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은

오직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by 로벨리아

요즘처럼 AI가 몇 초 만에 매끈한 글과 화려한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2026년의 시대에,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고도화된 실리콘밸리의 마케팅 채용 공고에서 유독 눈에 띄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스토리텔러(Storyteller)'다. 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기획안을 짜고, 타겟 고객의 입맛에 맞는 완벽한 카피를 쏟아내는 이 시대에,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들은 왜 다시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

사람의 마음을 기어이 움직이는 '울림'은 오직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창해 보이는 명제는 멀리 갈 것도 없이, 평소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깊이 체감하게 된다. 글 목록을 스크롤하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수많은 썸네일들을 마주하는데, 초고화질의 매끈한 스톡 이미지도 있고, AI가 그려낸 화려하고 결점 없는 일러스트도 넘쳐난다.

나 역시 손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으나 초반에 몇 개 끄적이다가, 결국 귀찮아서 AI에게서 사진을 생성해서 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군가 삐뚤빼뚤하게 직접 그린 손그림이나 일상의 투박한 사진들에

마우스 커서가 멈추고,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된다.

왜일까? 완벽하지 않은 그 선 하나를 그으며 담아냈을 진심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 투박함 속에서 우리는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발견한다.


AI는 완벽한 문장 구조를 만들어내고 정보의 나열을 최적화하는 데에는 도가 텄지만, 글과 글 사이에 묻어나는 '경험의 냄새'는 풍기지 못한다.

실리콘밸리가 애타게 찾는 스토리텔러 역시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소설가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삶이라는 가장 날것의 데이터를 딛고 서서, 진솔한 언어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할 줄 아는 사람. 즉,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가지는 결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일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대체되어 가는 시대에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투박한 진정성'과 '사람의 냄새'에 끌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AI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 고유한 '울림'만큼은 영원히 사람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요즘 일기장 먼슬리 칸에 '1일 1두들(doodle)'을 도전하고 있다. 매일 작은 그림 하나를 채우는 일조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겪어보니, 서툰 손그림으로 썸네일을 채우는 수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이 새삼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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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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