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정원의 9월
사실 나는 오랫동안 우리 집 정원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분에 정원은 언제나 계절의 색으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가 좋아하시는 정원 가꾸기와 꽃에 나도 조금씩 마음을 가기 시작했다.
엄마가 정원일을 하러 나가시면 나도 어느새 그 곁에 서 있게 되었다.
이제는 엄마와 함께 흙을 만지고 꽃을 돌보며,
자연이 주는 조용한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3년가족일기에는 과거의 글부터 순서대로 올라가기에,
지금의 우리 집 정원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
집 정원이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여름 내내 줄기만 줄기차게 올리던 구절초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이 피지 않아 언제쯤일까 궁금해하던 나였는데, 이렇게 곱게 피어난 모습을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올해가 되어 처음으로 꽃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가을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있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내내 가을은 단연, 구절초의 계절이다.
홍댑싸리들도 이름에 걸맞게 단풍이 들어 붉어졌다.
다른 집의 홍댑싸리는 벌써 붉어졌길래, 우리집 댑싸리는 도대체 언제 붉어지나 궁금했었다.
작고 여린 모종이던 댑싸리가 조금씩 자라
이제는 제법 덩치를 키우더니, 드디어 곱게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괜스레 기특하고,
내년에도 떨어진 씨앗들이 잘 발아하길 조심스레 바래본다.
우리 집의 명물, 휴케라.
이웃 아주머니 댁에서 처음 보고 반해 구매한 식물이다.
종류가 무려 몇십 가지나 된다고 하니, 알고 보면 참 매력적인 친구다.
기온과 환경에 따라 잎빛이 달라져서
식재한 뒤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케라를 바라보게 된다.
그 색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비가 온 뒤에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잎 위에 맺힌 빗방울들이 유난히 또렷하게 반짝였다.
물기를 머금은 휴케라의 잎들이 마치 작은 보석처럼 빛났다.
여름의 꽃, 수국.
육안으로만 봤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순수함, 그 속에서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사진에서 보였다.
수국도 서서히 단풍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조금씩 물들어가는 떡갈잎 수국의 잎까지...
올해 처음 사서 식재한 떡갈잎 수국은
꽃도 예쁘지만, 가을이면 잎 전체가 붉게 물드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특이해 구매하게 되었다.
성질이 급한 나는 매번 "언제 붉어지니?" 하고 수국에게 묻곤 했는데,
드디어 잎이 조금씩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여름에 피는 꽃, 에키네시아.
앞정원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에키네시아다.
제작년에는 수국과 함께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꽃 중 하나였다.
겹에키네시아도 구매했는데, 아직 작은 모종이라
내년쯤에는 본격적으로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에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우리 집 문앞에 있는 나팔꽃.
나팔꽃은 기온에 따라 꽃잎 색이 파랑에서 보라로 바뀐다.
우연히 사진을 찍는 순간, 큰 나비가 꽃에 앉아 있었다.
날아갈까 봐 숨죽이며 조심스레 사진을 찍었다.
5-6월, 여러 다발로 피어나는 찔레장미.
식재한 지 1년이 지난 올해,
찔레장미는 훨씬 더 많이 자라고 꽃도 풍성하게 피어
한 때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친구가 되어주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주신 서양 봉숭아.
매일 피고 지는 꽃이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지, 물도 자주 주어야 한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꽃을 주신 아주머니가 생각나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원 관리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월별 기록.
내년에는 이 기록들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정원 속 꽃과 잎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의 여운과 자연의 섬세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제는 정원의 하루하루 작은 변화들을 바라보는 일이, 나에게는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이 된다.
올해의 정원을 돌아보며,
내년에는 이번년도에 심은 모종들이 예쁜 꽃을 피울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정원 속 작은 변화들 속에서,
꽃과 나, 그리고 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주시고 가꿔주신 엄마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담아 이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