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2024년 02월 04일

by 로벨리아

당근에 올려둔 엄마의 골프채와 골프백이 팔렸다.


예전에 아빠가 좋은 골프채를 사주셨지만,

음악을 하는 나를 챙기느라 엄마는 정작 골프를 칠 시간이 없으셨다.

필드에 몇 번 나간 것 말고는 사용한 적이 없어, 거의 새것처럼 깔끔한 상태였다.

마침 요즘 골프가 유행하던 시기와 맞물려, 운 좋게도 금세 팔렸다.


골프채 사진을 찍고 올리는 건 내 담당이었다.

처음엔 클럽 부분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구매자분이 그립 부분까지 자세히 보고 싶다고 하셔서

채를 전부 꺼내 바닥에 일렬로 세워놓고 하나하나 찍었다.


나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없었지만,

덩치 큰 골프백이 나가서 자리도 생기고,

엄마가 맛있는 걸 사주시며 고생했다고 챙겨주셔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참에 내가 초등학교 때 썼던 골프채도 팔아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클럽들을 다 꺼내 닦고,

'다시 꺼내기 귀찮으니 이번에는 한 번 찍을 때 자세히 찍자'

는 마음으로 세세하게 사진을 찍어 올렸다.


골프채를 바라보다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강원도로 휴가를 갔을 때, 나 혼자 두고 부모님만 골프 치기 미안하셨던 아빠가

'같이 해볼래?' 하시며 골프를 배우게 되었고 그렇게 필드도 같이 나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막상 해보니 제법 재미있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을 칠 때는 특히.


힘이 좋아서 엄마와 드라이브 거리가 비슷하게 나갔고,

퍼팅이랑 피칭이 어려워 필드 위에서 투덜대던 기억도 생생하다.

풀내음이 가득한 드넓은 필드,

햇살과 바람,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까지...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보면 꽤 호화스러운 생활을 한 것이었다.

그 모든 순간을 만들어준 아빠에게 무척 감사했다.


음악을 하면서 자연스레 골프는 멀어졌고,

그때의 골프채들은 그렇게 한쪽에 놓인 채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나의 추억을 함께 품어준 그 골프채가

다시 누군가의 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동안 고생했어,

그리고 고마웠어!


월, 수,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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