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Memory Chip) - PART 5
민수는 은정을 노려보다 말했다.
“왜 하필 나야? ”
은정은 잠깐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네가 제일 운이 나빴어.”
민수는 한숨을 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돈 찾는 거 도와줄게. 이제 이 밧줄 좀 풀어줘. 아파.”
은정은 민수의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민수의 손목과 발목에 묶여있던 밧줄을 손쉽게 단검으로 끊어냈다. 민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파랗게 멍이 든 손목과 발목을 흔들어댔다.
“아오, 진짜 내가 싸움만 잘했어도..”
“잘했어도? 뭐?”
은정이 민수의 얼굴 앞으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민수는 움찔하며 말했다.
“아니,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거지.. “
은정은 주먹 쥔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더니 차키를 꺼내 민수에게 던지며 말했다.
“일단 갈 곳이 있어. 운전은 네가 해.”
은정은 앞장서서 컨테이너를 나갔다. 민수도 그녀의 뒤를 따라 투덜거리며 걸었다.
은정이 먼저 차량의 조수석에 타있었다.
민수는 운전석에 탔다. 그리고 은정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까?”
은정은 앞으로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일단 출발해. 가면서 내가 말해줄게.”
“하, 네비 안 찍으면 불안한데..”
민수는 투덜거리며 시동을 걸었다. 은정은 민수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자꾸 투덜거릴래? 한발 쏴줘?”
“어차피 못 쏠 거잖아. 내가 필요할 텐데?”
민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쳤다.
“널 죽이고 또 다른 사람한테 칩만 이식하면 그만이야.”
“그럼 그러든가. “
강하게 나오는 민수를 어이없이 쳐다보는 은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사람을 잘못 골랐네.”
한참을 은정의 설명대로 운전하다 보니 어느 저택이 나왔다. 그 대문 앞에서 은정이 말했다.
“여기야 멈춰. “
차량을 대문 앞에서 멈췄고, 은정은 차에서 내렸다. 은정은 초인종을 누르고 뭔가 얘기를 하더니 곧이어 대문이 열렸다. 은정이 다시 차량에 탔다.
“안으로 들어가.”
민수는 차량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보니 저택이 더욱 웅장해 보였다. 민수는 감탄하며 말했다.
“와, 집 엄청 커!”
은정은 아이처럼 신기해하는 민수를 보고 비웃었다.
“네가 일해서 평생 벌어도 이런 집은 못 사겠지.”
민수는 은정이 안 보고 있을 때 한 대 때려볼까 생각했지만 은정의 허리춤에 있는 총을 보고는 이내 주먹 쥔 손을 거뒀다.
저택 한편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해두고 그들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더욱 웅장해 보였다. 노란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고 벽면은 온통 짙은 갈색으로 되어 마치 성을 연상시켰다. 안쪽에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시오. 좀 더 안쪽에 있소.”
은정과 민수는 목소리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깔끔한 베이지색 벽으로 되어있었고, 중앙홀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걸려있었다. 그 아래에 백발을 깔끔하게 넘긴 노인이 있었다. 그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 보이고 정장을 입어 더욱 세련되어 보였다. 노인은 은정을 보며 아는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하였다. 그리고 은정 옆의 민수를 보더니 흠칫 놀란 노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은정과 민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은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선생님, 이 놈을 아세요?”
노인은 한참 민수를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내가 아는 사람과 착각했구먼. “
민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랑 닮았다니, 잘 생겼겠군요. “
노인은 민수의 말을 듣고 은정에게 물었다.
“오는 길에 머리를 다쳤는가? “
은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원래 이래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정에게 말했다.
“남자친구의 기억을 연결할 사람이 이 자인가 보구먼. “
“네, 선생님. 데리고 왔어요.”
“알겠네.”
노인은 어느 방으로 걸어가며 오라고 손짓했다.
은정은 민수를 툭치며 말했다.
“얼른 따라가 봐.”
민수는 은정에게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괜찮은 거지?”
은정은 민수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며 말했다.
“겁쟁이씨, 내가 브로커한테 얼마를 주고 알아낸 곳인데? 믿어도 좋아.”
민수는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나 줬는데?”
은정은 말없이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 민수의 머리를 겨눴다.
민수는 고개 숙인 채 조용히 노인을 따라갔다.
노인을 따라간 방에는 침대가 있었고 그 옆에 모니터와 함께 프린터기처럼 생긴 장치가 있었다. 노인은 침대 옆에 앉아 민수에게 말했다.
“여기 눕게나.”
민수가 침대 위에 눕자 노인은 장치에 있는 선들을 민수의 몸과 메모리 칩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선을 다 연결하고 민수에게 말했다.
“기억을 연결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놀라서 약간의 발작이 있을 수 있다네. 정말 하겠는가? “
민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아픈가요?”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프지는 않다네. “
민수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겠네.”
노인은 프린터기처럼 생긴 장치에 있던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민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가 감았다. 몸이 조금씩 들썩거리다가 10초 뒤쯤 떨림이 멈추었다. 노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네는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