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정원의 10월
우리 집 정원에도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았다.
여름 내내 화려하게 피어 있던 후룩스는 아직도 고운 빛을 잃지 않았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길게 피어나는 꽃이라, 올해는 유난히 긴 여름 덕분에 그 아름다움을 오래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후룩스를 잔뜩 심었고, 그 덕분에 정원은 아직도 여름의 마지막 향기로 가득하다.
올해는 우리 집 정원의 수국에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작년엔 그 시기를 몰라 단풍이 드는 모습을 놓쳤지만,
올해는 일부러 가지를 자르는 때를 맞춰 잘랐다.
덕분에 수국이 붉게 물드는 순간을 온전히 볼 수 있었고, 그저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참 행복했다.
가을을 기다리게 했던 떡갈잎수국.
잎사귀가 하나둘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올해 처음 심은 터라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덩치만은 어느새 제법 커졌다. 잎사귀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은 수국은 처음이었다.
밑에도 떡갈잎수국이 한 그루 더 있다.
위에 찍은 아이와는 같은 떡갈잎수국이지만, 종류가 조금 다르다.
조금 늦게 심어서 아직은 키가 작지만,
그래도 떡갈잎수국답게 잎사귀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휴케라.
그중에서도 아래 사진 속 '스위트티'가 드디어 제 빛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황색 잎사귀에 진한 붉은 갈색 선이 예쁜 친구인데, 처음 왔을 때는 온통 초록색이라 실망이 컸었다.
하지만 땅에 자리를 잡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니 이제야 본래의 색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기다림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우리 집 정원의 그라데이션 장미.
가을이 되어 햇볕이 줄어들다 보니, 꽃이 피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입을 꼭 다문 채 조용히 꽃을 준비하고 있다.
늘 한 송이씩만 피워내던 장미가 이번에는 두 송이나 피어 주웠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내년에도 이렇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뒷정원에는 흰색 구절초가 피어나있다.
가을바람에 하얀 꽃잎이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참 곱다.
내년에는 뒤쪽 둔덕 화단을 구절초로 가득 채울 생각이다.
구절초는 어디서든 꽃이 잘 피어나고, 번식도 왕성하며 색깔도 다양하다.
알록달록 피어날 내년의 정원을 벌써부터 그려본다.
이외에도 여러 가을 내음이 나는 꽃들이 있다.
정원 곳곳에서 스스로의 계절을 피워내며,
가을이 왔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가을의 최고 절정, 억새.
뒷정원 둔덕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억새가 자리 잡았다.
아마 새가 물어다준 선물일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작은 억새 한 덩이가 지금은 제법 자리를 잡고 바람에 흔들린다.
작년에 처음 억새를 발견하고 나서는 작업하기 힘든 둔덕 쪽을
모두 억새와 핑크뮬리로 채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올해는 뒷정원과 옆정원을 많이 손봤으니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나무.
뒷정원엔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단풍나무들을 대부분 베어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남은 작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붉고 고운 단풍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빛이 부족한 곳에서도 자신의 계절을 잊지 않고 물드는 모습이
왠지 더 짙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진을 찍는 엄마를 따라 나가며 "너는 왜 안나오냐옹" 하고 부른다.
겨울이 다가오며 추워진 날씨를 견뎌야 하기에 살이 조금씩 통통하게 오르는 모습이 너구리 같다.
이번 달도 열심히 기록했다.
보통 주말이나 쉬는 날에 정원 일을 하기에 기록한 날은 대부분 주말이었다.
이제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정원의 모습이 기록 속에 남아 있다.
한 달 동안의 계절과 정원을 돌아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비해 조금 빨리 찾아온 추위 때문에 수국들 곁에 볏짚도 씌워주고
잡풀 예방을 위해 코코피트도 뿌린 10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짧아지는 봄과 가을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정원을 기록하고 돌아보니
가을 정원의 소소한 풍경도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