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Memory Chip) - PART 13
밤 11시, 민수는 완전무장한 용병들과 함께 펄센코사에 진입했다. 유인작전을 위해 정문에 용병 5명과 후문에 3명을 투입했다. 그리고 민수는 후문에 합류하여 펄센코 내부로 들어왔다.
11시 5분,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정문에 있는 인원들도 들키지 않은 듯하다. 민수는 용병들과 함께 후문에서 바로 보이는 CCTV실을 먼저 급습했다. CCTV 전체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비상구를 통해 올라갔다.
11시 12분,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문에 있는 인원들이 들킨듯하다. 10층까지 올라가야 했지만 아직은 8층이다. 좀 더 서둘러야 될 것 같아 민수와 일행은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11시 14분, 10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민수는 주먹을 쥐고 들어 올리며 멈추라는 신호를 주었다. 총구를 발소리가 들리는 위쪽으로 향한 채 멈추었다. 그러자 위에서 들리던 발소리도 잦아졌다. 그때 뭔가가 민수의 옆으로 떨어졌다. 수류탄이었다. 민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엎드려!”
민수는 내려가는 계단으로 뛰어들었다. 계단을 뒹굴며 떨어졌다. 그때 민수와 함께 있던 용병 중 한 명이 수류탄 위로 뛰어들었다. 펑하는 굉음과 함께 그의 육신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방에 피가 튀고, 계단도 부서졌다. 더 이상 위로 진입할 수 없었다. 계단을 뛰어내린 민수는 온몸이 부서진 것처럼 아팠다. 남은 용병 둘은 쓰러진 민수를 부축하며 9층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소인 10층 바로 아래는 대강당이었다. 넓고 어두운 공간에서 3명은 바짝 경계하며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총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적막 속에서 가만히 걷고만 있었다. 부상당한 민수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했다. 용병 중 한 명이 버튼을 눌랐다. 민수는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온전히 섰다. 오른쪽 다리가 부서졌는지 매우 불편했다. 민수는 고통을 참고 말했다.
“조용한걸 보니, 정문의 인원들은 당했나 보군.”
용병들은 민수의 양옆에서 가만히 민수를 보았다.
민수는 말을 이었다.
“아까 수류탄에 희생한 인원의 이름은 뭐지? “
용병 중 한 명이 말했다.
“제임스입니다.”
“제임스.. 그의 가족에게 꼭 돈을 전달해야겠어. “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양옆의 용병에게 말을 걸었다.
“둘은 이름이? “
“저는 피터이고.. “
왼편에 있던 키가 크고 피부가 까만 청년이 먼저 말했다. 피터가 오른편에 있는 용병에게 고갯짓을 하자 그가 말했다.
“저는 개리입니다.”
개리는 피터에 비해 키는 작지만 몸이 다부지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민수는 피터와 개리의 주머니에 쪽지를 하나씩 넣어주며 말했다.
“혹시나 내가 죽게 되면 확인해 봐.”
엘리베이터가 9층에 도착했다. 민수는 몸을 피했고, 피터와 개리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개리가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 민수와 피터는 엘리베이터 칸에서 천장을 열고 위로 진입했다. 둘은 올라갔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며, 개리도 안으로 들어와 위로 올려주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는 음이 들렸다.
탕탕탕!
그때 안으로 총알이 쏟아졌다. 천장으로 안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탔으면 벌집이 됐을 터였다. 피터와 개리는 각각 수류탄과 연막탄을 10층 안쪽으로 던졌다.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귀가 먹먹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또다시 총알이 쏟아졌다. 잠시 후 잠잠해지자 그들은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내려와 밖으로 소리 없이 나갔다. 밖은 연막으로 인해 연기가 온 시야를 가렸다. 그들은 몸을 숨길만한 책상 아래에서 잠시 대기했다.
연기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수류탄 파편에 맞은 시체들이 몇 보였다. 개리는 주변에서 깨진 거울파편을 주웠고, 밑에 있던 돌멩이를 책상 너머로 던졌다. 돌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깨진 거울로 주변을 둘러보던 개리는 적들의 인원수와 위치를 체크했다.
“맞은편 우측 책상 아래 한 명, 좌측 기둥에 한 명 있습니다. “
피터가 적들이 있는 방향으로 수류탄을 던지기 위해 안전핀을 뽑으려고 하자, 민수가 막았다.
“수류탄은 더 이상 안돼, 메모리 칩 제어장치가 망가져.”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그 틈에 둘을 죽이시죠.”
그러고는 피터가 책상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달렸다.
피터를 향한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민수와 개리는 총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조준하여 격발 했다. 그들을 모두 명중했다. 개리는 죽인 적들을 확인하러 달려 나갔다. 민수는 뛰어간 피터를 향해 갔다.
피터는 쓰러진 채 피를 토했다. 총알이 가슴과 다리에 여러 발 맞은 상태였다.
민수는 피터를 껴안고 말했다.
“고마워. 희생을 잊지 않을게.”
피터는 주머니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꺼냈다. 그리고 읽어보더니 옅은 미소를 짓고 눈을 감았다.
쪽지에는 그의 가족의 이름과 계좌번호가 적혀있었다. 개리는 적들의 확인사살까지 한 뒤 민수에게 돌아왔다.
“이제 적은 한 명도 없습니다.”
민수는 피터를 놔주고, 메모리 칩 제어장치로 향했다.
“제가 작업하는 동안 엄호해 주세요.”
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는 메모리 칩 제어장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리는 유일한 입구인 엘리베이터로 총구를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2대의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 그리고 이내 곧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