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meLee Jan 04. 2023

30년 동안 사업을 하신 부모님은 "노력"이라 답했다.

28살의 창업가 아들과 57살의 사업가 부모님

 나의 아버지는 올해 57살이다. 28살인 나보다 2살 더 어린, 26살부터 아버지는 사업에 뛰어드셨다. 기억이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 어림잡아도 6살부터 본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여러 사업을 진행하셨고, 항상 바쁜 모습만 보이셨다. 도자기, 옷, 식당, 술집, 노래방 등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셨고, 이 중에서는 좋지 못한 결과로 끝난 사업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업을 해오셨는데, 사업 기간만 해도 대략 30년이 된다. 참고로, 지금은 도자기 사업에 정착하셨다. 


 아버지가 27살에 만난 어머니도, 지금까지 아버지의 사업을 함께 도우신다. 부모님이 맞벌이 셨기에 친구들한테 들을법한 가족끼리의 해외여행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주말에도 일을 나가는 부모님의 뒷모습만 보면서 자랐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라온 덕분에, 노력 그 자체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된 듯하다.


 새내기 시절부터 작년까지, 나의 커리어는 부모님의 일상과 전혀 무관했다. 애초에 대학교 전공은 화공생명공학과로, 커리어는 스타트업의 PM과 기획자로 쌓아왔기에 "사업"이라는 영역을 공감하기 어려웠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고마운 분"으로 존재했었다.






 작년 5월에 회사를 퇴사하고 창업을 시작했다. 어느덧,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아직 초기 창업이지만 여러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 노력하며 사는 것, 그 자체에 만족감이 큰 편이었지만, 팀의 대표라는 중압감과 예기치 못한 상황의 피로감 등으로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아갈수록, 부모님의 일이 공감되기 시작했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 과거의 부모님의 말씀이 다르게 해석됐고, 부모님이 평소에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계시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부모님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사업을 뛰어드셨고, 지금까지 사업을 꾸준하게 이어오셨다. 심지어 내가 겪은 감정적인 힘듦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겪어왔음에도 말이다.






 "창업을 직접 해보니깐, 엄마 아빠가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계속 해왔어?" 오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여쭤본 질문이다. 내 질문에 부모님은 덤덤하게 "열심히 하면 돼"라고 답하셨다. 30년 동안 사업을 꾸준하게 해 온 부모님이 내린 답은 "노력"이다. 부모님의 한 마디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부모님만큼 경험하지 못했기에, 짐작한다는 말은 오만에 가깝다. 다만, 부모님은 당신의 경험을 되돌아본 끝에 "노력"이란 답을 내린 것이다.


  "열심히 하면 돼"라는 말은 낭만적임과 동시에 잔인하다.  성공은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운, 타이밍과 같이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노력은 성공을 100% 담보하지 않으며, 단지 성공의 확률을 높일 뿐이다. 바꿔 말해, "열심히"라는 말은 "성공하지 않을 확률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라"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결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의 의미를 새로 정의한 덕분에, "열심히"의 밀도가 달라진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라진다. "열심히"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열심히"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엄마는 너의 선택을 응원하는데, 힘든 길을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네" 창업을 시작한 후, 어머니가 나에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당신이 걸어온 길의 힘듦, 이 감정이 모두 어루 담긴 말씀이다. 요즘 들어, 부모님이 겪어온 길을, 사업을 하면서 맞닥트린 어려움을, 삶의 지혜를 더 빨리 귀담아듣지 않은 것에 후회가 생긴다. 물론, 과거에는 부모님이 거쳐온 경험을 겪어봤지 못했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다. 후회를 한다는 건, 과거와 지금의 시선이 달라짐을 뜻하니깐. 조만간 본가로 찾아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PM의 대학생 회고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