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볶음과 수제비

2024년 02월 16일

by 로벨리아

오랜만에 집 근처 식당을 찾아 '외식'을 했던 날이었다.

둘 다 입맛도 별로 없고, 매콤한 것이 당겨서 주꾸미볶음과 수제비를 주문했다.


사실 나는 이 식당에 직접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거에 아빠가 엄마와 단둘이 이곳에서 식사하고 오시면,

내 몫으로 주꾸미볶음을 두어 번 포장해 오셨던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만큼 아빠와 엄마는 이 집을 즐겨 찾으셨던 듯하다.


테이블에 앉자, 엄마는 이내 아빠와의 추억에 잠기셨다.

"아빠는 늘 이 집에 오면 주꾸미볶음에 막걸리 반 잔을 꼭 곁들이셨어."

우리 둘 다 술은 즐기지 않았기에 술은 주문하지 않았고, 나는 그저 엄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집에선 아빠와 함께한 시간이 길기에 내가 아빠 생각이 많이 나는 것처럼

엄마도 아빠와 추억이 담긴 장소에 오셔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나셨던 것 같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갓 볶아낸 주꾸미볶음을 한 젓가락 맛보니,

정말 매콤하고 맛있어서 밥과 함께 정신없이 먹었다.


다만, 곁들인 수제비는 된장 맛이 너무 강한 것이 흠이었다.

결국 우리는 국물 대신 수제비만 건져 먹었다.

그래도 수제비 자체는 직접 반죽해서 손으로 떼어낸 것이라 쫄깃쫄깃해서 먹을 만했다.


수제비가 너무 많이 남아 포장을 해왔고 엄마는 남은 수제비를 내일 아침에 재조리해서 먹자고 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엄마는 하늘에 떠있는 달을 올려다보셨다.


"아빠 돌아가신 날 저녁에 봤던 보름달처럼, 오늘 달도 참 동그랗고 크네. 안 그러니?"


엄마는 보름달이 뜰 때면 매번 이 이야기를 항상 하신다.

처음에는 엄마가 왜 자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실까 싶었다.

하지만 달을 빤히 쳐다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보름달은 엄마 마음속에 담고 싶은 아빠의 마지막 모습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나는 비로소 엄마의 보름달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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