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사는 동안 강아지를 입양했다. 수컷 미니어처 슈나우져로 우리는 ‘미니’라고 불렀다. 미니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 우리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 폴란드보다 답답한 한국 생활이었지만 미니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미니가 16살이 되던 작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우리 곁을 떠나기 1년 전부터 체력이 많이 약해지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지인의 친구가 키우던 반려견을 입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입양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른 곳으로 입양을 갔다가 돌아온 강아지를 임시로 맡았다가 복순이의 애교에 넘어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당시 3살이었던 복순이는 소리에 예민하고 많이 불안해했다. 차를 타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자신을 어디로 또 데려갈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산책을 해도 배변을 하지 않고 집에 와서야 했다. 원주인이 산책을 자주 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그 이유를 알 듯했다. 우리 집에 오기 전에도 다른 지인들의 집에 자주 맡겨졌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복순이는 눈치도 빠르고 애교가 많다. 원주인에게 돌려보내라던 남편도 복순이의 애교에 눈이 하트로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둘째는 절대로 다른 집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자기 동생 마냥 안아주고 쓰다듬고 했다. 그렇게 결국 우리 집에 눌러앉은 복순이!
복순이는 미니와도 너무 잘 지냈다. 가끔 노쇠한 미니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 옆에서 짖어대며 나에게 알렸다. 순둥이 미니는 힘든 발걸음을 옮기면서 복순이 뒤를 쫓아다녔다. 어쩌면 복순이 덕분에 미니가 좀 더 우리 곁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은 그렇게 1년여를 같이 지냈다. 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복순이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며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제는 산책을 가면 밖에서 볼 일도 잘 본다. 외출 후 들어오는 식구들을 정말 반갑게 맞아주며 꼬리를 180도로 흔들며 안아달라고 쫓아다닌다. 남편도 애교 부리는 복순이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이렇게 이쁜 복순이에게도 단점이 있다. 주변 소리에 예민해 자주 짖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혼을 내면 뭘 그런 걸로 혼내냐는 남편의 말에 어이가 없다. 돌려보내라고 했던 사람 어디 갔나 싶다. 복순이바보가 된 남편!
날이 좋으면 성북천으로 복순이와 산책을 간다. 처음에는 장거리 산책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먼저 나가자고 뱅글뱅글 돌며 낑낑거린다. 언제부터 그렇게 산책을 다녔다고 저러나 싶지만 매일 조르는 복순이가 귀엽다. 미니가 살아있을 때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이 후회돼 복순이 사진은 많이 찍고 있다. 행복해하는 표정의 사진을 보면 우리도 행복해진다. 개들도 표정이 있음을 복순이를 통해 알았다. 복순이를 봐왔던 지인이 복순이의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고 한다.
“복순아! 우리 이렇게 앞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 그리고 제발 짖는 것 좀 자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