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le tail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북극해를 미끄러지는 선상.
평균 연령 70대의 서양인 승객들은
팔뚝만 한 망원렌즈를 끼고 소총 조준을 하듯
망망대해를 향해 비장하게 서있는
유일한 동양인 여행객을 흘끔흘끔 살핀다.
-
한참 동안의 고요한 침묵 속,
'Three O'clock!!!!!'
스피커가 울리고,
요란한 엔진 시동소리와 함께 3시 방향을 향해 달린다.
긴장된 손으로 허둥지둥 세팅값을 바꿔가며,
눈은 계속해서 뷰파인더 속 검은 그림자를 찾는다.
그때,
선상 여기저기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저 멀리 높이 물을 뿜으며 녀석이 나타났다.
놀라움과 반가움의 감정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거대하고 매끄러운 자태로 크게 서너 번 큰 숨을 쉰 녀석은,
힘차게 수면 위로 올라 모두를 흥분시키곤,
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향한다.
- Husavik, Ice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