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비스”와 “좋은 비즈니스”를 함께 만든다.
목차
1. 초기 단계의 BM은 어디까지 고민해야 하는가?
2. 기능에 문제를 끼워 맞추지 말자
3. 딜레마의 해결책, 제품 원칙
4. PM은 팀원에게 미래를 그려줘야 한다
5. 위대한 제품 관리자란 (feat. 서비스 만들기 vs 회사 만들기)
PM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항상 <인스파이어드>가 거론된다.. <스프린트>, <린스타트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프로덕트 오너> 등 다양한 PM 서적을 읽긴 했지만, <인스파이어드>만은 읽지 않았다. 읽어 보니, 다른 PM 서적의 내용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결국, PM이란 업의 본질은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책 제목 : 인스파이어드
저자 : 마티케이건
서비스를 빌드할 때, 고객 가치만큼 중요한 요소가 BM이다. 고객 가치는 이상이고, BM은 현실과 밀접하다. 처음 서비스를 만들 때,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가치만큼이나 돈을 좇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즉, 아무리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고 해도, BM이 없다면 서비스와 회사는 생존할 수 없다. BM을 위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크게 2가지다. "얼마큼의 매출을 발생하는가?" 그리고 "얼마큼의 비용이 발생하는가?" 매출과 수익 구조를 그려봄으로써 순수익이 얼마큼 남겨지는지 확인하고,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 질문은 초기 창업가가 명쾌히 답하기 어렵다. 애초에 매출과 비용, 이 두 가지 수치에 대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 비용은 대략적인 인건비로 산정한다고 해도, 매출은 훨씬 불명확하다. 매출을 예측하기 위해 유저의 리텐션, 재구매율, 전환율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는 핵심 유저의 모수에 기반한다. 이때 회원가입한 유저 중에서 타겟 유저의 비율이 적거나 혹은 우리가 생각한 핵심 유저가 잘못된 가설이라면, 계산한 예상 매출 흐름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 된다. <인스파이어드>에서도 초기 단계에 비즈니스 케이스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 단계에서는 BM을 시장의 규모 정도만 봐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BM의 목적은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다. 지금 당장 BM을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가 충분히 지속 가능한지는 체크해야 한다. 시장 규모는 서비스가 직간접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크기를 어렴풋이 그리게 만든다. 즉 시장 규모가 클수록 잠재 수익은 증가하는 것은 확실하며, 단지 구조 및 방식의 차이에 수익의 총량이 달라질 뿐이다.
기능을 만드는 행위는 재밌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기능으로 나올 때마다, 마치 발명가나 아티스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창작이란 행위만큼 즐거운 게 있을까? 하지만, 이 즐거움에 매몰되어 자칫 '문제'가 아닌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 기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며, 문제를 해결한 방법이 반드시 기능이 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기능 구현이 아니라, 콘텐츠, CS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제품 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 것이지, 기능 구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간혹, 나 자신이 정말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재밌어 보이는 기능을 먼저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 문제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메타인지, 자기 의심은 PM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역량인 듯하다. "문제 해결"이 아닌, "기능 구현"에 집중하는 건 아닌지 항상 되물어야 한다.
문제가 정의됐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결정해야 한다. 해결 방법을 결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알면서도 회피하는 셈이다. 다만, 모든 문제 해결 방법이 명쾌하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일부 문제는 딜레마적 요소가 있어 무엇이 옳은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가령, 양면 시장에서 어떤 세그먼트를 더 높은 우선순위로 집중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가 있다. 딜레마가 얽힌 문제는 명쾌한 답이 없기에 일종의 믿음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품 원칙은 결정을 위한 믿음이자 판단 도구다. 불확실한 선택지 사이에서 제품 원칙은 결정의 근거가 된다. 다만, 원칙에 의결한 결정이 항상 맞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애초에 팀이 정한 원칙 자체가 잘못됐다면, 결정은 틀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원칙을 정할 때,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것, 설령 틀렸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
다양한 팀원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다 같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의무는 PM에게 있다.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불안감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치열한 노력 끝에 서비스를 완성해도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결국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없게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PM은 팀원들이 지닌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안감은 미래에 부정적 시나리오를 그리기에 발생한다. 바꿔 말해, 미래의 긍정적 시나리오를 그림으로써 불안감을 억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PM은 팀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기대감과 설렘이 불안감을 이기게 만들어 줘야만 한다. 함께 하는 팀원들에게 꿈을 팔고, 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끝없이 그리게 만들며, 더 많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감 속에서도 팀은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그치지만, 위대한 제품 관리자는 “좋은 서비스”와 “좋은 비즈니스”를 함께 만든다. 과거의 나도 좋은 서비스만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좋은 비즈니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가치 있는 서비스만을 생각한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 흡사 애를 키우는 데 착하게만 키우고, 똑 부러지게 키우지 못한 느낌이랄까...?
창업을 하다 보니, '창업'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회고를 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니, 결국 창업도 똑같음을 느낀다. 창업을 하는 이유가 서비스가 아닌, 회사 만들기에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는 좋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과업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거나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면, 창업이 아니라 취미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충분하다. 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아니면,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건지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