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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1944년생 아버지와 1977년생 아들

by 신백

아버지께서 33세 때

내가 막내아들로 세상에 나왔다.


어머니께선 누님 두 분을 낳고 기죽어 지내시다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성별이 아들임을 알고

침대에 대자로 누워 그날 저녁상을 차리지 않으셨다 하셨다.




아버지가 지금 내 나이 때

나는 반항심 많은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한참 싸우러도 다녔고,

무리들과 돌아다니며 못된 짓도 했다.


어른들이 훈계조로 말씀하시는 건

다 비꼬거나 반대로 받아들였다.


그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했기에

어른들은 비겁한 인간들이었다.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분노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때 아버지는 두려우면서도 존경하는 존재였다.

아버지처럼 안 될 거야.

아버지 같은 삶을 살진 않겠어.


그래도 풋잠이 들었을 때

하루일을 마치고 들어오신 아버지가

비누향이 풍기는 두터운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시거나

볼에 까끌한 수염으로 뽀뽀를 해주실 때

아이~

라고 밀어내면서도 싫지 않았다.

방문을 나가시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푹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면 당신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까?

착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행동들을 이해할 순 없다.



아버지가 저녁 반주로 즐겨하시던 소주 한잔은

달았을까 썼을까?


감히 짐작도 안되지만

쓰고 달았다 한들 원인도 헤아릴 순 없겠지만,

당신 홀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당시의 (지금 내 나이의) 아버지와

소주 한 꼬꾸 하고 싶다.


아주 달면서도 매우 써도 좋다

당신 곁에는 내가,

내 옆에는 당신이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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