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7
정베드로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심리적으로 유약한 저를 평생 보호해주겠다는 누나의 말에 제 명의의 부동산과 아버지의 상속재산 전부를 넘겨줬어요. 하지만 누나는 저를 배신했습니다."
박차명 씨는 사업을 하다 실패한 탓에 자신의 명의로는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 명의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은행 거래나 다른 업체들과의 거래도 모두 어머니 명의 계좌에서 이루어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여동생 두명은 어머니 명의 계좌의 이체내역을 들고 와서는 지난 3년간 어머니 계좌에서 박차명 씨 계좌로 이체된 돈은 모두 증여이고, 따라서 위 증여들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차명 씨는 여동생들에게 어머니 명의로 사업을 하고 있었던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더욱이 어머니 명의 계좌에서 거래업체에 지급되어야 할 대금도 남아있는데, 여동생들이 동의해주지 않아 대금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박차명 씨는 동생들과의 상속분쟁, 어머니 명의로 남아 있는 사업체 대금정산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막막하다.
유류분반환소송에서도 어머니 명의로 사업했던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 사망 당시 계좌에 있던 돈도 사실은 다 사업자금인데, 찾아올 방법이 없을까요?
Q1) 유류분반환소송에서도 어머니 명의로 사업했던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A1)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되는 특별수익으로서의 ‘증여’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당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하여 결정합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등).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실제 자신의 신용문제나 행정청의 허가 문제 등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바, 유류분반환소송에서도 위와 같은 사실관계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고, 일단 그러한 사실관계를 인정받게 되면 어머님 계좌로부터 의뢰인의 계좌로 입금된 돈들이 ‘증여(무상지급)’으로 취급될 수 없고, 가사 증여라고 하여도 위에서 살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상속재산을 미리 주는 성격’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Q2) 어머니 사망 당시 계좌에 있던 돈도 사실은 다 사업자금인데, 찾아올 방법이 없을까요?
A2) 예금채권은 액수별로 나누어 성립될 수 있는 채권(가분채권)으로서 상속개시와 동시에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분에 따라 분할귀속되므로(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21144 판결 등)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 중 1인은 예금기관에 대해 자신의 상속분만큼 예금채권의 인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 은행 등 예금기관은 향후 유언의 존재 등에 따라 자신들이 중복지급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없으면 피상속인 명의 예금의 인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위 사안에서 의뢰인은 자신의 상속분을 넘어 피상속인 명의 예금 ‘전액’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사실상 ‘차명계좌’ 주장) 우리 대법원 판결은 차명계좌 인정에 매우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사실상 차명계좌 주장에 따른 예금전액 인출은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어머님 명의로 실제 사업의 채권·채무가 성립되어 온 것을 이용하여, 정산해줘야 할 돈이 있는 업체(미수대금 업체)로 하여금 어머님 명의 예금 전액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우회적인 방안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상속인으로부터 지급받을 돈이 있거나 이전받을 재산이 있는 경우,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 재산정리를 마쳐두면 좋으나 대부분 그럴 경황이 없거나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 재산정리를 하여 두는 것과 사망 이후 재산정리를 하는 것은 실제 법률적인 절차나 효과가 상당히 다릅니다.
예컨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에게 1억원 정도 돈을 빌려준 사람이 있는 경우,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은행에 위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피상속인의 신분증 등을 지참하여 임의로 1억원을 출금한다면 향후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상속재산의 임의선취로 취급되어 분할받을 액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고(본인이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을 부담합니다), 나아가 형사적인 문제(사문서위조 및 행사, 은행에 대한 사기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 피상속인의 사망이 알려진 이후라면 다른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는 임의로 예금을 인출할 수 없습니다.
반면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 피상속인의 동의를 얻어 1억원을 변제받은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를 ‘증여’로 보아 특별수익을 주장할 여지가 있으나, 위와 같은 돈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점(그리하여 상속재산의 선지급으로 돈을 준 것이라는 점)’에 대해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입증책임을 부담합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사망을 앞두고 재산정리를 하여 두는 것이 향후 복잡한 법적절차나 다른 공동상속인들과의 분쟁을 방지하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