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아이와 나의 적절한 거리는?
우리집에서 나의 서열은 No. 3이다. 남편, 아들, 그리고 나.
일반적으로 엄마가 가정을 주도하는 다른 집과 달리, 양육에 대해서 나는 가정 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서열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들의 자율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아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했다.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 그게 과연 옳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아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절제력을 익힐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기대는 단순한 희망에 불과했던 것일까? 아들은 책임감이 부족하고, 절제력도 부족한 어리광 많은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주변에서는 남자아이들의 특성이라고 말하고, 아들이 밖에서 버릇이 없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학습에 있어서 만큼은 진도를 빠르게 나가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rind, 1927년 8월 23일 ~ 2018년 9월 13일)는 부모 양육 스타일(parenting styles)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부모의 양육 스타일이 아동의 성격 형성, 행동, 사회적·정서적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양육 방식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rind)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양육 태도는 권위적 양육(Authoritative Parenting),권위주의적(독재적) 양육(Authoritarian Parenting), 허용적 양육(Permissive Parenting), 방임적 양육(Neglectful Parenting)으로 나뉜다. 이 중 앞에서 언급한 3가지는 다이애나 바움린드에 의해 처음 제안된 것이고, 마지막 방임적 양육방식을 후에 연구자들이 덧붙인 것이다.
첫 번째, 권위적 양육(Authoritative Parenting)은 부모가 자녀에게 명확한 규칙과 기대를 설정하지만, 동시에 자녀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이 양방향으로 이뤄지며 자녀에게 독립성과 책임감을 길러준다. 규칙을 어겼을 때는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하며 일관성있는 방식으로 징계를 시행한다. 예를 들어, “네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규칙을 어긴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라고 징계를 하느 것이다. 이런 권위적 양육은 아이의 높은 자존감, 자신감, 독립성을 키우고, 사회적 기술이 발달하며, 김정조정능력이 뛰어나 일반적으로 높은 학업성취도를 달성해 문제 행동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두 번째, 권위주의적 혹은 독재적 양육 (Authoritarian Parenting)은 부모는 엄격한 규칙을 강조하지만, 자녀의 의견이나 감정을 경청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자녀의 행동을 강력하게 통제하며, 규율 위반 시 처벌하며, 의사소통은 주로 부모가 일방적으로 주도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왜냐하면 내가 부모니까.”라고 이야기한다. 그 결과 아이는 낮은 자존감과 자심감을 가지게 되며, 불안감과 위축된 성격을 가지게 된다. 사회적 기술도 부족해지고 반항적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세 번째는 허용적 양육 (Permissive Parenting)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많은 자유를 주고 규칙을 거의 설정하지 않는다. 자녀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며, 행동에 대한 제안이 적다. 자녀아의 관계에서 충돌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가 행복하다면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 결과, 아동은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자기 통제력이 낮고, 규율과 책임감이 부족하며, 학업성취도가 낮다.
마지막 네 번째 양육방식은 방임적 양육(Neglectful Parenting)이다. 후에 연구자들에 의해 추가되 유형으로, 부모가 자녀의 삶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정서적, 물리적 돌봄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자녀의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네가 알아서 해. 난 바쁘니까 신경 쓸 여유가 없어.”라고 말한다. 그 결과, 아동은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정서적 안정감이 부족하며, 사회적 기술도 부족하고, 학업 성취도가 낮다. 문제행동인 반사회적 행동이나 약물남용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나 역시 이에 매우 동의했기 때문에, 아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떤건지.... 가끔 스스로 의심스러울 때가 참 많다. 나는 두 번째 권위주의적 양육방식과 세 번째 허용적 양육방식의 어느 중간 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너무 허용적이었던 걸까? 어쩌면, 조금 더 권위적이었어야 했을까? 이제 와서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한다.
주변에 아이들을 너무 타이트하게 괴롭혀서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와 아들이 많이 있다. 마치 'SKY캐슬' 드라마에서 우리나라 교육열의 피해자로 나오는 박영재와 그 엄마였던 이명주처럼. 나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권위적인 방식으로 양육된 아이들이 대체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드라마 속 그 아들 역시 '온전히 믿으셔야 합니다.'를 외쳤던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결국 부모의 엄격한 양육 덕분에 서울대 의대를 행복하게 다니지 않았을까? 결국 어느 정도의 강한 통제가 필요한 거이었을까?
또 한가지, 이솝우화 중 '도둑과 어머니' 이야기가 떠오른다. 도둑이 잡혀가면서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었다. "왜 처음 도둑질을 했을 때 꾸짖지 않았느냐?" 이렇게 어머니에게 따졌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의 양육 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을 바꿔야 할까?
아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주변의 선생님들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편한 환경과 지나치게 배려하는 엄마는 오히려 아이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잔소리를 많이 들어보지 않았던 아이는 선생님의 잔소리를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엄마는 그저 편안한 존재로만 여긴다. 아들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책임감과 절제력도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갑자기 양육태도를 바꿔야 할까? 갑작스럽게 강한 통제를 해야할까,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 아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며 아들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