은 부모님은 25점을 받아온 시험지에 전혀 화를 내시거나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이런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스스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관심이 있는 분야가 생기니 저절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바로 '세계여행'과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이다. 현재 세계여행을 하고 있고 여전히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을 읽고 있다.
글쓰기를 시작한 거창한 이유는 없다. 도덕책에 나올 법 한 말처럼 우울증에 좋다고 해서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지구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지만 쓴다. 잘 못 쓰지만 그래도 쓴다. 최근 읽은 책인 류시화시인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읽고 더 용기가 생겼다.
글을 쓸 때 벽에 부딪히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뛰어난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쓰지 못한다고 절망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포기한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브런치를 하고 있다.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바로 '브런치'이다. 그리고 가장 쓰기 어려운 것도 '브런치'이다. 그래서 올리는 횟수가 가장 적다. 인스타, 블로그와 다르게 사진도 많이 없고 장문의 글로 이 여백을 채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는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
나름 나만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보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글쓰기는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만이 글을 읽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인간과 글쓰기는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많은 상처가 있는 나에게 이는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글로만 접한 사람, 글로 접하다 실제로 만난 사람, 실제로 만난 후 그 사람의 글을 접했을 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말로 하는 대화와 글로 하는 대화는 참 느낌이 다르다. 말로 하는 짧은 대화 보다 그 사람이 적은 글을 읽어보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대화보다는 정리해서 쓴 글 한편이 더 나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버킷리스트 중 ‘자서전 쓰기’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구나. 어쩌면 지금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이 에세이가 아닐까? 에세이를 검색해 보니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을 직접 만나 나를 표현하는 것이 어색한 나에게 진짜 나를 설명하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 큰 나는 그 사람이 쓴 글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
아하 그래서 나는 브런치나 블로그로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구나. 사람을 좋아하지만 무서워하는 나에게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