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마지막 뒷모습'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일을 벌일 때의 설렘, 첫 만남의 긴장감, 그리고 거창한 계획들. 세상은 화려한 시작에 박수를 보내고, 용기 있게 발을 내디딘 사람들을 찬양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박수소리'가 지난 뒤의 적막이 두려웠다.
사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끝을 맺는 데에는 지독히도 서툰 사람이었다. 열정은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렸고, 고비가 찾아오면 적당한 핑계를 찾아 뒷걸음질치곤 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마지막'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그 사람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가 되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인연을 맺는다. 어떤 이는 첫 만남부터 눈부신 광채를 뿜어낸다.
뛰어난 매너, 화려한 언변,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첫인상.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혹은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 '광채'는 이내 가짜였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이 힘들어지자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 마무리가 흐지부지해져 결국 남은 이들에게 짐을 지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겪으며 나는 깨달았다. 첫인상은 '기술'로 꾸밀 수 있지만, 끝인상은 그 사람의 '성품' 그 자체라는 것을.
아무리 시작이 좋았더라도 끝이 흐릿하거나 불쾌하면, 우리 기억 속에 남는 그 사람의 잔상은 결국 '안 좋았던 마지막'으로 고정된다. 인간의 기억은 잔인하게도 수백 번의 다정함보다 단 한 번의 무책임한 뒷모습을 더 오래 간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공적인 결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마침표를 찍고 퇴장하느냐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나의 약함을 알기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뒷모습이 얼마나 숭고한지 안다. 잘 될 때 웃으며 시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력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그 지점에서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추고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은 '인내'라는 근육이 단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결한 행위다.
이제 나는 시작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신 내가 내뱉은 말의 끝을 어떻게 맺을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건넬 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한다.
어쩌면 인생은 수많은 시작의 연속이 아니라, 수많은 마침표를 찍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찍는 이 마침표가 누군가에게는 '신뢰'로, 나 자신에게는 '성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시작은 '기회'를 만들지만, 마지막은 '다음'을 만든다.
나는 오늘도 화려한 출발선보다는, 고요하고 묵직한 결승선의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매듭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