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6
정베드로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심리적으로 유약한 저를 평생 보호해 주겠다는 누나의 말에 제 명의의 부동산과 아버지의 상속재산 전부를 넘겨줬어요. 하지만 누나는 저를 배신했습니다."
김유약 씨는 어려서부터 다소 심리상태가 불안정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더욱 사회생활이 어려워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상당한 자산가였던 덕분에 어려서 증여받은 건물로 성인이 된 이후의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이런 김유약 씨가 자신의 사후에 상속재산이나 본인 명의의 재산을 잘 지키며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으셨다.
반면 김유약 씨의 누나는 명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사회생활과 재산관리능력이 뛰어났다. 아버지는 고민 끝에 김유약 씨를 설득하여 '김유약 명의 A건물의 소유권을 누나에게 이전하고 대신 누나는 김유약에게 A건물의 임대료로 생활비를 지급하기로 한다. 김유약은 아버지의 상속재산인 B건물을 모두 누나에게 물려주는데 이의 하지 않기로 한다. '라는 3자간 약정을 체결하고, B건물을 누나에게 유증 하는 유언장을 남기셨다.
누나는 아버지의 생전에는 위 약정에 따라 A건물의 임대료로 김유약 씨를 잘 보살펴주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 이후 점차 김유약 씨에게 보내는 생활비를 줄여가더니 이제는 최소한의 생활비도 되지 않는 금액만을 보내고 있다.
김유약 씨는 믿었던 누나에게 배신을 당한 충격에 이제라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누나가 A 빌딩의 임대료를 지급해주지 않는 것을 이유로 해서 A 빌딩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누나에게 B빌딩 지분 중 최소한의 상속분을 되찾아올 수 없을까요?
Q1) 누나가 A 빌딩의 임대료를 지급해주지 않는 것을 이유로 해서 A 빌딩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A1) 이 사건 약정에서 'A빌딩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는 대신 A빌딩의 임대료로 김유약을 부양한다.'라고 정하였는데, 이는 '부담부 증여'라는 개념에 해당됩니다. 일반적으로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이므로 대가성이 없어 상대방의 어떠한 처사를 근거로 해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제한되는데, '부담부증여'의 경우 상대방도 일정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부담부 증여'는 (1) 상대방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인지 그 내용이 명확하여야 하고, (2) 상대방의 의무와 증여 사이에 대가관계가 명확하여야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김유약 씨의 경우 'A빌딩의 소유권 이전'과 'A빌딩의 임대료를 통한 김유약에 대한 부양'이라는 대가관계가 명확하고 누나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도 명확하므로 '부담부 증여'를 주장하고, 누나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해제를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2) 누나에게 B빌딩 지분 중 최소한의 상속분을 되찾아올 수 없을까요?
A2) 김유약 씨는 이 사건 약정을 통해 ‘아버지의 사후 B빌딩 소유권이 모두 누나에게 이전되는 것에 이의 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므로, 누나에게 상속분 반환을 요청할 시 위 약정을 근거로 거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약정은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상속재산 일체를 포기하는 소위 ‘사전상속포기’로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9021 판결 등)에 의해 금지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상속포기를 법원의 허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피하여 임의로 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의 내용과 관계없이, 김유약 씨는 누나에게 B빌딩 중 자신의 ‘유류분’에 대하여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위탁하는 것을 ‘후견’이라고 합니다.
미성년후견을 제외하고, 후견계약은 크게 법원의 심판에 의해 개시되는 후견(성년후견, 한정후견)과 피후견인 자신의 의사(계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임의후견(후견계약)’으로 나뉩니다. 전자(심판개시후견)의 경우 반드시 이미 정신적 제약으로 인한 사무처리능력의 결여나 부족이 발생해 있어야 하고 이를 법원이 인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후자(후견계약)의 경우 향후 일정 시점이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후견업무가 개시되도록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후견계약에는 반드시 ‘후견감독인’이 선임되므로, 후견계약에 따라 선임된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등 피후견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이 가능합니다.
위 사례의 김유약 씨의 경우 아버지 사후에 누나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재산을 이전하고 상속재산도 포기한 것인데, 이와 같은 방식 대신 ‘후견계약’을 맺었다면 자기 소유 재산을 이전하여 줄 필요 없이 필요한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