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새해 첫 날의 다짐
부모 효능감(Parental Self-Efficacy) 높이기
그 해 1월 1일은 일요일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2학기 방학식은 1월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직 학기 중이었지만, 기말고사가 이미 끝난 상태여서 학생들은 방학처럼 느꼈다. 반면, 엄마들은 2학년 준비를 위한 선행학습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분주해지는 시기였다.
원래 아들의 학교는 12월 말에 겨울방학을 시작하고 2월에 잠시 개학한 뒤 다시 봄방학을 가지는 학사일정을 운영한다. 그러나 천장 석면 제거 공사를 겨울방학 중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봄방학 없이 긴 겨울방학을 계획했고, 이로 인해 방학식 일정이 다른 학교보다 늦춰졌다.
새해 첫날의 설렘과는 달리, 아들은 수학학원에 갔다. 사실 학원에서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2학년 수학 선행을 막 시작했다. 직장맘인 나는 수학교과 과정의 제목 정도만 알고 대부분의 교육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학원에서 도착한 메시지에 졸리던 눈이 번쩍 떠졌다.
"OO이가 지난 수업부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고, 아들에게 못한다고 다그치는 것도 지쳐서, 날아오는 성적표를 매일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의 메시지는 아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원 수업 진행에 차질을 줄 정도라는 느낌을 주어 깜짝 놀랐다.
다시 확인해 보니 직전 수업에서도 아들이 미분계수 문제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이를 놓치고 지나쳤던 것이다. 급히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물어봤다.
선생님의 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아들은 지난 수업부터 다른 학생들과 같은 교재가 아닌 쉬운 교재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힘들어해 개인지도나 반 분리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대로라면 학원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추가 클리닉 수업을 권유했고, 나는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지금껏 사교육에 의존하며 아들의 학업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했다. 사실 나는 열심히 학원을 보내며, 시간이 지나고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정확히 무엇이 어려운지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이다. 어쩌면 아들이 힘들어했을 순간들에 눈을 돌리고, 그저 학원의 도움만을 기대했던 나의 태도가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날 밤, 나는 아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온라인 강의와 튜터링 프로그램의 종류를 조사하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제라도 아들이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1925–2021)는 캐나다 출신의 심리학자로 행동주의와 인지주의를 통합한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 및 사회인지이론(Social Cognitive Theory)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특히, 학습, 동기, 자기 조절, 자기 효능감 등에 대한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확장으로 부모 효능감(Parental Self-Efficacy)이란 개념이 있으며, 이는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자녀와 문제가 생겨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부모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대이다. 나는 스스로의 부모 효능감을 높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인생에서 고등학교 생활은 한 번 뿐이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그냥 흘러가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새해 첫 날 밤이 무척이나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