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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

D-63. 대학수학능력시험...응원합니다!

by 신백

23.9.14.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매년 11월 셋째 토요일 직전 목요일에 치러진다 합니다.

셋째 목요일로 하면 왜 안되나 싶기도 하고.

제가 치른 1995년 11월 22일은 무슨 요일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넷째 토요일 직전 수요일이네요.)


그날 부분적으로 생생히 기억납니다. 추웠습니다.

히트텍 같은 얇은 발열 내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두꺼운 내복을 입으면 혹시 졸릴까 봐

평소 편하게 입는 옷을 겹겹이 걸치고

당시 평범한 학생들이면 누구나 입던

더플코트를 입고 갔습니다.


거칠고 두껍게 짜낸 소재라 맨살에 닿으면 좀 까끌거렸고,

일체형 모자가 달려있고

다크레드와 브라운을 무난하게 섞어놓은 색인데

때가 타서 좀 문드러졌고.

지퍼 없이 한쪽의 단추를 다른 쪽의 고리에 넣는 방식이라

사이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떡볶이 더플코트라 부르나 봅니다.


부친께서 저를 시험장에 일찍 바래다주셨고,

모친은 100일 기도도 모자라

제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

다니시던 절에서 기도를 하셨답니다.



꿈 이야기


꿈을 자주 꾸는데요.

오늘 수능과 관련된 꿈을 두 번이나 꾸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현재 시간과 공간에서 수능을 치러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를 푸는 시간도 없었는데 식은땀이 났습니다.


28년이 지났어도,

수능 한 번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도

긴장이 되는 건 마찬가진가 봅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대학교 후배 녀석이 수능을 치러 등장했습니다.

저는 보호자의 입장으로 후배의 수능을 응원하며 기다렸습니다.




꿈인 걸 얼핏 알면서도

휴우, 내가 아니니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이 쉬어졌습니다.

꿈에서도 한 끝 차이로 내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누님들과 저의 대입 시험을 열렬히 응원하고

끝까지 지지해 주신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수능이 끝났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수능을 잘 보았다고 훌륭하게 사는 것도

수능을 잘 못 보더라도 인생이 잘 안 되는 것도

모두 아니란 걸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올해 수능이 63일 남았습니다.

수험생분들과 그 가족분들,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에게 응원의 기운을 드립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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